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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여당은 껍데기만 개혁”

김형오 “여당은 껍데기만 개혁”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의 실거래가 기준 부동산 과세 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 정책에 미온적인 열린우리당을 “껍데기만 개혁”이라며 비판했다. 보수정당 한나라당 의원이 개혁정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을 반개혁적이라고 질타한 것이다.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18일 ‘집값이 비싸면 세금도 많이 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제목부터 참여정부의 조세정책에 반대하던 한나라당의 정책방향과는 다르다. 김 의원은 성명서에서 “실거래가 과세를 두고 개혁당이라 자처하는 여당에 말이 많다. 실거래가 과세는 수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그것이다. 건설경기 부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 국민들의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유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실거래가 과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라는 조세원칙에 맞는 바람직한 정책이고 많이 버는 자는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자는 적게 내는 것이 조세정의인데 이런 원칙을 여당이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여당의 입장에 대해서는 “ 속내는 2007년 대선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다. 표에 약한 것이 정치논리다. 이번 보선에서 혼쭐이 나더니 모든 것이 표로만 보이나 보다. 국민에게 아첨 떤다고 표가 올까?”라며 공세를 폈다.

“미국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그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부동산 과세도 철저히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며 미국과의 과세액을 비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세제 개편으로 15억원짜리 서울 강남의 45평 아파트 재산세는 101만원에서 175만원으로 오르는데 미국에서 10억원짜리 집의 재산세는 1500만원이다. 김 의원은 “건강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떳떳한 부자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부자들도 이점을 참고해야 한다. 미국부자들이 내는 세금의 반만이라도 내야 부자 대접받지 않겠는가? ”라며 부자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끝으로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개혁을 구호로 정권을 획득한 정당이라 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권획득을 위해 자본주의와 조세정의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저울질은 그들이 말하는 조세저항보다 더 큰 국민적 저항을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성명과 관련, 김 의원은 “도덕적 기반 없는 자본주의는 부패하고 붕괴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은 주장이 당 정책에도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순열 기자ryoosy@segye.com
세계일보 2005. 5. 19


<성명서 전문>

집값이 비싸면 세금도 많이 내라!

집값 안정!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을!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약이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평생의 꿈’이다. 강남 집값이 서울 인근 지역 같은 평형의 2~3배가 넘는 현실에서 서민들은 환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되었다.

노대통령은 작년에 또 이런 말을 했다. “강남사람과 밥 먹고 의논하면서 무슨 부동산 대책이 나오겠느냐? 어떤 일이 있어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바로 잡겠다”고 호언을 수차 했는데도 어쩐 일인지 대통령의 말 빨이 먹히지 않는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은 놓치고 그때그때 임시방편적, 대증적, 감정적으로 임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실거래가 과세 등의 대책을 내 놓았다. 부동산을 실거래가 기준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개혁당이라 자처하는 여당이 말이 많다. 실거래가 과세는 수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그것이다. 건설경기 부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 국민들의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속내는 2007년은 대선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다. 표에 약한 것이 정치논리다. 이번 보선에서 혼쭐이 나더니 모든 것이 표로만 보이나 보다. 국민에게 아첨 떤다고 표가 올까?

이제 분석 좀 해보자.

한마디로 실거래가 과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라는 조세원칙에 맞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많이 버는 자는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자는 적게 내는 것이 조세정의다. 이런 원칙을 여당이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당장 부동산 거래자들에게 부담이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지지율도 떨어진다는 논리다. 이것은 ‘껍데기만 개혁’이라는 스스로의 진면목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일 뿐이다.

건설경기부양이나 국민들로부터의 조세저항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공교롭게도 세금이다. 여유 있는 사람이 집을 두세 채 가지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여유가 있으면 서울에 본집을 두고 여름엔 해운대에, 가을엔 설악산에 겨울엔 제주에 집을 둘 수 있는 것이다. 또 고향에 별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언제부턴가 1가구 2주택, 3주택 등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을 죄악시해 왔다. 이들에게 중과세하는 것은 경기부양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실가과세 원칙에 맞는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러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건설경기가 부양되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오래한 러시아의 모스크바 사람들도 대부분 교외에 ''다차''라는 별장을 가지고 있다. 저택 같은 것에서부터 초라한 오막살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주말이면 ‘다차’로 떠나 지친 몸과 마음을 식혔다. 반찬거리도 장만해온다. 이것이 가혹한 공산독재 속에서도 그들만의 유일한 쉼터가 되었던 것이다.

어떤 나라나 부자와 빈자가 있기 마련이다. 부자로서 대접받기 위해서는 번만큼 세금을 내고 큰 소리 치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올바른 자본주의의 가치다. 우리나라의 부자는 세금도 적게 내고 큰소리도 못 친다(적어도 서민들은 그렇게 느낀다). 부자는 증오의 대상이 아닌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많은 액수의 세금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건강한 부자들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느냐에 따라 부자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세제도의 투명화와 선진화를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다.

“큰집을 지니려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물도록 하라” 이것이 부자가 한국에서 대접받는 조건이며 자본주의 논리다. 미국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그 사회에서 인정받는다. 한국 부자들이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고 사회에 기여하지 않아 비판받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건강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떳떳한 부자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부자들도 이점을 참고해야 한다.

미국은 철저히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 구매당시 가격으로 매년 재산세를 낸다. 오래 지니고 있으면 집값이 뛰어도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낸다. 대신 팔 때의 양도소득세는 각오해야 한다. 강남부자들은 미국에 많이 다녀왔을 것이다. 미국부자에 비하면 비할 바 못되지만 그래도 부자는 부자 아닌가. 미국부자들이 내는 세금의 반만이라도 내야 부자 대접받지 않겠는가?

부동산 값을 안정시켜야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 또 부동산 차익에 대한 세금을 높이면 부동산 거래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사회전반의 문제인 빈부문제나 계층문제도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개혁을 구호로 정권을 획득한 정당이라 했다. 그런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정권획득을 위해 자본주의와 조세정의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썩은 자본주의의 암적 존재인 미국”보다 못한 조세제도로는 ‘껍데기 개혁’밖에 더하겠는가?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저울질은 그들이 말하는 조세저항보다 더 큰 국민적 저항을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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