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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les-reUnion new YouTube version of "Now and Then" sparks debate

 

 

 

New YouTube version of "Now and Then" sparks debate in his blog Monday and makes it clear it's a fake. But he also added another link for a different video with the same audio. It's below.


 

Update (1/17/08)

  • We received this today regarding our update from 1/16:

     

    Thank you for the link to my blog iamaphony.blogspot.com. However, I wanted to correct something that was implied in your statement. I am not the artist responsible for the video or audio portions of the mash-up versions of "Now and Then" and "I Found Out." I was intrigued by the Iamaphoney videos on YouTube and created a blog to collect and share information about them. I have never met the artist, but you can find his work and probably communicate with him (or them) via http://www.youtube.com/profile?user=iamaphoney.

    Update (1/16/08) The person apparently responsible for the fake "Now and Then" mentioned us

     

    Update (1/15/2008)
  • From Charles Crane:

     

    The YouTube version is obviously a forgery, and not just because the song's instrumentation is inconsistent with a typical Beatles/Jeff Lynne production. The video has several oblique (and occassionally split-second) references to Paul-Is-Dead mythology, both old and new. The user who uploaded the video is named PauIMcCartney (note the a capital 'I' in place of a lower case 'l' - taking advantage of the font YouTube uses to masquerade as an official site), and the other videos uploaded by this user have similar Paul-Is-Dead overtones to them. These vague 'clues' are consistent with the ones on videos made by a user named 'iamaphoney.' All 66 of iamaphoney's videos consist of pictures and audio / video clips taken out of context to insinuate that Paul really did blow his mind out in a car in 1966 and was replaced by an imposter named Billy Shears. Or something.

     

    So why am I even dignifying this ridiculousness with a mention? Partly because it's pretty well done - the clues can come from pretty obscure sources and exhibit a fairly wide span of Beatle knowledge, so the videos can be somewhat entertaining (if not convincing). Partly because all these mysterious videos seem to be leading up to *something* happening on February 9th (as per the PauIMcCartney profile page). But mostly because many of the comments left on the "Now & Then" video and the PauIMcCartney profile page seem to be convinced that this page is official and sanctioned by Paul himself and are likely to be disappointed on February 9th. Take this with several grains of salt.

    (1/14/2008) A mysterious YouTube video (the first of the two below) has sparked rumors that this is the unreleased treatment of the song that was discussed for release by the Beatles.


    While this sounds very professionally produced, we don't think this is anything more than a clever, but unauthorized, mash, thanks to the overuse of echo and the audio from Beatle songs woven through it. A mash, but a well-done one, at that.
    Here's the original version of the song for comparison. This video is, also, of course, unauthorized.


    This news item copyright Abbeyrd's Beatles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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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덤 스미스도 울고갈 '이명박 신자유주의'

     

     

    애덤 스미스도 울고갈 '이명박 신자유주의'
    [고태진 칼럼] 경계해야 할 기업과 교육의 '자율'
    고태진 (ktjmms)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정체성을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좌파'란 기존의 가치나 전통보다 새로운 변화와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을 이야기한다. 한편, '신자유주의'는 자유로운 경쟁을 확대함으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좌파는 대체로 자본주의의 여러 부조리와 모순을 극복하려는 입장인데 반해,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자본주의적 가치 성장을 추구하는 편이라 이 두 가지 가치는 모순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일 것이다. 그래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노 대통령의 말은 그의 정체성 혼란을 상징하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이라 볼 수 있을까? 정부조직과 공무원 수를 줄이고,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과 투자를 중시하는 '친기업정부'를 내세우는 것을 보면 명실상부한 '신자유주의 정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이 '신자유주의 정부'는 오로지 자율만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리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시장 자유를 향한 애덤 스미스의 경계와 불신

     

    20세기 후반 복지 정책을 추진한 나라들이 장기 불황에 빠져들며 경제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신자유주의는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하였다.

     

    '신자유주의'란 단어에서 보듯 신자유주의는 자유방임적 양상으로 발전해왔던 19세기 자본주의 경향과 유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근원도 1776년에 출간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이 책에서 시장을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내버려두라고 주장하였다. 즉 개인은 오직 자신의 이득을 추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키게 되는데, 애덤 스미스는 사회 전체에 부를 증가시키는 것이 바로 이 '자유'라고 보았다.

     

    하지만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자유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2007년 1월 22일 EBS 지식채널e '국부론 1권 제11장' 참조)

     

    그는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몇몇 개인의 자유 행사는 정부 법률로 제한되어야 한다" "구성원 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는 결코 번영하고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또한 당시의 신흥자본가 계급에 대해서도 "이 계급이 제안하는 상업적 법률, 규제 등에 대해서는 항상 큰 경계심을 가져야 하며, 오랫동안 신중하게 검토한 후 채택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과 결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며, 심지어 사회를 기만하고 억압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고 그들의 '자유'를 경계했다.

     

    심지어는 "도저히 인류의 지도자가 아니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그들의 대화는 소비대중을 배반하거나 가격인상을 담합하는 데서 끝난다"라며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자유는 법률로 제한되어야 한다"

     

    <국부론>에 등장하는 신흥자본가계급을 다시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오늘날의 상황에 대비하면 어떤 계급이 될 수 있을까? 바로 대기업이나 거대자본 등이 그에 해당되지 않을까?

     

    외환은행과 관련한 론스타라는 거대자본의 투기적 행태를 보면 18세기 애덤 스미스의 경계가 정확히 그 곳에 위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로운 시장이 될수록 공정한 경쟁과 공공의 이익이 더욱 강조되어야 함을 자유주의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가 이미 강조했던 셈이다.

     

    그런데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어설픈 신자유주의들이 공공의 가치를 짓밟고 있는 듯 하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후 폐지, 기업 정기세무조사 대폭 감축, 상속세 단계적 인하, 이것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뜻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그런데 이러한 사안들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한다기보다는 자본의 자유와 담합를 보장하는 것들처럼 보인다. 또한 그 동안 자본의 횡포와 불공정을 막고, 최소한의 공공성을 보장하는 장치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적 이익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 기업들로 하여금 자기이익 추구에만 골몰하게 만들고 탈선을 부추겨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공공 가치마저 짓밟은 어설픈 신자유주의자들

     

    현재 가장 직접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교육 자율화다. 이미 사교육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시가총액 상위자리를 차지한 업체가 등장할 정도로 거대 자본화되어 있다. 그런데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이명박 당선인 측은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 확대를 추진함으로써, 사교육 수요의 폭발적 확대를 예상하는 사교육업체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극심한 혼란과 불안과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대학들도 학문의 전당이라기 보다는 거대기업화되고 있는 징조가 뚜렷하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학들은 이미 사회적 책무를 잊은 지 오래인 것 같다. 대학에서도 이미 자본의 가치가 지배하고 있다. 대학총장이 기업인 출신이고, 학교 안에 대형마트를 유치하고, 재벌의 자본에 굽신거리는 것은 이미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대신 자본이나 권위에 저항하는 학생들에게는 무자비하다.

