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세 부담의 전가 가능성

칼럼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 제8권 해결책의 응용 제4장 여러 가지 지지와 반대'에서 리카도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토지가치세가 전가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게젤에 따르면 전가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를 만족해야만 하는데, 그 전제란 토지가치세로 얻은 수익이 소위 '공짜땅' 노동자의 노동대가를 늘리는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젤에 의하면 세 가지 부류의 공짜땅이 있다.
첫 번째 부류의 공짜땅은 말 그대로 공짜땅이다. 미개척지처럼 주인 없는 땅을 말한다.
두 번째 부류의 공짜땅은 무시할만큼 적은 금액을 내고 쓸 수 있는 땅, 그래서 공짜나 다름없는 땅이다.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은 과학이나 기술의 진보로 새로 생기는 땅이다. 예를 들어 비료를 개선해서 생산량이 3배로 늘면 땅이 3배로 늘어난 것과 같다. 또, 건축기술이 발달해서 건물을 높이 올리면 그 만큼 새로운 땅이 생기는 셈이다.

땅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면 소작농(세입자)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공짜땅으로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농사 지어서 얻은 생산물을 팔려면 다시 판매중심지까지 가져와야 하고 그래서 운송비가 붙는다. 그 생산물을 팔아 얻은 돈으로 자기가 필요한 재화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데에도 마찬가지로 운송비가 붙는다. 그래서 이런 저런 비용 다 제하고 노동대가를 얻는데, 땅주인은 노동자에게 그만큼을 임금으로 주고 나머지를 임대료로 얻게 된다.

이처럼 공짜땅 노동대가가 임금을 결정하는데, 그 중에서도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 노동대가에 의해 임금이 결정된다. 임금은 첫 번째 부류의 공짜땅 노동대가 밑으로 떨어질 수는 있지만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 노동대가 밑으로는 떨어질 수 없다. (헨리 조지의 용어로는 '지대선rent line'이다.)

따라서 토지세로 얻은 정부수익을 공짜땅 노동대가를 늘리는데 사용하느냐 마느냐가 분배에 중요한 차이를 낳는다. 전자는 공짜땅 노동자의 노동대가를 올리기 때문에 땅주인이 토지세를 전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그만큼 임금을 올리라고 땅주인한테 요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토지세 자체로 임대료를 공격할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한 번 더 지대를 공격하게 된다. 반면, 후자는 공짜땅 노동자의 노동대가를 올리지 않기 때문에 땅주인이 토지세 부담을 소작농(세입자)과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이 내용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Ⅰ. 분배'에 포함된다. 이 파트는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한다. 분배에 대한 기존 상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에 따르면 땅사유권을 남겨둔 상태에서는, 토지세를 부과하여 얻은 수익으로 땅주인들의 부동산에 길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아이의 교육비를 부담해주는 것도 모두 땅주인을 이롭게 한다. 그것들은 모두 공짜땅 노동자의 노동대가를 올리지 않기 때문에 땅주인이 토지세 부담을 전가시킬 수 있다. 반면 공짜땅 노동대가를 늘리는데 사용한다면 토지세 부담은 전가될 수 없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지대조세제나 지대이자차익세제를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는 토지세를 세입자나 노동자들한테 떠넘길 수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전가 가능성은 토지세로 얻은 수익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대조세제나 지대차익세제로 얻은 정부수익을 교육과 의료에 쓰면 토지세를 떠넘길 수 있게 된다. 교육과 의료에 지출하면 복지에 쓰는 것이니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이 "옳다구나!"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땅에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더해지면 그 이익은 그 땅의 지대에 반영된다. 임대료는 오른다. 그래서 그 혜택을 조만간 상쇄한다. 그래서 땅사유권은 모든 복지정책을 무력화한다.

결국 게젤은, 땅을 국유화하고 공매로 최고의 임대료를 납부하는 사람에게 임대하여 그 지대를 공공의 복지를 위해 쓸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지대가 오를 때마다 그만큼 임대료를 올려 땅을 빌려쓰는 자가 지대의 상승을 자기 것으로 취하지 못하게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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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9 21:52 2015/08/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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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홀씨 2015/08/09 22:19 URL EDIT REPLY
과학기술혁명이 만든 간척지, 새만금을 공짜땅이라고 생각하는 케인즈적 정치가들을 이론적으로 옹호하지 말라!! 새만금은 공짜땅이 아니라 어민들과 연안주민들에게서 사기쳐서 빼앗은 땅이다! 땅이 아니라 갯벌이고 바다이다! 원래 주인인 이들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low | 2015/08/10 12:06 URL EDIT
게젤은 케인즈가 아니다. http://blog.jinbo.net/silviogesell/10

새만금은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와 교환의 문제다.
<분배> 새만금은 어민들의 공유지가 사유화된 것이다. 공동체에 돌아가야 하는 지대를 개인이 차지한 것이다. 반면에 공짜땅 개혁은 땅을 국유화하고 그 지대를 공동체로 돌려준다.
<교환> 새만금은 어민들이 돈과 갯벌(공유수면)을 교환한 것이다.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부와 어민, 둘의 목적이 맞아떨어졌다. 공짜돈 개혁은 그런 사태를 예방한다. http://blog.jinbo.net/silviogesell/97

따라서 새만금은 게젤이 말한 "공짜땅"이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다. 새만금 같은 환경문제를 풀려면 게젤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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