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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교과서

 

비폭력 교과서


2008년 10월


오랜 만에 시립도서관에 갔다. 김민기의 책을 빌리기 위해서이다. 28,000원이나 하는 책을 사기에는 고민이 많이 된다. 도서관을 이용하라는 보리 누나의 조언으로 도서관에 갔으나 김민기의 책은 도서관에 없었다. 읽고 싶은 책으로 신청을 해놓고서는 책 쇼핑을 했다. 언제나 책 쇼핑은 즐겁다. 비폭력 교과서라는 제목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장을 넘기니 비폭력 저항운동에 대해 이런 저런 그림과 사례들이 소개되어있다. 폭력과 비폭력 논쟁이 많았던 촛불을 떠올리며 빌렸다. 폭력과 비폭력 논쟁에서 항상 아쉬웠던 것은 그것이 불의에 대한 불복종의 의미가 퇴색된 채 형식 논리로 되어버린 경우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이나 사회의 권위주의적 형태에는 무관심한 채 시위대의 폭력 행위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되는 폭력과 비폭력 논쟁은 정말이지 답답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구호를 외치는 것 이외에 물리력으로 한번 해보려는 한탕주의나 상상력의 빈곤도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다.


비폭력 교과서는 비폭력운동의 사례를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의 비폭력 행동을 그림을 그려 주기도 하고 사례를 소개하기도 하고 비폭력 행동을 실현하는 조직들이 원칙과 규율도 소개하고 있어 눈에 잘 들어오고 재미있기도 하다. 필리핀의 아키노는 독재 정권에 맞서는 시민들의 비폭력 행동으로 총파업, 수업거부, 가두행동, 국영티비와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신문의 구매 및 광고 게제 거부, 공공요금 납부 거부, 불매운동, 정부계 은행에서 예금 인출 등을 호소하였다고 한다. 이정도면 폭력이냐 비폭력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비폭력 교과서는 대안적 삶과 운동으로서의 자기 혁신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듯하다. 비폭력적 삶의 자세와 단체의 규율은 새겨볼 만한 게 많다.


간디의 자서전을 잃으면서 비폭력 운동에 대해서 새롭게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비폭력이라는 것이 단순히 무저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진이 금지된 곳에서 행진을 시도하고 노동자의 파업을 호소함과 동시에 물레를 돌려 투쟁하는 사람들의 가족들을 돌보는 정성이 놀라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간디와 같은 비폭력을 바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생사가 오가는 처절한 자본과 권력의 폭력 앞에 비폭력만이 대안이라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쉽게 동이하기가 힘들다. 샤파티스타의 무장 투쟁도 총을 들었지만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총보다 더 무서운 말과 민주주의가 샤파티스타의 무기임은 확실하다.


우리의 상상력이 다양함을 요구하고 비폭력의 정신이 불의에 대한 불복종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면 비폭력 교과서는 읽고 토론할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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