     

    대학들은 수시 모집에서 엄청난 전형료 수입을 벌이들이고, 등록금은 매년 올리고,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학생들은 손쉽게 줄 세워서 뽑고, 학생이 아닌 학교의 규모를 키우려 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대학 입시 자율화는 이기적 대학들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공공적 의무마저도 내팽개치게 만들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 측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벌이고 있는 이런 공공적 가치를 훼손하는 '방종적 신자유주의'는 그야말로 자유주의의 원조인 애덤 스미스마저 울고 갈 지경이다. 이런 것들은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 "큰 경계심을 가져야 하며, 오랫동안 신중하게 검토한 후 채택되어야" 할 것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과 결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며, 심지어 사회를 기만하고 억압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국부론>이 출간된 당시, 신흥자본가계급은 어린이를 기계에 묶어서 노동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까지도 시장자유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제 오늘날 한국에서도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자유, 돈 받고 대학 입학시킬 수 있는 자유까지 주장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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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 늘려 집값 잡는다'는 위험천만한 발상

     

     

     

    투기 늘려 집값 잡는다'는 위험천만한 발상


    [경제뉴스 톺아읽기]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부를 수도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분형 아파트'라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핵심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 사람과 투자 만 하는 사람이 각각 절반씩 돈을 내서 아파트를 사고 나중에 이 아파트를 팔게 되면 시세차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정확히는 들어가 살 사람이 51%를 내고 투자만 하는 사람이 49%를 내는 구조다. 51%의 지분을 갖는 사람은 이 아파트를 내다 팔 권리가 있고 49%를 갖는 사람은 이 아파트가 팔릴 때 매도 금액을 나눠 갖게 된다. 이를테면 2억 원짜리 아파트를 1억200만 원과 9800만 원씩 내고 샀는데 이 아파트가 1년 뒤에 3억 원에 팔리면 1억5300만 원과 1억4700만 원씩 나눠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5천만 원 밖에 없는 신혼부부가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1억5천만 원을 대출 받고 연 800만 원 정도 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이 지분형 반값 아파트의 경우 절반은 재무적 투자자가 내고 그 나머지 가운데 절반을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대출 받으면 5천만 원만 있어도 2억 원짜리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지분 투자자는 아파트가 팔려야 이익을 실현하게 되지만 그 전에라도 시세를 감안해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 인수위는 이 지분을 자산유동화증권으로 만들어 시세에 따라 사고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동산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이야기다. 여러 지역에 투자한 자산유동화증권을 묶어 이를 여러 투자자가 나눠서 투자하면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이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는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들여 실 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고 장기적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 한국경제 1월18일 1면.  
     
       
      ▲ 한겨레 1월18일 5면.  
     
    언뜻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는 애초에 부동산이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의 치명적인 약점은 금리 이상의 투자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없다는데 있다.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선거 공약은 결국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는 것일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환금성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거래량이 많지 않은데다 변동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올랐을 때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다른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익을 실현할 수 없다.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잡아 시세차익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투기 거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실 거주자의 경우 10년 전매제한 조건이 붙지만 지분 투자자들은 언제라도 지분을 내다팔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올랐을 때 이를 넘겨받을 다른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거래가 급감하고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온 것 아니냐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돼 있는 상황이다. 자칫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18일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일부 보수·경제지들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 수익률 확보가 어려울 것을 우려한 반면, 한겨레와 세계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우려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서울신문은 "지분 투자자에게 양도세와 재산세 등 관련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투자는 조금만 과열되면 투기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는 투기적 수요와 부동산 가격 거품을 제도화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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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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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의 이매진] 게임이론과 합리성

     

     

    진중권의 이매진] 게임이론과 합리성

    글 : 진중권 (문화평론가) | 2007.06.29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의 예로 보는 실재와 망상의 경계

    “형태(shape)를 하나 꼽아봐요.” “예?” “동물이든 뭐든, 아무거나.” “좋아요. 우산이오.” 잠시 눈으로 밤하늘의 별밭을 더듬더니, 내시는 알리샤의 등 뒤로 돌아가 그녀의 손을 잡아 밤하늘의 한쪽 구석으로 이끈다.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시선을 따라 옮기니, 별밭의 혼돈 속에 문득 우산 모양의 별자리가 나타난다. 경외에 가득 눈으로 파트너를 바라보는 알리샤. 부드러운 미소를 띠면서 말한다. “다시 해봐요.” “좋아요. 이번엔 뭐죠?” “문어.”

    별자리 짜기

    신이 인간을 서서 걷게 한 것이 별을 보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던가? 인간이 처음으로 밤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그저 무수하게 널린 별들의 혼돈(chaos)만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속의 선으로 별들 사이를 이어가며 땅에 사는 것들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하늘 전체가 남김없이 별자리들로 가득 찼을 때, 밤하늘은 드디어 질서 잡힌 조화(cosmos)로 변모했고, 혼돈 속을 항해하던 원시인들의 시선은 비로소 하늘의 바다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과학적 이성은 원래 패턴을 발견하는 미학적 상상력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법칙의 발견’이란 곧 혼돈스런 자연현상에서 반복되는 질서를 찾아내는 게 아닌가. 과학에서 가설의 수립은 어떤가? 그 역시 관찰된 요소들 사이에 인과(因果)의 선을 이어 미지의 영역의 지도를 그려내는 상상력의 문제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종종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영감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과학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즉 정신도 위대하려면 동시에 아름다워야 한다.

    “뭐해요?” 환상 속의 소녀가 내시에게 묻는다. 마침 그는 잡지를 펼쳐들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암호통신을 찾던 중. “반복되는 패턴(patterned recurrences)을 골라내고 있단다.” 코드 브레이커의 작업 역시 문자열의 혼돈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는 것. 그렇게 찾아낸 패턴은 객관적 실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한갓 주관적 구성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령 내시가 밤하늘에서 찾아낸 우산이 설마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겠는가?

    게임이론과 내시 균형

    프린스턴대학원 시절의 논문으로 45년 뒤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영화는 그가 논문의 발상에 도달하는 계기를 이렇게 묘사한다. 바에 금발의 미녀가 들어온다. 누군가 애덤 스미스를 원용하며 그녀를 놓고 경쟁을 하자고 제안하자, 내시가 반박한다. 모두가 달려들면 서로 길을 막다가 아무도 그녀를 잡을 수 없고, 딱지맞고 뒤늦게 그녀의 친구들에게 가봤자 꿩 대신 닭이 되려는 여자는 없을 터. 그러니 차라리 미녀를 포기하고 그녀의 친구들에게 가는 게 전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말하기를, 최선의 결과는 집단 속의 개개인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는 데에서 온다, 맞지?” “그게 완전한 답 아니야?” “아니지. 불완전해. 왜냐하면 최선의 결과는 집단 속의 개개인이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또한 집단을 위해 행동할 때에 나오기 때문이야.”

    언뜻 들으면 이기심을 버리고 전체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시가 반박하는 것은 ‘개인이 각자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이 아니다. 그 역시 각 행위 주체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고려하여 행동할 거라는 애덤 스미스의 가정을 공유한다. 단지 그 이기적 선택들이 전체에게 늘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생각만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수인의 딜레마’가 보여주듯이, ‘내시 균형’이 언제나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상태는 아니다.

