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from 아무그리나 2005/09/02 17:26

지난 8월 24일 오후6시40분경, 퇴근하는 미정씨를 태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위해 밤가마을 쪽에 있는 김철칼국수집을 향하고 있었다. 이면도로로 진입해 얼마 지나자 명가원 설렁탕집이 나왔고 한 블럭만 더 가면 되었다. 명가원 주차장 근처 이면도로는 길은 좁은데 도로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시야가 나빴다. 마지막 교차로로 진입해 중간지점을 통과하고 있을때 오른쪽에서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는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미정씨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세상이 몇초간 정지한 듯이 느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쓰러져있는 미정씨에게 갔다. 미정씨는 눈을 감고 울고 있었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차안에 산모가 있다며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상대편 차에서도 사람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아주머니였는데 '갑자기 그렇게 세게 달리면 어떡해요!'라고 소리쳤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 어떤 아주머니가 산모에게 주라며 물한컵을 가져왔다. 미정씨는 여전히 누워서 눈을 감고 울고 있었다. 다행히 외상은 없어보였지만 뱃속의 아이가 걱정되었다. 상대차량 아주머니도 산모를 보자 더 이상 아무말을 하지않았다. 곧 119 구급대가 도착하였다. 소방서가 가까이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였다. 미정씨는 구급차에 실려 바로 길건너에 있는 동원산부인과로 후송되었다. 제발 별 탈이 없기를 빌 뿐이었다.

일단 산모를 보내고나니 사고처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12에 신고하려고 하니 주위에 서있던 사람들이 벌써 신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장사에 방해가 되니 차를 옆으로 치워달라고 한다. 순간 화가 치밀었으나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하고 싸워볼 의욕이 없었다. 

미정씨가 실려가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파출소가 바로 옆인데도 말이다.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니 상대편 운전자가 왜 자기한테 물어보지 않고 경찰에 전화를 하냐고 화를 냈다. 그게 무슨소리냐고 하자 자기는 보험을 안들었다며 합의로 해결하자고 한다. 황당해하고 있는 와중에 경찰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 상대편 운전자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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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2 17:26 2005/09/02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