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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데 콩 나고, 털 심은데 털 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털 심은데 털 난다?
[탐방] 천연허브 성분의 탈모방지제품 만드는 '난다모'
텍스트만보기   홍성식(poet6) 기자   
▲ 한국 발모제 시장 규모는 5천억에 이른다. 대기업들이 다수 진출해있는 이 시장에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중소기업 난다모의 제품.
ⓒ2005 난다모 제공
게임 시나리오업체에서 근무하는 J(34)씨는 요새 부쩍 고민이 늘었다. 업무 스트레스 탓인지 이십대 중반부터 시작된 탈모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피가 보일 정도로 듬성듬성한 머리숱 탓에 대학에 다닐 때는 실내에서도 줄곧 모자를 써온 J씨.

그의 소원은 친구들처럼 시원스럽게 벅벅 문질러가며 머리 한번 감아보는 것이다. 회사 회식자리에서 "머리칼이 나기만 해준다면 수명이 10년쯤 줄어도 좋겠다"는 그의 푸념에 동료들은 깔깔댔지만, 심각한 J씨의 표정을 보곤 얼른 웃음기를 거두었다.

탈모 고민에 시달리는 사람은 비단 J씨만이 아니다. 한국의 성인남성 4명 가운데 1명 꼴인 23%(350여만 명)가 탈모인구로 추정되고, '대머리가 없다'던 여성들 역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탈모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발모제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돼 왔다. 업계에서는 잠재적 고객까지 포함한 발모관련제품 시장의 규모를 5천억으로 보고 있다. 발모제를 만드는 회사도 40여 개가 넘는다. 이중에는 CJ와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2002년 봄. 발모제 시장에 뛰어들어 짧은 시간에 업계 1위에 오른 난다모. 지난해 한국표준협회 컨설팅 조사결과 발모제 부문에서 '웰빙지수 1위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한 난다모는 남미에서 수입되는 천연허브를 주성분으로 사용해 발모제를 생산한다.

쟁쟁한 대기업과 경쟁하며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있는 난다모 고도윤(46) 대표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발모제업계와 회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물었다.

"초기엔 사기꾼 취급도... 직접 인디언 복장으로 홈쇼핑 출연"

▲ 난다모 고도윤 대표.
ⓒ2005 난다모 제공
- 발모관련 제품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는지.
"젊을 때부터 건설업과 외식업 등의 사업을 했다. 98년경에는 스틸하우스를 만드는 일을 했는데 IMF가 터졌다. 하던 일이 모두 스톱되고 나니 막막했다. 사업을 하면서 알고 지내던 분이 '아직 젊지 않냐. 외국으로 나가서 네가 할 일을 찾아보라'는 충고를 했고, 이탈리아와 미국을 거쳐 멕시코에서 8개월 정도 머물렀다.

거기서 조그만 회사를 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칼이 하루에 한 뭉치씩 빠져나갔다. 보다못한 현지 직원이 식물 몇 가지를 뭉쳐와서 머리에 발라보라고 했다. 별 기대없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3일만에 탈모증세가 호전됐고, 20일쯤 후에는 머리칼이 더 이상 빠지지 않았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해 귀국했다."

- 초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텐데.
"가족들조차 내 사업구상을 무시했다. 약국으로 영업을 나가 '이걸 사용하면 머리칼이 납니다'라고 말하면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했다. 후배인 신경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들에게 사용권유를 해서 일정부분 효과를 봤고, 약사 한 명이 직접 써보고는 발모가 돼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공신력을 얻은 건 2002년 2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이 우리 제품에 관한 임상실험 보고서를 내면서부터다. 4개월에 걸친 임상 결과 사용자의 83%가 만족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단위면적당 71%의 발모율이 있다는 사실이 발표된 것이다. 그 때부터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영업을 할 수 있었다."

- 현재 매출규모와 직원 수는.
"지난해의 경우 250억 정도였다. 직원은 경기도 이천 공장과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합해 50명 가량 된다. 99년 나와 직원 1명으로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회사 규모가 커졌다는 건 사회적 책임도 커졌다는 이야기다. 그 부분을 늘상 생각하고 있다."

- 홈쇼핑 판매를 통해 급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홈쇼핑에 첫 방송되던 날까지 기억하고 있다. 2002년 4월 19일이었다. 나서는 모델이 없어 내가 직접 인디언 복장을 하고 출연까지 했다. 진행대본도 직접 작업했다. 감기만 하면 되는 편리성과 임상실험 결과를 강조하고, 발모관련 제품 최초로 환불제도를 도입한 것이 주효해 이듬해에는 현대홈쇼핑 판매 1위 상품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마케팅'의 힘... "단시간에 머리칼 안 나니 차라리 가발" 조언하기도

- 탈모의 원인은 뭔가.
"학계에서는 스트레스와 유전적 요인,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으로 보고 있다. 여성의 경우는 출산 후에 머리가 빠지기도 하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염색과 스프레이의 사용이 탈모를 부추기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에서 발모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숫자는. 그리고, 난다모가 타사 제품과 변별되는 점은 뭔가.
"40~50개 정도다. 대기업도 적지 않다. 일단 난다모는 천연성분의 안정성과 편리성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있다. 이것들보다 중요한 건 사실에 근거한 광고와 마케팅이다. 발모제 업계에선 과대과장광고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고객들이 이를 묵과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이 부분은 가슴에 새기고 사업을 할 것이다."

-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이른바 일류대학을 나와 대기업 기획실에 근무하는 30대 초반 남자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곧 결혼을 한다는 그가 '단시간에 머리칼이 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대가도 치르겠다'고 하길래 '그런 방법은 없으니 차라리 가발을 쓰고 한동안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조언해줬다. 이것도 사실에 근거한 마케팅을 하자는 회사 방침을 지킨 것이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떻게 지내느냐고? 잘 산다고 하더라(웃음)."

- 초창기의 어려움을 상쇄해주는 보람도 있을텐데.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지만 탈모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빠지는 머리칼 한 올 한 올이 눈물겹다. 탈모로 인해 비관자살한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나마 주고 있다는 것이 우리 직원들의 긍지라면 긍지다. 우리 고객이 60만명이다. 이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과 절망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믿는다."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는 탈모의 아픔, 조그마한 희망 주며 긍지"

- 수출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나라로 수출하는지.
"올 목표액을 500만 달러로 잡고 있다. 내수가 80%라면 수출은 20% 정도다. 향후 수출을 늘려가기 위해 미국과 일본, 대만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는 원료를 수출하고, 일본에는 '보보'라는 이름으로 완제품 수출을 한다. QVC라는 홈쇼핑업체를 통해 판매하는데 하루에 15억원 어치가 팔린 적도 있다.

서양에서는 대머리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칼을 포함해 신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양이 발모제 판매가 많은 편이다."

- 향후 회사의 지향점은.
"우리가 시작한 아이템으로 업계 최고가 되자는 것을 사원들에게 강조한다. '가장 좋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고싶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에게도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일류(최고)가 되자고 이야기한다. 이런 목표가 이뤄지면 구축된 유통망을 통해 생활건강 용품 유통업에도 진출하려한다."
2005-10-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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