    비협조적 게임

    오늘날 ‘내시 균형’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A와 B가 있다고 하자. 10달러의 돈이 있고, 그 돈을 분배할 권리를 A가 쥐고 있다. 두 사람이 합의에 실패하면 아무도 돈을 못 받는다. 그럼 A는 B에게 얼마를 줄까? A는 가능한 한 많이 가지려 할 테고, B로서는 1달러라도 받는 게 아예 안 받는 것보다는 이익이다. 따라서 게임은 B가 1달러를 주겠다는 A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균형에 도달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럴까?

    실험경제학에 따르면, 이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상대에게 5달러를 제안했다고 한다. 또 2달러 이하를 주겠다는 제안에는 대다수 실험자들이 차라리 돈을 포기함으로써 상대 역시 돈을 못 받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수학적으로 증명이 끝난 문제인데, 왜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걸까? 그것은 내시 균형의 바탕을 이루는 ‘이기적 인간’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행동은 이기심만이 아니라 이타심에서 나오기도 한다는 얘기다.

    이미 1950년대에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당시 내시는 냉전기에 미소의 전략을 연구하던 기관(RAND)에 있었다. 그의 이론의 적합성을 시험하기 위해 연구원 비서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단다. 내시의 이론에 따르면 비서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서로 모함하는 것으로 균형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비서들은 거꾸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당한 것은 이 실험의 결과를 보고 그들이 내린 결론. ‘비서들이 직무에 적합하지 못하다.’

    냉전, 그리고 망상적 분열증

    그럼에도 내시의 이론이 받아들여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의 공산화, 한국전쟁의 발발, 소련의 핵무기 개발. 두 체제간의 대립은 세계를 극도의 불안에 빠뜨렸고, “국무부에 200여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매카시의 선동은 미국사회 전체를 불신으로 몰아넣었다. 만인이 만인을 의심해야 하는 시대. 불신의 시대에는 역시 개개인이 생존을 위해 차라리 상대를 의심하는 길을 택하리라 가정하는 내시의 ‘비협조적’(non-cooperative) 게임이론이 적합하다.

    생존의 공포에서 비롯한 이 집단 히스테리는 1959년 그의 의식으로 들어가 망상적 분열증(paranoid schizophrenic)의 원천이 된다. “우리 대학 MIT의 스탭들, 이후에는 보스턴의 모든 이들이 나에게 이상하게 행동했다. 도처에 비밀 공산당원들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자서전은 “민망함을 피하기 위해” 망상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있으나, 영화에서는 극좌파 조직이 미국에 휴대용 핵무기를 반입하기 위해 잡지를 통해 암호문을 주고받는 것으로 설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망상이 패턴을 찾아내는 뛰어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 그의 말대로 “수학과 광기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위대한 수학자들이 광기의 특성, 망상증과 분열증으로 고통받는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학엔 상상력이 필요하나 거기엔 부작용이 따른다. 그리하여 노벨상 후보의 상태를 살피러 온 이에게 내시는 말한다. “정신의 다이어트처럼 특정한 욕망을 자제하고 있지요. 가령 패턴에 대한 욕망, 상상하고 꿈꾸는 욕망 말이지요.”

    정신의 다이어트

    학자로 살기 위해 그는 패턴의 욕망을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정신의 다이어트에도 부작용은 따르는 모양이다. 자서전에서 그는 이렇게 항변한다. 문제는 “사유의 합리성이 한 사람이 우주와 맺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로아스터교를 안 믿는 이들은 차라투스트라가 그저 순진한 사람들을 꼬드겨 불을 숭배하게 만든 미친 놈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광기’가 없었다면, 그는 아마 그냥 살다가 잊혀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그쳤을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하던 시대에는 유사성이 곧 동일성의 증거가 됐다. 그런 시대의 마지막 인물은 아마도 돈키호테일 것이다. 그의 눈에 풍차는 거인으로, 양떼는 군대로, 여관집 딸은 귀부인으로 보였다. 상상력은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것까지 마치 실재하는 양 표상으로 삼곤 한다. 이 때문에 합리주의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이성적 존재가 되려면 되도록 상상력을 멀리하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의 믿음과 달리, 합리주의의 결정체인 수학에서조차 상상력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재와 망상의 경계는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다. 가령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은 실재인가, 가상인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사실인가, 허구인가? 심지어 우리가 실재라 굳게 믿는 물리학이론조차 실은 모형에 불과하다. 그리고 모형을 구성하는 것 역시 상상력의 소관이 아닌가. 이른바 ‘실재’란 혹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로 합의한 허구에 불과한 게 아닐까? 그리하여 내시처럼 묻고 싶어진다. “무엇이 이성인지 누가 규정하지?”

    글 : 진중권 (문화평론가)
     
     
    뷰티풀 마인드
     
    [진중권의 이매진] 게임이론과 합리성 No. 608 2007-06-29
    [정훈이 만화] <뷰티플 마인드> 수학의 진정한 의미? No. 364 2002-08-06
    <뷰티풀 마인드>에 얽힌 `진실` 논란 No. 345 2002-03-25
    아저씨, <뷰티풀 마인드> 보고 천재 수학자들을 떠올리다 No. 343 2002-03-14
    러셀 크로 미 영화배우조합 남우주연상   200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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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리는 날 듣기 좋은 재즈음악

    눈 내리는 날 듣기 좋은 재즈음악
    어쿠스틱 알케미(Acoustic Alchemy)의 눈발 같은 기타 소리
    송병석 (mangkwang)
     
     

    멈춤으로써 고정되는 기억, 내 청춘의 한 때...를 회상하며

     

      
    ▲ [Positive Thingking] 앨범 재킷
    ⓒ Universal
    재즈
    박정대 시인의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라는 낭만적인 제목의 시집이 있다. 박정대 시인의 시집에는 음악을 향한 사랑과 슬픔이 여섯 개의 기타줄처럼 팽팽하게 감겨 있다.

     

     

    박정대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대목이 떠오른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은 박정대 시인의 이런 진술과 맞닿아 있다.

     

    “나는 강원도의 힘을 느낀다, 강원도의 힘은 저 눈발로부터 온다, 지상의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뒤덮어버리는 저 무지하고 순수한 反動으로부터, 그리고 그 눈발을 먹고 자라나는 겨울 나무들로부터, 나는 내가 강원도 출신이어서 지금 이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박정대 시인의 <그리고 그후에 기타의 눈물이 시작되네> 가운데

     

    박정대 시인의 <그리고 그후에 기타의 눈물이 시작되네>는 참으로 긴 시다. 유고 출신의 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이 등장하고, 역시 영화감독인 폴란드 출신의 키에슬로프스키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 나온다.

     

    더불어 우리나라 음악인 전인권, 한국계 러시아 3세인 카자흐스탄 출신의 로커 빅토르 최도 나온다. 그러나 박정대 시인이 연주하는 ‘기타’는 스페인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를 변주하며, 로르카의 시를 자기 기타로 ‘연주’한다.

     

    시집 제목의 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는 격렬비열도는 서해안에 위치한 무인도인데, 그곳의 무엇이 박정대 시인을 ‘격렬’하게 했는지 나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그 ‘격렬’함이 내게는 음악(기타)에 대한 강렬한 흡입으로 다가왔다. 또 한 가지, 강렬한 인상은 눈이다.

