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수딘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팔에서 거는 전화다. 수딘은 여름에 네팔로 돌아갔다. 8년여 동안 지내던 한국생활이었지만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런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가게 되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계속 연락해도 내가 전화를 안받았다고 한다. 결국 몇달이 지난 지금에까지 그 일을 떠올리고 다시 전화를 한 것이다. 내가 그에게 해 준 일은 체불임금을 받는 일을 한 두번 도와줬을 뿐이고 가끔 사무실로 놀러오면 반갑게 맞아준 것 뿐인데...가끔 이런 전화를 받을때면 뭔가 들킨 것처럼 부끄러워진다.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에 비해 내가 이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작다는 것을...
거의 모든 대화의 마지막에 들을 수 있는 한마디..."언제 네팔 놀러오세요? 네팔 오면 꼭 전화하세요!"
로또에라도 당첨되면 이런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낮에 EBS에서 해 준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꿈의 구장'을 봤다. 야구광이다보니 야구영화라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듯이 채널을 고정하는 게 습관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야구를 소재로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야구가 주제인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 보다는 미국 68세대가 그 이전 세대와 야구를 매개로 화해하게 되는 과정을 좀 판타지하게 그린 영화다. 68세대와 그 이전 세대와의 갈등, 진보적인 도시출신의 젊은 세대와 시골의 보수적인 주민들과의 갈등, 아들과 아버지와의 갈등....등 우리가 보기에도 낯설지 않은 갈등들이 등장하고 이것이 절묘하게 야구와 연결되어 해결되어 간다. 어찌보면 좀 억지다 싶은 장면도 많고 판타지적 요소도 많아 야구를 좋아하면서 미국 68세대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으면 좀처럼 재밌게 보기 어려운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나온 대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다.
"미국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또 변해왔지. 하지만 야구만은 언제나 그대로 였어"
야구가 세대간의 갈등을 치유해줄 수 있는 약이길 바라는 건 미국인의 관점에서는 어쩌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프로야구는 군사정부에 대한 반감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만들어졌다는 '원죄' 를 가지고 있다. 더우기 한국의 프로야구는 대부분 재벌들의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한국의 프로야구도 미국에서처럼 세대간의 갈등치유제로 사용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야구장에 오는 부모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야구가 사회에 뭔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스포츠라는 이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 요즘 프로야구팬들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부진하다고 청문회니 뭐니 하는 걸 보면 영국식 훌리건 문화로 흘러가는 건 아닌지 좀 우려스럽기도 하고....아무래도 새로운 변화는 기존 프로야구 보다는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독립리그나 아마야구 쪽에서 기대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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