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관점

칼럼

수원시민화폐에서 강의할 때 누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돈의 결함이 아니라 기계가 실업의 원인 아니냐고. 만일 이 생각이 맞다면 우리는 모두 기계를 부숴버리고 원시사회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뵈르글의 케이스 하나로 무너진다. 뵈르글은 스탬프머니로 완전고용을 이루었다. 뵈르글은 완전고용을 이루기 위해 기계를 부수지 않았다. 만일 기계가 실업의 원인이라면 뵈르글이 어떻게 완전고용을 이루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단 한 가지 예외만 있어도 그 명제는 거짓이 된다.

이런 생각에는 일반인들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선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은 실업의 근원을 끝까지 추적하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고용자에게 화살을 돌리기 쉽다. 러다이트주의자도 마찬가지로 당장 눈앞에서 자기 대신 일하는 기계에 화살을 돌리게 된다. 생태주의자도 환경문제의 근원을 끝까지 추적하지 못하고 폐수를 흘려보내는 기업들에서 멈춰선다. 그리고 그것들을 임의적으로 억제하는 요법을 사용한다. 그러면 그 요법으로 또 다른 문제가 증식해간다. 이런 경향은 인간사회의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말 안듣는 아이를 쥐어패는 부모나 선생들, 암세포를 잘라내는 의사들, AI를 철새 탓으로 돌리는 학자들, 범죄를 예방하기 보다는 범죄자를 격리하거나 감시하는데 급급한 치안정책...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근시안적 관점으로 얼룩져 있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문제가 왜 발생하였는지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거기서 신경을 끄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그런 근시안적 시선을 버리고 문제의 심부로 파고들 수 있을까? 실비오 게젤의 경제이론을 알기 쉽게 다큐멘터리필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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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20:08 2015/05/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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