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6_09_05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3차례 전쟁을 일으켰다. 2001년의 아프간전쟁, 2003년의 이라크전쟁, 그리고 최근의 레바논전쟁이 그것이다. 레바논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공방이었으나 (이란 공격을 염두에 둔) 부시행정부의 강력한 부추김과 후원에 의해 치러진 전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지역에서 5년간 무려 3차례나 전쟁을 일으킨 부시행정부의 목표는 물론 세계경제의 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 에너지자원의 독점적 통제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시행정부의 야심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란 의 이슬람정권이 중동지역 반미자주세력의 최후의 보루로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레바논전쟁에서 드러나듯, 미국이 벌인 일련의 전쟁으로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중동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던 이라크 후세인정권과 반미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아프간 탈레반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중동의 자주세력이 기댈 곳은 이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행정부 네오콘의 '새로운 중동(New Middle East)' 야망이 현실화되려면 '반드시' 이란의 이슬람정권을 타도하고 친미정권을 세워야만 한다. 문제는 점령 3년이 지나도록 '식은 죽 먹기'라던 이라크 안정화 계획이 실현되기는커녕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아프간 상황마저 불안정해지는 지금, 과연 현재의 미 군사력으로 이란을 평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중동지역의 군사력을 철수시킨다면 결과적으로 이란에게만 좋을 일을 시켜준 꼴(이란의 숙적들을 모두 제거한 다음 물러나므로)이 되고 말 것이라는 점에서 손을 뗄 수도 없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 등에서 내리자니 호랑이에게 잡혀먹을 것이 두려워 내릴 수도 없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부시행정부의 네오콘들이 올 10월 이전에 이란 공격을 단행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해지고 있는 만큼, 그 이전에 확전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같은 미 부시행정부의 딜레마를 분석한 압바스 바크티야르 박사의 글, '미국 대 이란 : 공격은 피할 수 없는가?(US vs. Iran: Is an attack inevitable?)'의 주요 부분을 번역한 글이다.바크티야르 박사는 노르웨이 노르트란트대학 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노르웨이에 거주하면서 여러 인터넷미디어에 기고하는 중동전문가다. 원문은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ZNet(http://www.zmag.org/content/showarticle.cfm?SectionID=67&ItemID=10842)에 실려 있다. <편집자>

 

네오콘의 계획
  
  1997년, 딕 체니, 젭 부시, 도날드 럼즈펠드, 폴 월포위츠, 엘리옷 아브람스, 루이스 리비, 엘리옷 코헨 등 일단의 네오콘들이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라는 이름의 싱크탱크를 결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자신들의 비전을 담은 '강령선언'에서 자신들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매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옹호하며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20세기가 끝나가는 지금,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우뚝 서 있다. 서방의 냉전 승리를 이끈 미국은 이제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맞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의 성취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는가? 미국은 새로운 세기를 미국의 원칙과 국익에 유리하게 만들어 나갈 각오가 돼 있는가?"
  
  사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국가지도자들에게도 명확했던 사실, 즉 미국의 쇠퇴를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그러한 쇠퇴를 저지하고자 했다. 2차대전 기간동안의 엄청난 군비 지출과 이후 소련과의 군비경쟁으로 미국경제의 체질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2000년이 다가오면서 미국이 중국, 인도 등 떠오르는 강대국들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계획경제의 비효율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소련과 달리 중국은 공산경제체제의 근원적 결함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중국은 10억이 넘는 국민들이 중앙의 강력한 통제 아래 근면하게 일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나라의 군사력을 지탱하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력이다. 중국의 경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으며, 이에 따라 군사력과 국가 위상도 현격하게 높아졌다. 이러한 중국을 인도를 비롯한 일단의 국가들이 바짝 뒤쫓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도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중이다. 이들 국가들은 국력을 키워가면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실력에 걸맞는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더 이상 초강대국의 그늘 밑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 나아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고분고분 순응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대가를 요구한다. 심지어 어떤 때는 미국과의 거래에서도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하기도 한다.
  
  미국은 스러져가는 제국이며 더 이상 국제사회의 룰에 맞게 행동할 여유도 없다. 하긴 지금까지 미국이 그래 왔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이 '선제공격' 운운하는 것은 오래지 않아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려는 나라들의 성장과 야망을 꺾어놓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나 선제공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막아보려는 마지막 절망적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선제공격에 의해 국제체제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하는 점은 일찍이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명쾌하게 설파한 바 있다.
  
  "국제체제에서의 부와 힘, 즉 경제력과 군사력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며 그러한 측면에서 관찰돼야 한다. 상대적이기 때문에, 나아가 모든 사회는 변화의 운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체제에서 힘의 균형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재의 세력균형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은 어리석은 것이다."
  