     

    눈은 낭만의 상징이다.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눈은 여행지에서의 눈발이고, 박정대 시인의 눈은 출생지에서의 눈이다. 눈은 동경이다. 어린 시절 혹은 사랑이 머물던 지점에서의 눈은 추억의 결정체이다. 추억은 머물러 있을 때 아름답다. 과거의 추억이 현재의 이름으로 부상되는 순간 눈은 녹아버린다. 눈 내린 <설국>의 설경이 바로 오늘로 다가올 때 거리는 질척일 뿐이다.

     

    눈의 낭만을 추억의 이름으로 자리하게 하는 재즈 밴드 '어쿠스틱 알케미'(Acoustic Alchemy)가 있다. 기타 두 대로 눈의 산발을 흩뿌려내는 이들의 연주는 밴드 이름처럼 ‘Alchemy’연금술을 직조(織造)하며 겨울의 서정을 함축한다.

     

    스틸 기타를 연주하는 닉 웹(Nick Webb)과 나일론 기타의 그레고리 카마이클(Gregory Carmichael)로 결성된 어쿠스틱 알케미는 기타 음이 주조를 이루는 밴드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인 닉 웹이 1998년 2월 5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앨범은 닉 웹의 유작 앨범이다. 닉 웹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직전 발표하면서 앨범 제목을 이라니….

     

    죽기 직전에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라고 한 건, 음악인 조용필이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고 노래한 <그 겨울의 찻집>처럼 현실의 아이러니일까, 아니면 소설가 카뮈가 <이방인>에서 뫼르소를 통해 표현했던 부조리일까. 세상을 떠난 닉 웹의 심정을 들을 수 없지만, 기타 연주를 듣자면 겨울의 정점에 어쿠스틱 알케미의 연주는 서 있다.

     

      
    'Jester With a Lute'
    ⓒ 프란츠 할츠
    그림일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이러니와 부조리가 판을 친다. 조용필의 노래를 듣고도 울지 못하고, 카뮈의 소설을 읽고서도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예술은 아이러니와 부조리한 세상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오브제이다. 사람이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는 희망들, 그 희망은 긍정적 사고 위에서 발생한다. 어쿠스틱 알케미의 앨범 제목처럼

     

    이 앨범은 내게 시에서의 말줄임표보다 여운이 더 오래 남는 앨범이다. 흡사 눈발이 날릴 때, 바로 그 순간의 추억이요, 비가 호수에 떨어지면서 후드득하는 소리가 그려진다. 특히 는 경포대 호수의 빗방울이 뚝방을 밀어내며 내 추억을 적신다. 눈 내리는 순간은 낭만의 정점이지만 비는 죽음의 이미지가 있다고 보인다. 

     

    죽음은 빗소리와 함께 사람의 기억을 가장 강렬하게 잡아당기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인 김광석, 유재하… 이들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기억의 저장고에 오래 보관되었다. 이들은 더 이상 부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존(라이브)이 아니라서 씁쓸하고, 현존의 부재에서 듣는 음악은 오랜 시간 동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들을 때 정호승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와 눈발이 흩날리고 ,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들을 땐 내 가슴에 비가 들이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송강호의 대사처럼 "광석이형은 왜 그렇게 빨리 가고", 유재하 역시 왜 그리도 일찍 갔는지…. 흩날리는 눈발과 비는 내 가슴 속에 낭만과 추억이라는 과거시제를 불러들인다. 

     

    소설가 구효서의 <추억되는 것의 아름다움 혹은 슬픔>이란 소설을 통해 추억은 아름다움과 슬픔이 현(弦) 위에 걸려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아름다움이란 슬픔의 가슴을 통해 얼굴에 나타나는 것, 그래서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 내면에 들어 있고, 죽음으로써 기억은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문다. 

     

    어쿠스틱 알케미의 음악을 들었을 때, 제목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은 네덜란드의 화가 프란츠 할츠(Frans Hals)의 라는 그림이 어울리고, 세상을 떠난 김광석이나 유재하, 닉 웹의 이미지는 벤 샨(Bean Shahn)의 <울고 있는 가수>에 가깝다. 두 화가 모두 기타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프란츠 할츠의 그림은 유머러스하고, 벤 샨은 제목처럼 기타를 연주하는 가수가 울고 있다.

     

      
    '울고 있는 가수'
    ⓒ 벤 샨
    그림

     

    나는 벤 샨의 그림에 더 끌린다. 어쿠스틱 알케미의 기타연주는 눈과 겨울 서정을 담고 있는데, 긍정적 사고(Positive Thinkng)라고 앨범 제목을 정하면서 자신(닉 웹)은 세상을 떠나다니…. 이 앨범은 내 청춘의 한때, 겨울의 눈발 속에서 헤매던 젊음의 낭만과 환멸을 담고 있다. 시와 재즈를 들으며 이십대를 보냈던 그 겨울, 이제 나는 박정대 시인의 <겨울 浮石寺>를 읊조리며 이십대를 보낸다.

     

    아무래도 나는 가야겠다
    오늘은 문득 바람이 불어
    앵두나무 푸른 잎들이 손사래치는
    적막한 내 저녁의 창가에서
    이 언덕과 저 구릉을 지나
    한 소설 음악처럼 너에게로 가야겠다

     

    밥짓는 마을의 저녁 연기 속으로
    개 짖는 소리는 컹, 컹, 컹
    돛배처럼 올라오는데
    겨울바람이 밀고 가는
    한 척의 저녁

     

    끝끝내 밀려가지 않는
    얼어붙은 폭포 속
    절벽의 악기 하나
    내 사랑의 의지가 돋을새김해 놓은

    겨울 浮石寺
    그 단단한 生의
    악기 속으로
    아무래도 나는
    음악처럼 가야겠다

     

    - 박정대 시인의 <겨울 浮石寺>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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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ross the Universe(OST

    http://abbeyrd.best.vwh.net/news/111newearlybeatletracks.html

     

    Across th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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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ross the Universe [SOUNDTRACK]
    Original Soundtrack (Artist)
         
     
       
     
         

    List Price: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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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 Listings
     
    1. Girl - Jim Sturgess
    2. Hold Me Tight - Evan Rachel Wood
    3. All My Loving - Jim Sturgess
    4. I Want to Hold Your Hand - T.V. Carpio
    5.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 Joe Anderson, Jim Sturgess
    6. It Won't Be Long - Evan Rachel Wood
    7. I've Just Seen a Face - Jim Sturgess
    8. Let It Be - Timothy T. Mitchum, Carol Woods
    9. Come Together - Joe Cocker
    10. If I Fell - Evan Rachel Wood
    11. Dear Prudence - T.V. Carpio, Dana Fuchs Band, Jim Sturgess, Evan Rachel Wood
    12. Flying [Instrumental] - Secret Machines
    13. Blue Jay Way - Secret Machines
     
