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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구로다씨, 일본이나 걱정하시길”

 

 

 

진중권 “구로다씨, 일본이나 걱정하시길”
[경향신문 2005-12-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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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사태를 두고 “한국에는 반일처럼 외교정치는 물론이고 냉정한 학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과학 분야에까지 과잉 애국주의가 퍼져 있다”고 발언한 산케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를 향해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살다가 별 꼴을 다 본다”고 비꼬았다.

진씨는 26일 오전 ‘진중권의 SBS 전망대’칼럼에서 “‘애국’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극우인사가 애국심 과잉을 탓하는 것도 우습다”며 “‘전범’까지 애국자로 숭배하는 일본의 기자가 과연 남의 나라의 과잉 애국주의를 탓 할 주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학자 후지무라 신이치의 ‘구석기 유물 조작’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후지무라의) 타오르는 애국심이 일본 구석기의 역사를 12만년, 20만년, 40만년, 50만년, 마침내 70만 년 전까지 끌어 올렸었다”며 “물론 조작으로 드러나서 나중엔 거국적으로 허탈해졌다”고 비꼬았다.

후지무라는 ‘신의 신’ 으로 불리며 일본의 인류역사를 7만~5만년 전에서 약 70만년 전까지 끌어올렸던 인물. 2000년 10월 마이니치신문의 카메라에 후지무라가 구석기유물지에 석기를 파묻는 모습이 포착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일본이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진씨는 “MBC를 초토화시킨 대한민국 국민들의 과잉 애국주의는 사실 내게도 영 마음에 안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이 땅에서 절망하지 않고 살아가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일본의 혐한론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이 나라 사람들은 반일 감정이 아무리 드세도 일본처럼 ‘혐한론’과 같은 혐오스런 제목을 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없다”고 전제한 후 “아무리 언론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일본처럼 신문사로 쳐들어가 제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며, 애국심이 아무리 넘쳐도 멀쩡한 작가가 백주 대낮에 제 배를 가르는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진씨는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일본 사람들은 남의 나라 애국심을 탓할 처지가 못 된다”며 “내가 구로다 기자라면 그 시간에 미쳐 돌아가는 제 나라 걱정이나 하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미디어칸 고영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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