  어리석든 아니든, 현재 미국 행정부는 바로 이러한 헛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쇠퇴를 막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연구한 끝에 한 가지 해결책을 도출해 냈다. 그것은 '유전(油田)을 장악하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 에너지의 원천들을 미국이 장악한다면, 미국은 세계경제의 성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으며 이에 저항하는 세력은 미국의 군사력으로 제압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물론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의 두 강국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이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이스라엘 전략을 재고해야만 한다. 이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따라서 네오콘은 앞의 거대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부시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 점령했다. 이라크가 첫 번째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이 나라가 지극히 허약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돼야만 한다. 8년에 걸친 이란과의 전쟁, 쿠웨이트 침공 이후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의 궤멸적 전쟁, 그리고 10년 가까운 금수조치에 의해 이라크는 손가락 하나 들어올릴 만큼의 힘도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미국은 유엔 이라크무기사찰팀에 심어둔 첩보원들을 통해 이라크의 군사시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바그다드 방위를 책임진 이라크 장군을 매수해 놓을 정도였다.
  
  당시 미국의 속셈은 이라크를 신속히 평정한 다음, 이라크와 인접한 이란 남부의 유전지대인 후제스탄(Khuzestan)을 장악한다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비교적 평탄한 지형으로 탱크 등을 이용한 기동전에 이상적인 곳이다. 유전지역만 장악한다면 테헤란의 이슬람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그리하여 이란에 친미괴뢰정권을 세우는 것도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었다.
  
  이 계획이 성공했다면 미국은 지금쯤 이라크와 이란,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에 미군 기지를 확보하고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30%, (지금까지 확인된) 세계 석유자원의 61%를 제 맘대로 주무를 수 있을 터였다. 그리하여 중국, 인도, 유럽연합,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생존을 위해 미국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을 것이다. 미국은 이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아, 과거 서방국가들이 제3세계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어 경제적 착취를 했던 것처럼, 이라크와 이란에 자신만의 세력권을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상당수 독자들은 이같은 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오늘날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그러나 실제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또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미국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보여주겠다.
  
  이라크 임시행정처(CPA)
  
  이라크를 점령하자마자 미국은 이라크 임시행정처(CPA)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CPA는 이라크인들이 총선을 통해 자체 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활동하는 임시정부였다. (부시행정부에 의해) 임시행정처의 책임자로 임명된 폴 브레너라는 미국인은 다음과 같은 조항에 의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다.
  
  "CPA는 안보리 결의 1483호(2003년) 등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들에 의해, 또 이 결의들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라크의) 모든 행정, 입법, 사법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 이 권리 행사의 담당자는 CPA 행정관이다."
  
  브레너는 이라크의 임시대통령, 의원, 대법원 판사 등을 임명했으며 발표 즉시 법률의 효력을 갖는 행정명령을 내놓기 시작했다. 모두 100개의 행정명령이 발표됐는데 이 자리에서는 일부만 소개하기로 한다.
  
  행정명령 39호는, (1) 200개 이라크 국유기업의 민영화 (2) 이라크 기업의 100% 외국인 소유 허용 (3)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내국인 대우', 즉 이라크 기업인에 대한 특혜 금지 (4) (외국인 투자에 의한) 모든 이윤 및 기타 자금의 무제한 송금 허용 및 과세 금지 (5) 40년간 소유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라크의 재건과정에서 이라크인들에 대한 특혜는 금지되는 반면 핼리버튼, 벡텔과 간은 외국기업들은 이라크 기업들을 마음대로 사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며, 이윤을 모두 본국에 보낼 수 있다. 이들 외국기업들에게 이라크인을 고용하라거나 이라크에서 번 돈을 이라크경제에 투자하라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 외국기업들은 그들이 원하는 때, 원하는 액수만큼의 돈을 외국으로 빼돌릴 수 있다.
  
  행정명령 57호와 77호는 미국이 지명하는 회계관과 감사관을 이라크 정부의 모든 부처에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임기는 5년이며 각 부처의 계약, 프로그램, 소속 직원, 그리고 규제 등에 관해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행정명령 17호는 민간보안회사(돈을 받고 전투행위를 하는 외국 민간인 용병: 역자)를 비롯한 모든 외국 계약업체들에 대해 이라크 법으로부터의 완벽한 면책특권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이들이 사람을 죽이거나 환경재앙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이들을 이라크 법정에 세울 수 없다. 이들에 대한 처벌은 미국 법정에서 이루어지게 돼 있다.
  
  행정명령 40호는 외국 은행이 이라크 은행의 주식을 최대 5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행정명령 49호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종전 최대 40%에서 15% 단일세율로 인하했다. 소득세율 상한선도 15%로 인하됐다.
  
  행정명령 12호(2월 24일 개정됨)는 이라크로 수입되거나 이라크에서 수출되는 모든 상품에 대한 모든 형태의 관세를 철폐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에는 외국의 값싼 소비재들이 물밀듯이 밀어닥쳤고, 세계적 거대기업의 도전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던 이라크 현지의 생산자 및 유통업체들은 파멸적 결과를 맞았다.
  