    1. I Am the Walrus - Bono, Secret Machines
    2.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 Eddie Izzard
    3. Because - Joe Anderson, T.V. Carpio, Dana Fuchs Band, Martin Luther "M.L." McCoy, Jim Sturgess, Evan Rachel Wood
    4. Something - Jim Sturgess
    5. Oh! Darling - Dana Fuchs Band, Martin Luther "M.L." McCoy
    6. Strawberry Fields Forever - Joe Anderson, Jim Sturgess
    7. Revolution - Jim Sturgess
    8.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 Martin Luther "M.L." McCoy
    9. Across the Universe - Jim Sturgess
    10. Helter Skelter - Dana Fuchs Band
    11. Happiness Is a Warm Gun - Joe Anderson, , Selma Hayek
    12. Blackbird - Evan Rachel Wood
    13. Hey Jude - Joe Anderson
    14. Don't Let Me Down - Dana Fuchs Band
    15. All You Need Is Love - Dana Fuchs Band, Jim Sturgess
    16.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Bono

     

     

    I Am Sam - Music from and Inspired by the Motion Pi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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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Am Sam - Music from and Inspired by the Motion Picture [SOUNDTRACK]
    Various Artists - Soundtracks - 2001
         
     
      3.8 out of 5 stars 219 customer reviews (219 customer reviews)| More about this product  

     

     

     

     

     

     

     

     

     

     

     

     

     

     

    Track Listings

    1. Two of Us - Aimee Mann, Michael Penn
    2. Blackbird - Sarah McLachlan
    3. Across the Universe - Rufus Wainwright
    4. I'm Looking Through You - The Wallflowers
    5.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 Eddie Vedder
    6. Strawberry Fields Forever - Ben Harper
    7. Mother Nature's Son - Sheryl Crow
    8. Golden Slumbers - Ben Folds
    9. I'm Only Sleeping - The Vines
    10. Don't Let Me Down - Stereophonics
    11.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The Black Crowes
    12. Julia - Chocolate Genius
    13. We Can Work It Out - Heather Nova
    14. Help! - Howie Day
    15. Nowhere Man - Paul Westerberg
    16. Revolution - Grandaddy
    17. Let It Be - Nick Cave
    18.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Aimee Mann
    19. Two of Us - Liam Finn, Neil Finn
    20. Here Comes the Sun - Nick Cave

    plus 21. If I Needed Someone - Oscar Tic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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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직은 부작용 속출, 임금피크제 희비 쌍곡선

     

     

     

    관리직은 부작용 속출, 임금피크제 희비 쌍곡선


    [동아일보]



    감정원 “상하관계 역전… 업무 삐걱” 3년만에 폐지

    제조업 노사 “정년 연장-숙련 기술인력 활용” 만족

    “연공서열식 조직 문화가 관리직 적용에 걸림돌”

    한국감정원이 2004년 말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지난해 11월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국내 100여 개 기업 중 이 제도를 폐지한 곳은 한국감정원이 처음이다.

    13일 윤태홍 한국감정원 경영관리실장은 “지난해까지 임금피크제에 편입된 30여 명에게는 기존 제도를 적용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제도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정원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만 59세로 1년 연장했던 정년을 다시 58세로 낮췄다. 또 정년 이전 3년간 단계적으로 낮아지던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연봉도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감정원이 임금피크제를 폐지한 이유는 조직 내 상하관계의 역전, 단순 업무에 배치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불만 등의 문제점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 “품위 지킬수 있는 업무 달라”

    한국감정원은 2004년 말 만 56세가 되는 직원들에게 첫해는 기존 임금의 80%, 2년차에 70%, 3년차에 50%를 주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후 이 제도가 적용된 20여 명의 실무자는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게 했지만 부장, 지점장급 관리직 7, 8명에게는 현장에서 부동산 시세 등을 조사하는 단순 업무를 맡겼다. 이 때문에 해당 관리직들은 “간부로서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관리 업무를 달라”며 반발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전체 직원이 800여 명밖에 안되는 조직에서 얼마 전까지 상급자였던 사람이 후배 밑에서 단순 업무를 맡게 되자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됐고 관리직들이 맡은 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령에 따른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적 조직 분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지난해 말 감정원은 노사 합의를 거쳐 3년 만에 임금피크제를 폐지했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 관리직, 마땅한 업무 없어

    2003년 신용보증기금을 시작으로 금융권에서는 우리 하나 국민 등 시중은행이,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 채권추심, 채권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사 적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제도를 도입했지만 맡길 일이 마땅치 않아 지역본부 감사직을 신설했다”며 “하지만 큰 성과는 기대하지도, 평가하지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달 초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한 시중은행의 모 지점장은 아예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지점장은 “지역본부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주어진 업무가 없어 그냥 집에 있다”며 “배치가 돼도 지점에서 고객을 안내하거나 지역본부에서 책상 하나 두고 영업을 하게 될 거라 솔직히 별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

    ○ 기능직 성과 높아

    ‘관리직 잉여 인력 처리’ 제도로 활용되는 금융 분야와 달리 임금피크제 이후에도 같은 일을 하게 되는 제조업 기능직 쪽에서는 제도가 근로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3년 말 제조업체 중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한전선은 관리직과 연구개발(R&D) 분야를 제외한 기능직(생산직)에만 만 50세부터 적용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숙련 근로자들을 적은 부담으로 계속 보유할 수 있고 나이 든 근로자들도 더 오랜 기간 일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면서 “임금피크제의 성과가 높게 나타나 재작년에 정년을 만 59세로 연장했다”고 말했다.

    2004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우조선해양의 관계자는 “임금상승률이 낮아지는 대신 임금은 떨어지지 않아 근로의욕 하락을 방지할 수 있어 효과가 좋다”며 “적용 후에도 성과 평가는 엄격하게 해 급여에 차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LG마이크론, LS전선 등도 지난해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김기태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장은 “우리보다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고령화사회의 진전과 맞물려 기능직에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금융권 등 다른 분야에서 임금피크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년에 가까운 인력이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직무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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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노마드? 현실엔 ‘나쁜’ 노마드도 있다

    착한’ 노마드? 현실엔 ‘나쁜’ 노마드도 있다
    노마디즘 어떻게 볼 것인가
     
     
    한겨레 강성만 기자
     
     
    » 왼쪽부터 보아, 삼성 본관, 배용준. 김진석 교수는 여러 노마드들이 현실 세계에서 뒤섞일 수밖에 없다면서, 문화산업과 결합한 ‘한류’나 한국인이 자랑스럽게 동일시하는 ‘삼성’도 유목적 세계화의 흐름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시대 지식논쟁 /

     

    ① 한쪽만 보는 개념은 불완전

     

