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에서는 기계화가 일자리 감소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여러분들한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1. 실비오 게젤이 제안한 대로 공짜돈 개혁을 하여도1 기계화가 일자리를 줄일 수 있을까? 만일 그럴 수 없다면 그래도 일자리 감소가 기계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나?
2 .사람들이 일자리 감소가 기계화 때문이라고 믿게 될 때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계급은 누구일까?
첫 번째 질문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공짜돈 개혁으로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하게 되면, 돈은 어쩔 수 없이 교환되어야 한다. 쌓아두면 손해가 되니까. 따라서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서 사람한테 주게 될 것이다. 공짜돈은 기계화와 상관없이 노동수요를 창출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기계화로 인한 혜택을 모두 골고루 누리게 된다. 일은 편해지고 임금은 돈순환이 만들어내는 만큼 더 받게 된다. 따라서 일자리 감소는 기계화 때문이 아니라 돈의 결함 때문이다. 돈을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노동과 교환되지 않는 것이다. 초밥을 기계로 만들 수 있게 되어 요리사가 해고되어도 돈이 어쩔 수 없이 교환되어야 한다면 그 요리사는 그 돈이 만들어내는 다른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노동수요를 구현하는 것은 돈이다. 지금의 돈은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노동수요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을 개혁해야 한다. 기업이 기계로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도 돈 때문이 아닌가? 돈이 더 적게 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아닌가?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동기를 지배하는 돈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기계화가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그런 돈을 쓰는 것으로 인한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원인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돈을 쌓아두는 게 손해가 된다면 기계화가 진행되든 말든 돈은 노동과 교환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자본가"다. 여러분들이 실업의 원인으로 엉뚱한 것을 지목할수록 자본가들은 안심할 것이다. 기계화가 일자리 감소의 원인이라고 사람들이 믿는다면, 자본가들은 경제질서의 결함을 바로잡을 책임을 면하니까.
<명견만리>는 자본가의 이익을 지지하는 프로그램이다. 언론은 여러분의 이익을 챙겨주지 않는다. 언론은 "자본가의 대변인"이니까. <명견만리>가 말하고자 하는 속뜻은 이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든 건 기계화 때문이고, 기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이야. 그러니까 닥치고 열심히 각자 살 길 찾아라. 알겠니?
아마도 <명견만리> 다음 편에서는 기업들이 자비를 베풀어 일자리를 조금 더 만들어주는 사례를 보여주며 거기에 박수를 치고, 그게 최선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여러분들한테 근거없는 희망을 북돋아주고, 여러분들을 도와주는 시늉을 하며, 여러분들이 "진짜 개혁"을 밀어붙이게 되는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할 것이다. <명견만리> 다음 프로그램을 기대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