  내가 중동지역의 신식민지화를 말할 때 염두에 둔 것은 바로 이런 행정명령들이었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이 미국의 주요기업을 통제하는 것을 한사코 막아 왔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UAE) 기업이 미국 몇몇 항구의 부두운영권을 사들이자 미 의회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 거래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만일 외국인이 TV나 신문 등 특정 분야 미국 기업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소유하려면 먼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라크의 경우는 미국과는 사정이 전혀 딴판이다. 서방기업이 들어와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은 형국이다.
  
  수렁
  
  지금 미국과 영국 정부는 수렁 속에 빠져 있다. 당초 이들은 이라크 침공에 드는 비용을 1000억 달러 정도로 계산했다. "2002년 9월, 백악관 경제수석 보좌관인 로렌스 린지가 이라크 전쟁 비용이 최대 2000억 달러까지 될 수 있다고 말하자 다른 고위 보좌관들은 그를 반박했으며, 3개월 후 부시는 그를 해임시켜 버리고 말았다." 현재 이라크 전쟁비용은 최대 2조 달러까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미국의 계산은 이라크를 신속하게 점령한 다음, 원유 생산을 정상화시켜 국제 원유가를 낮춘다는 것이었지만 이 계획은 보기 좋게 어긋나 버렸다. 유전, 송유관, 그리고 석유관련 시설들이 반군들의 공격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라크 점령 후 3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이라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미국과 영국이 당초 기대했던 500만~600만 배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원유가는 배럴당 60~78달러선을 맴돌고 있으며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미국은 앞으로 수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경제로는 현 유가 수준이나 해외 군사활동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고유가가 GDP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냐 하는 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콜린 캠벨과 진 라헤레레라는 학자는 <응용경제학저널(Journal of Applied Economics)>에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가가 100% 인상될 경우 미국의 경제 산출량은 3.5~5% 감소된다. 다른 석유수입국들의 경우, 유럽연합 전체로는 1~2%, 캐나다는 1% 미만의 생산 위축이 예상된다."
  
  3.5~5%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는 대단히 큰 손실이다. 2005년 미국의 GDP 규모가 12조4700억 달러이므로 3.5% 감소라면 4364.5억 달러, 5% 감소라면 6235억 달러의 경제위축을 의미한다.
  
  고유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고유가가 계속될 경우 미국 GDP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선택
  
  미국 역사상 이처럼 단기간에 미국의 국익에 그토록 엄청난 타격을 입힌 행정부는 부시행정부를 빼놓고는 없다. 부시행정부는 전세계 10억 무슬림들을 미국의 반대파로 만들었고, 유럽ㆍ아프리카ㆍ아시아 사람들과의 관계도 악화시켰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걸핏하면 무력행사를 들먹였으며, 온 세계에 걸쳐 친구를 만들기보다는 적만을 만들어 왔다. 러시아,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바로 그런 나라들이며, 이들 국가는 미국이 더 이상 강력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몇 안 된다. (이라크 침공 등으로) 중동지역의 세력균형을 무너뜨린 이제, 미국은 새로운 세력균형을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세계경제에 미증유의 혼란을 초래할 모험을 강행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에게는 3가지 선택지가 있다. (1) 이라크로부터의 철수 (2) 이란과의 대타협 (3) 이란에 대한 공격.
  
  1. 첫 번째 선택은 미국에게는 엄청난 전략적 패배다. 중동지역의 모든 국가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철수는 패배나 다름없다. 중동지역의 민심을 거슬러 미국을 지원해 왔던 이 지역의 친미정권들은 이제까지의 정책방향을 180도 바꿔 이란과의 안보협상을 추진해야 할 터인데, 이 경우 이란의 전략적 우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2. 미국은 이란과 타협할 수도 없고, 타협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 등으로) 수천 명의 미군 병사가 목숨을 잃고 부상한 외에 수천억 달러의 전비를 퍼부은 미국으로서는 이에 대한 경제적, 전략적 반대급부를 원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란은 미국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보장을 요구하겠지만 미국도 이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이라는 변수가 있다. 이제 이란은 이슬람 및 아랍세계의 중심이 됐다. 무슬림들은 팔레스타인의 이익을 보호해줄 세력은 이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과의 대타협이란 결국 이스라엘이 지난 67년 6일전쟁을 통해 불법 점령한 영토(서안, 가자, 골란고원 등)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미국의 유대인 로비세력이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3. 결국 미국에게는 한 가지 선택밖에 없다. 우선 이란을 고립, 약화시킨(가능하다면) 다음, 이란을 공격하는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우라늄 농축에 대한 그동안의 야단법석은 모두 이 목표를 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부시행정부는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 왔다. 한마디로 지금 상황은 이렇게 해도 지고, 저렇게 해도 지는 상황이다(lose-lose situation).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이 이란 공격을 강행할 경우 더 많은 나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으리라는 점이다. 이란 공격의 전략과 전술, 그 결과 등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룰 수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지적하기로 하겠다.
  
  만일 미국이 이란 공격에 나선다면, 우리 모두는 앞으로 자전거타기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의 미래는 밝지가 않다. 아무리 보아도 부시행정부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파괴해 버리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리하여 모든 것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기로.

   
 
  압바스 바크티야르/노르웨이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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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6 17:04 2006/09/06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