    지난 두 주 홍윤기 동국대 교수와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는 노마디즘(유목주의)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드러냈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노마디즘(유목주의) 기획을 ‘개념’과 ‘실행’이 태부족한 실험기획이라고 비판했다. 노마드들이 규정력을 발휘하는 ‘개념’으로 총집되지 못하고 다감각의 ‘이미지’로 교착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노마드라는 용어 안에 심지어 ‘시장 노마드’나 ‘디지털 노마드’와 같은 수많은 노마드들이 다양한 의미를 갖고 경쟁·대립·공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반면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는 ‘시장 노마드’ 등 여러 유사 노마드들은 자본이 게바라로 돈을 버는 것처럼 ‘노마드의 상품화 전략’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했다. 유목민은 주류적 척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의 방식, 사유방식을 창안하는 자들이기에, 마음이 언제나 돈이나 자기 가족에 매여 있는 경우 유목민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노마디즘은 “좀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이며 “그런 꿈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혁명의 정치학과 상통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석 교수는 이 글에서 이 교수의 논리를 ‘착한 노마드 이야기’일 뿐이라고 공박했다. 여러 노마드들이 현실 세계에서 뒤섞일 수밖에 없음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들뢰즈·가타리도 실천의 복잡하고 구체적인 맥락과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유목민도 ‘전쟁기계’의 복합체로 존재할 경우 폭력적 흐름을 탈 수밖에 없다면서 노마드는 그 자체로 착하며 언제나 권력과 폭력에서 자유롭다는 믿음도 공상이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한국 사회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화 움직임에 덜컥 사로잡혔다. 한국을 유사 이래 최고 속도, 최대 규모로 세계로 나아가게 한 계기는 ‘디지털 노마디즘’. 그러나 세계로 나아갈수록 동시에 어떤 때보다도 유목주의적 기업과 제국들의 침입에 내맡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당연했다. 이 와중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점점 새로운 폭력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결국 한 생태주의자는 “유목주의가 국가주의보다 더 파국적인 시장제국주의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또 하나의 침략과 파괴주의”라고 고발하고 나섰다. 고발의 목소리는 비록 거칠고 일방적이었지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쓴소리였다.




    그런데 노마디즘을 이론적으로 칭송하는 사람들은 그 비판을 쉽게 무시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들뢰즈와 가타리의 책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유목민’(nomad)·이주민·정착민을 개념적으로 엄격하게 구분했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이론적 권위를 앞세운 이런 주장이야말로 왜곡에 가까운 오독을 낳는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엄격한 개념적 구별의 필요성을 강조한 건 맞다. 그러나 그들은 냉정했다. “그들의 개념적 구별이 실제로 그들이 뒤섞이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거꾸로 오히려 그들의 혼합을 필연적으로 만든다”(들뢰즈와 가타리 공저 〈천의 고원〉)고 인정했다.

    이들 인용을 빌리지 않더라도, 노마디즘과 관계된 어떤 더러운 현실적 문제들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이론은 자승자박에 이를 뿐이다. 현실의 더러움으로부터 뚝 떨어진 개념은 현실을 설명할 힘도 가지지 못할 터이니! 그런데 이진경씨는 개념적 구분에만 매달리면서 ‘노마디즘’이 들뢰즈와 가타리의 숙성한 사상이고 나쁜 자본과 전혀 상관이 없으며 따라서 노마디즘이 침략적 성격을 띠는 것도 자신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마음 편하게 말한다.

     

    개념의 구분·순수성 내세우며
    현실적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주장
    되레 유목주의에 대한 오독 부르고
    실천적으로도 공허하게 만들어

     

     

    그는 노마드뿐 아니라 ‘매끈한 공간’과 ‘외부성’이 그 자체로 순수하고 초월적인 혁명적 개념인 것처럼 말하지만, 들뢰즈와 가타리는 여기서도 그것들을 개념적으로 구별하는 일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매끈한 공간과 외부성의 형식은 결코 그 자체로 불가항력적인 혁명적 사명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며, 거꾸로 어떠한 상호 작용의 장에 흡수되고 어떠한 구체적인 조건하에서 실행되고 성립되는가에 따라 극히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천의 고원〉) 세상에 대해 말할 때는 순수한 개념이나 의미만이 아니라, 실천의 복잡하고 구체적인 맥락과 조건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이들은 노마드에 창조성을 부여했지만, 그것이 언제나 착한 정의를 목적으로 삼는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노마드를 말할 때에도 오히려 ‘전쟁기계’의 배치를 끝없이 강조했다.(“이 기계의 본질에 비추어보자면 비밀을 쥐고 있는 것은 유목민들이 아니다”)

    ‘노마디즘’은 현실 속의 나쁜 노마디즘과는 아무 관계도 책임도 없으며, 나쁜 자본주의 국가의 착한 외부에만 존재한다는 말은 ‘착한 노마드 이야기’일 뿐이다. 그건 들뢰즈와 가타리의 텍스트를 지적으로 배반할 뿐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공허하기 십상이다.

    ‘전쟁기계’는 비록 전쟁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싸움을 무릅쓰는 어떤 것이며, 때로는 다시 국가제도에 포획되기도 하지만 다시 도망가며 싸우는 어떤 것이다. 그만큼 ‘노마디즘’처럼 지적·문화적으로 유행하기에는 복잡하고 까칠까칠한 주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진경씨는 ‘전쟁기계’가 부차적이고 적절하지도 않은 표현인 것처럼 말하는데, 그들 책을 경전처럼 주석하면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는 단순화시키다니! ‘노마디즘’이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기계’의 무서운 까칠까칠함이 은폐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노마드가 항상 국가 바깥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국가에 대한 투쟁을 말하지만, 그에게는 두 갈래 길밖에 없다. 곧 국가와 싸우는 일과 국가 바깥의 평화로운 공간으로 가는 길. 그러나 유목적 전쟁기계는 국가에 대해서만 싸우는, 국가 바깥의 ‘착한 노마드’는 아니다. 그것은 국가 안에서 국가 말씀에 아랑곳하지 않고 떠도는 가지가지 패거리들이기도 하며, 국가 바깥에서 국가를 비웃는 다국적이고 세계적인 조직과 폭력이기도 하다. “국가 자체도 항상 바깥과 관계를 맺어 왔으며 따라서 이 관계를 빼고서는 국가를 생각할 수 없다. 국가를 규정하는 것은 ‘전부’ 아니면 ‘무’의 법칙, 곧 국가적인 사회냐 아니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냐가 아니라, 내부와 외부의 법칙이다.”(〈천의 고원〉)

     

    노마드는 ‘착하다’는 믿음은 공상
    한쪽 면만 극단적으로 과장 말고
    전쟁기계의 폭력성 함께 인정할 때
    문명 분석의 좋은 도구될 수도

     

    국가를 위해 싸운 안중근은 바보일까? 또 기독교와 이슬람(그리고 유교)도 국가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유목적 전쟁기계로 작동할 수 있다. 노마드는 그 자체로 착하며 언제나 권력과 폭력에서 자유롭다는 믿음은 공상적이다. 그것은 전쟁기계와 떨어질 수 없고, “전쟁기계와 국가는 서로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상호 작용의 장 속에서 공존하고 경합한다.”(〈천의 고원〉)

    더욱이 이진경씨는 ‘노마디즘’을 거의 부드러운 문화상품으로 만든 후에 결론으로 ‘코뮨주의’를 주장하는데, 이것도 ‘전쟁기계’를 간과하거나 은폐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폭력의 수많은 흐름에서 전적으로 벗어난 우정과 사랑의 공동체를 목적으로 삼는 일은 노마드를 줄 세우는 일이 아닐까. 우애에 근거한 공동체는 훌륭한 가치지만, 그걸 노마드의 선험적 목적으로 상정할 필요는 없다. ‘전쟁기계’에게 전쟁이 목적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노마디즘은 침략주의라고 공격한 생태주의자가 내세운 것도 모든 국가로부터(심지어 복지국가도) 완전히 벗어난 공동체주의이다.

