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실시 2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집회가 있어 다녀왔다. 2004년 8월부터 실시된 고용허가제는 그동안 시행되어 오던 산업연수생제도의 대안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산업연수생제도와 이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산업연수생제도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당연히 노동자로서 가져야 할 많은 권리들로부터 제외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산업연수생제도의 폐지를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고용허가제는 10여년간의 이주노동자운동의 투쟁의 결과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고용허가제는 새로운 '괴물'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 중에 하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의 해결에 있다. 해결의 방법은 새로 입국하는 일부의 노동자들을 합법화 시키는 대신 기존에 들어와있거나 새로 발생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하여 강제 추방하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말한 것처럼, 고용허가제 실시 이전에는 '인간사냥'이라고 불릴 정도의 지금같은 단속추방이 없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단속 추방의 과정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희생되었다. 단속을 피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고 단속의 중압감과 미래에 대한 절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많았다. 이날 집회에서는 그 중에서 이주노조 등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주노동자 121명에 대한 추모식이 있었다. 고용허가제라는 '괴물'이 2년만에 121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날 집회에서는 최근 개악되려고 하는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규탄발언도 있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용국 변호사는 '보호'라는 이름하에 사실상 인신구금을 하고 있는 현행 제도가 나아지기는커녕 여전히 행정집행의 편의성에 맞춰져있다고 비판했다. 고용허가제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성격을 보았을때 출입국규제를 더욱 강화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로 보인다.

 

이날 집회에는 약50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였다. 이주노조 등 이주노동자들이 100여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었다. 특히 전국철거민연합 회원들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강제추방반대'라는 요구는 이들의 요구와도 그리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아직 진심으로 껴안으려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자신의 조합원들이기도 한 이들의 투쟁에 부위원장의 연대사 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민주노동당도 구리시위원회 등 3~4개 지역위원회가 깃발을 들고 참여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탄압 받고 있는 포항건설노조는 안타깝게도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을 금지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탄압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워도 힘이 모자라는 판임에도.

 

하지만 계속되는 탄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기 넘쳐보이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은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한국경제의 활력을 유지시키는데 기여해온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앞으로는 한국노동운동의 활력소가 되는 날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깃발을 들고 있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더 많은 지지와 연대를!










 


정부의 단속과 산재로 죽은 104명의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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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4 18:44 2006/08/14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