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민화폐 강의 후 질의응답

칼럼

수원시민화폐강의를 마치고 왔습니다. 수원시민화폐가 분산형 네트워크인 p2p방식의 전자화폐를 사용한 것은 분명히 탁월한 선택 같습니다. 여기에 "늙어가는 돈"의 개념만 들어가면 완벽하겠죠. 모두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강의 후 몇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실 강의도 의미가 있었지만 이런 질문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비오 게젤의 이론을 접할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이런 부분을 좀 더 주의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실제 강의한 내용에서 좀 더 덧붙여서 정리하였습니다.

 


문1. 정공법이 실현가능성이 있는가? 힘 있는 사람들이 "늙지 않는 돈"을 "늙어가는 돈"으로 개혁하는 걸 놔두겠나? 그리고 실업은 돈의 순환장애 때문이 아니라 산업이 기계화된 것 때문이 아닌가? 늙어가는 돈으로 상업조직이 간소화되면 실업이 오히려 늘어나지 않나? 상업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닌가? 늙어가는 돈으로 상업비용이 줄어들면 상업 종사자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답: 실현가능성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난치병 환자한테 "당신은 많이 아프니까 낫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병의 근본원인을 알고 바로 잡아야 한다. 근본원인은 돈순환장애다. 실업의 원인이 기계화라면 산업혁명 후 기계화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실업은 점점 극심해졌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실업률은 올라갔을 뿐 아니라 내려간 적도 있다. 러다이트운동의 관점은 그런 부분을 설명할 수가 없다.1 늙어가는 돈으로 돈의 속도가 빨라지면 상업조직이 간소화되고 그러면 인구의 더 많은 부분이 상업에서 생산으로, 다시 말해 재화·용역을 교환해주는 역할에서 실제의 재화·용역을 생산하는 역할로, 실제의 부를 만들어내는 역할로 옮겨간다. 그리고 늙어가는 돈은 강제순환되는 그 속성 때문에 그 인구가 생산해낼 막대한 재화·용역의 증가분을 모두 감당하여 교환할 수 있다. 늙어가는 돈으로 상업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존의 돈으로 재화를 교환할 때 들어가는 기본이자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이자는 지금도 상업 종사자, 즉 장사꾼들이 차지하는 게 아니다. 그건 돈을 빌려주는 자본가들이 차지하는 거다. 장사꾼들은 그저 기본이자를 모아서 자본가들한테 건네주는 심부름꾼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다) 그들이 재화의 가격에 기본이자를 집어넣어서 팔아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업비용이 줄어든다고 장사하는 분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 줄어든 비용은 지금도 장사꾼들이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2. 한글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만들어진지 500년이 지나서 사람들한테 퍼졌다. 어떤 아이디어가 퍼지려면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 "늙어가는 돈"은 어떤 점에서 매력적인가?

답: 늙어가는 돈은 강의 내용에서 보았듯이 모든 점에서 매력적이다. 모든 사회문제가 곧 돈문제이고, 그래서 늙어가는 돈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게젤의 이론은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단순명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이 이론을 머리로 이해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늙어가는 돈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화폐가 중요하다.

 

문3. 돈순환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파괴되지 않나? 또, 돈이 늙어가면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금"에 비해 화폐가치가 떨어지지 않나?

답: 강의내용에서 보았듯이 늙어가는 돈은 경제주체들이 "장기적으로 더 적은 감가상각"을 이루도록 유도한다. 그것은 물건,건물 등을 더 튼튼하게 오래 가도록 만든다. 그것은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게 한다. 이러면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금이 고정된 구매력을 갖는다는 건 착각이다. 금은 호황 때 가격이 오르고 불황 때 가격이 떨어진다. 가치는 존재하지 않고 가격만 존재한다. 그리고 금가격은 변동한다. 늙어가는 돈에서는 돈이 무조건 순환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돈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문4. 마이너스금리도 결국 금리 아닌가? 은행이 가져가는 걸 정부가 가져가는 것 아닌가?

답: "늙어가는 돈"은 마이너스금리가 아니다. 이걸 많이 착각한다. 마이너스금리는 은행에 들어간 돈에만 적용된다. 반면 늙어가는 돈은 모든 돈에 적용된다. 늙어가는 돈은 마이너스금리가 아니라 금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돈을 쌓아두면 스탬프비용을 물게 된다. 그건 돈순환이라는 공공재를 훼손한 것에 대한 벌금이다. 따라서 벌금을 물고 싶지 않다면 돈을 쌓아두지 않으면 된다. 게다가 그 벌금이 나오더라도 공공복지에 사용된다. 하지만 저축은 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참조할 것.

 

문5. 게젤 이론은 '돈을 쌓아둘 때 나타나는 현상'인 디플레에서만 맞는 것 아닌가?

답: 게젤의 이론은 디플레 뿐만 아니라 인플레도 설명한다. 경제현상 전체를 다 설명한다. 기존의 돈이 쌓이는 것은 돈 액면가가 불변하여 재화보다 저축매개물로 선호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이면 정부는 빚을 내던지 양적완화를 하던지 하여 돈을 더 찍어내게 되고, 그렇게 하여 돈의 양이 늘어난다. 이러면 '교환매개물 역할을 하는 돈'과 하지 않는 '남는 돈'이 생기는데, 이 남는 돈이 어떤 계기에 의해서 시장으로 몰리면 인플레가 된다. 애초에 돈이 스탬프머니에 의해 순환할 수 밖에 없도록 설정되면 그렇게 남는 돈이 생길 까닭이 없고 인플레도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기존 경제질서에서는 디플레와 인플레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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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일 이런 관점을 따른다면 그 다음 우리가 취할 행동은 기계(생산수단)를 모두 파괴하고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원시사회에서 낮아진 실업률로 기뻐하게 될까? 이런 관점은 바로 그 기계(생산수단)가 막대한 부(재화)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문제는 생산수단이 재화를 생산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생산한 재화를 제대로 교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가격이 떨어졌다고 멀쩡한 농산물을 폐기하는 농부들을 생각해보자.) 그렇게 교환흐름이 끊기는 것은 돈의 액면가가 불변하여 상품·노동과 대등한 관계에서 교환되지 못하고 이자를 받는다는 조건에서만 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텍스트로 돌아가기
2015/04/23 00:51 2015/04/2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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