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 고봉산 지켜냈다
“도심습지 살리자” 7년싸움끝 보전 확정
한겨레 홍용덕 기자

시민들이 경기 일산새도시의 ‘허파’인 고봉산을 마침내 살려냈다.

오는 19일 고봉산 습지 들머리에서는 습지 보전이 확정된 것을 자축하는 ‘시민축제 한마당’이 열린다. 주민들과 시민단체, 고양시 등이 막개발을 몸으로 막아나선 지 6년11개월 만의 일이다.

해발 208m에 불과하지만 고양시에서는 가장 높은 고봉산은 정발산과 함께 고양시의 대표적 도심 녹지축으로, ‘인공 허파’인 호수공원과 달리 자연이 제공한 ‘허파’ 구실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22호인 애반딧불이와 환경부 지정 보호동물인 물장군 등 희귀 동식물 60여종이 서식할 만큼 뛰어난 도심 습지인 고봉산이 훼손 위기에 놓인 것은 1999년 12월15일. 대한주택공사가 고봉산 일대 25만평을 일산2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해 2006년까지 아파트 6370가구를 짓기로 하면서였다. 고봉산 자락의 해발 70m까지 임야 10만평을 잘라내는 이 개발은 주민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재앙’이었다.

주민 이덕혜(산들마을 2단지)씨는 15일 “우리는 환경운동가도 시민단체 회원도 아니었다”며 “그러나 어느날 아파트 창밖으로 포클레인이 나타나 푸른 나무를 잘라내고 시뻘건 흙을 파내는 모습에 마음이 들끓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양녹색소비자연대는 2000년 4월 고봉산 보전 성명을 냈고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방식을 본떠 2001년 ‘고봉산 땅 한 뼘 사기 시민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땅 사기 운동은 실패했고 오히려 주민 대표 2명이 고발된 가운데 기반공사가 강행됐다.

주민들은 이에 촛불집회와 한겨울 컨테이너 농성, 단식 투쟁 등을 통해 맨몸으로 공사를 막았고, 시위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중 문화운동으로 고봉산의 아픔을 지역사회에 전달하려 애썼다. 장회익 전 서울대 교수와 김지하 시인, 화가 이태수씨, 이기영 호서대 교수 등 일산 지역의 대표적 ‘명사’ 주민들도 힘을 보탰다. 동물원, 한영애, 권인하 등 인기 가수가 나선 ‘고봉산 살리기 환경콘서트’에는 수천명의 주민이 몰리기도 했다.

이렇게 싸움이 이어지기를 6년. 주공과 고양시는 마침내 지난 9월25일 고봉산 1만3천평 중 4천평은 고양시가 사들이고 나머지 9천평은 주공이 공원으로 지정해 원형대로 보전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체결했다. ‘고봉산 보전 공동대책위’ 김미영 국장은 “이는 고양시민의 성공을 넘어, 만신창이가 된 우리 국토와 녹지를 살리려 막개발에 저항해 승리한 시민운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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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8 09:06 2006/11/18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