    그런데 거꾸로 노마디즘은 어떤 오류도 없다고 말하는 이진경씨도 비슷한 코뮨주의에 빠진다. 단순한 우연? 아니다. 이들은 노마드의 한쪽 면만 극단적으로 과장했기 때문이다. 소수자인 이주 노동자들은 우정으로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그들도 더 좋은 일을 찾아 고향을 떠난 유목민이다. 더 나아가 이곳에서 정착을 원하는 사람도 많으니, 유목민/이주민/정착민의 배치는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전쟁기계’의 복합체로 존재하는 한, 유목민들은 ‘따로 또 같이’ 폭력적 흐름을 타고 있으며, 그 폭력적 끈의 긴장 속에서 문명적으로 생존한다.

    문화산업과 결합한 ‘한류’도 거센 유목적 세계화의 흐름 속에 있고, 한국인이 자랑스럽게 동일시하는 ‘삼성’도 그렇다. 들뢰즈와 가타리도 “새로운 노마디즘은 세계적 규모의 전쟁기계를 수반하는데, 그 조직은 국가장치를 넘어서며, 다국적이고 에너지와 관계된 군산복합체 속으로 흘러간다”고 했다. 한국인은 ‘한류’와 ‘삼성’이 실현하는 유목적 공격성을 전적으로 거부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쉽게 동의하기도 힘든 소용돌이 속에서, 돌고 돈다. 때로는 자랑스럽지만 때로는 더럽다.


     
    » 김진석 인하대 교수
     
    노마드의 폭력성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지만, 그 폭력성이 인정된 노마드 이야기는 문명 분석의 좋은 도구일 수 있다. 강자가 먹이를 다 삼키는 폭력적 시스템만 쫓는 노마디즘은 위악적이지만, 모든 폭력에서 벗어난 공동체를 꿈꾸기만 하는 노마디즘도 위선적이지 않을까. 이 사이에서, 기우뚱, 균형을 잡자.

    김진석/인하대 교수

     


    김진석 교수는 1958년생으로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철학박사를 받았습니다. 미학과,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폭력의 다양한 얼굴과 맥락 등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서로 <초월에서 포월로 1, 2, 3> <폭력과 싸우고 근본주의와도 싸우기> <소외에서 소내로> <포월과 소내의 미학>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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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명령제 빠진 ‘李 특검법’] 무기없는 특검…‘헛방’ 될수도

    동행명령제 빠진 ‘李 특검법’] 무기없는 특검…‘헛방’ 될수도

    [서울신문]헌법재판소가 10일 이명박 특검법의 동행명령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 내림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한 특검 수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수사 기간이 길어야 40일에 불과한 데다 참고인을 강제 조사할 방법이 없어지면서 특검팀이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15일 수사를 시작하는 특검이 풀어야 할 의혹은 ▲BBK 주가조작 및 횡령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 ▲검찰의 편파수사·축소 발표 ▲상암디지털미디어센터(DMC) 특혜분양 등이다. BBK를 이 당선인이 설립했다는 내용의 광운대 동영상을 비롯한 인지 사건도 수사할 수 있다.

    특검이 의혹을 풀려면 김재정(이 당선인의 처남)·이상은(이 당선인의 친형)·김백준(이 당선인의 측근)씨 등의 참고인 소환 조사는 필수적이다.

     
    구속 기소된 김경준씨를 빼고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 김재정씨만 소환조사를 받았을 뿐 상은씨 등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조사를 받지 않았다.

    참고인 동행명령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던 이들이 특검 수사에 스스로 협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검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혐의가 없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결국 특검은 동행명령이 불가능해지면서 검찰 수사 때보다 더 진전된 수사를 위한 ‘무기’를 갖지 못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 이 당선인의 소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검법은 BBK 주가조작 의혹 등 여러 사건에서 이 당선인을 ‘잠정 피의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당선인을 직접 조사하지 않으면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도 대통령 후보를 소환조사하지 못하고 서면조사를 했던 터에 ‘살아 있는 권력’인 당선인을 소환조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준비기간과 수사기간은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장애물이다. 정호영 특검은 15일 수사를 시작해 대통령 취임(2월25일)을 이틀 앞둔 다음달 23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명박 특검법을 입안했을 때 대통령 취임 즉시 헌법상 면책특권이 발효된다는 점을 고려해 수사 기간을 역대 특검법 가운데 가장 짧은 40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정 특검은 수사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 찾아도 본인이 고사해 상당히 애로를 느끼고 있다. ”고 토로했다. 특검은 검찰도 수사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직 검사들도 특검팀 합류를 꺼리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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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보다 센 김앤장, 왜 간판이 없을까

    삼성보다 센 김앤장, 왜 간판이 없을까
    [인터뷰] 김앤장 해부서 펴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구영식 (ysku)
     
     

    '마지막 성역'으로 불려온 '법률권력' 김앤장 법률사무소(김앤장)를 파헤친 책이 최근 출간됐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으로 삼성권력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한 정치인과 노동운동가의 집요한 노력으로 '법조계의 삼성'인 김앤장에 대해서도 실체규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책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의 저자는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특히 장화식 위원장에게 김앤장은 각별하다.

     

    장 위원장은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카드에서 15년을 근무하다 지난 2004년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통합되면서 갑자기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의 해고 뒤에는 한국 최고의 '법률기업' 김앤장이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해고를 설명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김앤장의 법률자문과 지도에 따라 두 조직이 통합되었고 해고는 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내게 통보되었다." (9쪽)

     

    "비정규직 노조 깨고 1억1000만원... 그저 법률자문만 한다고?"

     

      
    임종인 의원과 함께 김앤장 해부서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펴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장화식

    책이 출간된 8일 후마니타스 사무실에서 만난 장 위원장은 "김앤장은 내게 싸움의 대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앤장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외환은행 해고건만 자문한 게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인수합병·해외매각 등에 김앤장이 관여하고 있다. 김앤장에 의해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모였다. 그것은 김앤장이 관여한 구조조정 건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김앤장에 의해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과 함께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김앤장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어왔다.

     

    그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고려한 법률자문과 인수합병하는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법률자문은 완전히 다르다"며 "김앤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바스프·미래에셋생명·알리안츠생명·도쿄미쓰비시은행·테트라팩 등의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김앤장이 관여했다. 또 까르푸를 이랜드에 매각할 때도 법률자문을 했다. 심지어 동우공영이라는 2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조를 깨는 데 (법률자문을 하고 수임료로) 1억1000만원이나 받았다.

     

    2002년 사무금융노련 시절 '외자기업의 노사관계 실태와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상당수 외자기업의 노사관계는 상당히 격렬하고 잘 안 풀리고 서로 경직돼 있었다. 왜 그럴까? 외자기업이나 외국인기업의 경우 거의 대부분 김앤장에 법률자문을 맡기고 있었다. 노사관계란 싸우면서도 타협해야 하는데 김앤장은 법대로만 코치를 하기 때문에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받은 기업의) 노사관계는 격렬해지는 것이다. 김앤장은 법률자문만 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자문을 의뢰한) 회사의 행동을 규율한다."

     

    입법·사법·행정 권력도 넘보는 김앤장... 왜 간판은 없을까

     

    이렇게 김앤장은 분명히 살아있는 권력임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김앤장 건물에서 그 흔한 간판 하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처럼 '보이지 않는 권력' 김앤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실도 없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임종인 의원이나 여러 정치학 박사들과 토론하면서, 김앤장이 보이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에 힘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됐다. 김앤장은 '보는 세력'이다. 예를 들어서 나하고 관련된 사건에서 김앤장은 보기만 하고 나는 김앤장을 볼 수 없다. 그럴 때 (김앤장에) 권력이 생기고 (김앤장과 나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장 위원장은 "김앤장을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부르지만 삼성보다 김앤장의 권력이 더 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김앤장의 권력은 삼성보다 센 것일까?

     

    "권력의 핵심인 법을 다루기 때문이다. 김앤장이 공인중개사나 회계사 집단이었다면, 아무리 그렇게 집단을 만들어 로비를 하더라도 권력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또 거대 법률회사인 로펌이 등장하고 그들이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면서 로펌이 자본을 축적하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비즈니스를 규율하는 법률이 법률사업이 된 것이다. 이는 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현상인데, 우리나라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나타났다.

     

    삼성은 돈을 매개로 한 권력이지만 김앤장은 법률을 핵심으로 하는 권력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최고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본이 바탕(하부구조)을 형성한다면 법률은 상층(상부구조)을 형성하고 있다. 법률이 더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재벌총수들이 왜 법률가와 혼맥관계를 맺겠나? (절대권력이라는) 삼성도 금산분리 등 법률에 의해 통제받고 있지 않나? 그러니 김앤장이 삼성보다 힘이 셀 수밖에 없다."

     

      
    가려진 권력 김앤장을 처음으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 표지과 공저자인 임종인 의원(오른쪽),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김앤장

    "정부 고위관료, 은퇴하면 김앤장으로... 성공사업은 '신자유주의'"

     

    심지어 장 위원장은 "김앤장은 수퍼권력이라고 부를 만 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원래 법률을 해석하는 곳은 사법부이고 법률을 만드는 곳은 입법부다. 그런데 김앤장은 입법부나 사법부의 능력 일부를 가지고 있다. 김앤장의 (법률) 해석이 사법부의 판결이 된다. 형식만 사법부의 판결이지 사실 김앤장의 판결이나 다름없다. 또 김앤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자들을 통해 법률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김앤장의 힘이 커졌다."

     

    장 위원장은 "김앤장의 권력은 입법·사법·행정에 다 뻗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에서 일했던 고위 관료들이 고문·전문위원·실장의 직함을 달고 김앤장에 근무한다는 것은 이제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관료들의 상당수가 돈을 다루는 부서(재경부·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 등)출신이라는 점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이러한 김앤장의 권력을 '정부관료-투기자본-법률엘리트'의 삼각동맹'으로 설명했다.

     

    "김앤장과 투기자본은 거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앤장은 법률서비스를 앞세워 투기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관료들은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의뢰인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판·검사와 고위공직자 출신의 이들이 공직생활에서 배운 자신의 전문성을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고액의 수수료와 맞바꾸는 것이다. 투기자본은 공공성에 대한 공격과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구조조정, 비정규직 확산과 저임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니 만큼, 이들이 받는 엄청난 보수는 결국 비정규직과 해고자, 공공성 파괴로 인한 대가인 셈이다." (178쪽)

     

    흥미로운 사실은 김앤장의 전성기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들어선 민주파 정부의 집권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순된 현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신자유주의를 성공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김앤장은 신자유주의를 성공사업으로 만들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영화·해외매각·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그 과정에 법률(김앤장)이 개입해서 사업으로 만든 것이다. 거기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면서 법률가집단이 법률도 다루면서 자본도 집적하게 됐다. 97년엔가 김앤장은 기아그룹 계열사들에 16건의 법률자문을 해주고 28억원을 받았는데 그것이 너무 많다고 해서 변협 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았을 정도다.

     

    법률을 다루는 전문가에 대한 국민의 통제 등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민주파 정부에) 그런 고민이 없었다. 그런 법률권력을 통제해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법 앞에, 권력 앞에 평등할 수 있는지 고민했어야 했다. 그냥 절차적 민주화가 완성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례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얘기한 걸 들 수 있다. 법률권력이 (사회적 통제에서 벗어나) 법률가에게 넘어간 것이다."

     

    "왜 삼성특검에 김앤장 문제는 빠져 있나?"

     

    하지만 김앤장은 이러한 우려와 문제제기에 대해 '토종 로펌론'으로 맞서고 있다. 일종의 '애국주의'에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장 위원장의 격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앤장이 토종으로서 한 게 뭐가 있나? 외국 로펌들이 들어오니까 방패로서 토종로펌론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공포감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앤장이 토종으로 있거나 외국자본이 김앤장을 운영하거나 무슨 차이가 있겠나? 누구를 위해 법률서비스를 하느냐의 문제에 있어 차이가 없다고 본다."

     

    이어 장 위원장은 "김앤장은 법률을 가진 자의 이익에만 복무시키고 있다"며 이런 지적을 내놓았다. 

     

    "김앤장은 고객을 위해 최대한의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앤장의 고객이 누구인가? 다른 데보다 훨씬 높은 수임료를 받는데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이 누가 되겠나? 김앤장도 선택을 한다. 노동자 편에 서겠나? 안 선다. 이런 문제 때문에 김앤장은 가진 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법률서비스를 하게 된다. 결국 법률이 강자의 이익에만 복무하도록 (김앤장이) 작용하는 것이다."

     

      
    장화식 위원장은 "김앤장의 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 등에 뻗어 있다"며 "수퍼권력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앤장 인터넷 홈페이지.
    ⓒ 김앤장 홈페이지
    김앤장

     

    그렇다면 '김앤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책 속에는 이런 해답이 나와 있다.

     

    "최소한 김앤장의 실제 모습과 사회적 역할을 객관화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는 권력과 잘못된 신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과도할 정도로 특권화되어 있는 법의 영역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에 맞도록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 일은 법률전문가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며, 우리 사회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60쪽)

     

    장 위원장은 "김앤장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드러내면 힘을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앤장의 활동이 드러난 게 없다.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나? 수익을 알 수 있나? 누구를 변호한다는 것만 공개된다. 그것(변론)도 김앤장이 아니라 개인으로 들어간다. 김앤장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김앤장이란 문을 열고 들어가 권력화된 법률집단을 어떻게 시민의 처지에서 통제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그 '김앤장 문제'를 생각하는 문이다.

     

    사법개혁·민주주의·인권 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권력이 된 로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독점자본 삼성권력에 대해 많이 얘기하면서도 김앤장에 대해선 거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가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김앤장이 에버랜드사건(전환사채 헐값 발행사건)의 조작을 주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삼성 특검 대상에는 김앤장이 빠져 있다. 왜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인터뷰 도중 출판사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김앤장에서 책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전화였다. 책을 검토한 뒤 소송이라도 제기하려는 것일까?   

     

    "김앤장의 장기니까 고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만 썼는데 고소하겠나?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쪽을 복종시키는 것은 (10억원대 소송제기 압박으로 정정보도를 받아낸) <뉴스메이커>건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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