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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부동산 대책에 대한 <토지정의> 논평

5.4 부동산 대책에 대한 <토지정의> 논평

<토지정의>는 먼저 정부가 5월 4일에 내놓은 부동산 세제 개편의 기본 방향(이하 5.4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적극 환영한다. 그동안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과 같은 극한 용어를 써가며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해왔지만, 그것이 말로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토지정의>는 이번에 발표한 개편 방향이 아래와 같은 구체적 내용과 목표가 들어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기존의 것과 다르다고 평가한다. <토지정의>가 적극 환영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정의>가 5.4 부동산 대책에서 무엇보다 환영하는 것은 기존의 거래세 중심의 부동산세제를 보유세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대 보유세 비율이 거의 80 : 20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대단히 후진적이었다. 이것은 한마디로 시장경제의 생명인 거래는 위축시키면서 부동산 보유기간의 불로소득은 용인해주는 구조였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것을 선진국 수준(예컨대 미국의 거래세대 보유세 비율은 2 : 98 임)으로 바꾼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동산 보유기간의 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은 높이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둘째, <토지정의>는 정부가 보유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릴 것을 천명한 데 대해 환영한다. 정부도 밝혔듯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은 선진국(미국, 영국)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선진국을 지향한다면 부동산보유세율은 최소한 5.4 부동산 대책의 목표치 이상으로 반드시 현실화되어야 한다.

셋째, <토지정의>는 양도소득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여 투기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환영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중 하나인 막대한 시세차액은, 공동체의 노력과 기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것에 대한 환수를 강화하는 것은 노력과 기여의 대가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진정한 사유재산제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넷째, <토지정의>는 정부가 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의 장기적인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방법과 일정표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기는 미래에 대한 불로소득의 전망과 직결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명은 부동산 투기세력들에게 강력한 경고신호로 인식되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토지정의>는 정부의 부동산세제 개편방향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5.4 부동산 대책보다 훨씬 더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5.4 부동산 대책에서 2008년까지 보유세의 2배 인상은 너무 낮고, 보유세 실효세율 1% 도달 시점인 2017년은 너무 멀다. 현재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0.15%로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그 2배인 0.3%도 미미한 수준일 수밖에 없는 것이며, 1% 도달시점은 아무리 늦어도 차기 정권의 임기말인 2012년은 되어야만 현 정부의 정책실행 의지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인데, 차차기 정권의 임기말인 2017년으로 잡은 것은 너무 멀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의지에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부동산 보유세 강화정책의 궁극적 목표를 실효세율 1%로 두어서는 안 되고, 토지불로소득의 완전 환수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토지정의>는 정부가 대만 쑨원의 민생주의 중 평균지권(平均地權), 즉 ‘국민의 평등한 토지권’에 입각한 토지불로소득 환수 및 국민 공유와 같은 토지 정의 사상을 확고한 국가 철학으로 삼아야 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기반시설부담금제로는 개발사업 인근 지역의 투기적 이익을 환수하기 곤란하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반시설부담금제와 같은 우회법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개발부담금제와 같은 정공법이 그것도 과거보다 대폭 강화되어 부활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2003년 10.29 부동산대책에서 개발부담금제 유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2004년에 전국에서 개발부담금 징수를 금지하였고, 2005년에도 재도입하지 않았다. 기존의 개발부담금제는 개발이익 환수액이 미미하였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개발부담금제에 의해 1990년부터 1998년까지 8년 동안 총 1조 6,397억 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하였는데, 그에 비해 1990년 1년 동안 실현된 개발이익은 43조 4천 억 원이나 된다. 기존 개발부담금제는 그 개발이익 환수액이 너무 작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차제에 개발부담금제는 대폭 강화되어 부활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의 보유세 중심의 개편방향에 토지와 건물을 분리시키는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 부동산 투기의 진정한 원인은 건물이 아니라, 그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토지에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토지는 그 가치가 상승하는데, 부동산 투기는 바로 이 상승하는 토지가치를 불로소득으로 얻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부동산 투기의 문제를 토지투기문제로 봐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천부자원인 토지의 보유세는 올리고 인간 노력의 소산인 건물의 보유세는 내리면, 토지 이용도는 높아지면서 건물의 개선ㆍ신축활동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5.4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집중시킨다면, 현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투기제거’뿐만 아니라 ‘건축경기의 자연스러운 활성화’라는 부산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이에 대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는 “부동산 보유세는 ‘최선’의 세금 중 하나인 토지보유세와 ‘최악’의 세금 중 하나인 건물보유세가 결합된 세금”이라고 평가했는데, 참여정부는 이 말을 반드시 유념하여 부동산 세제를 토지보유세 중심으로 다시 개편하여 법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정부는 차제에 토지보유세를 현재의 목표치보다 대폭 더 높이면서 그만큼 타 조세를 감면하는 ‘패키지형 조세개혁’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패키지형 조세개혁이란 토지보유세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대신, 생산과 유통에 부과되는 세금인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 등을 지속적으로 감면해주는 것, 다시 말해 토지불로소득은 환수하여 제거하는 대신 노력소득은 장려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만약 이런 방향으로 전면적 세제개혁을 추진하면 실업문제와 소득양극화문제도 상당부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정부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법안을 만들 때,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후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은 올해부터 실시될 종합부동산세의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처음에 종합부동산세 중심의 부동산 세제 개편방향이 발표되었을 때 그것은 분명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보다 상당히 개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의 구체적인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크게 후퇴해버리고 말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과정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만약 참여정부가 위에서 <토지정의>가 제안한 보완사항들을 담은 부동산세제법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참여정부는 부동산 세제를 선진국형으로 개편하는 데 초석을 놓은 정부로, 그리고 망국적 고질병인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정부로 국민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

2005. 5. 5

연대단체(17개):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경실련), 균형사회를 여는 모임, 민들레공동체, 보은예수마을, 복음적 사회선교를 위한 새벽이슬, 생명평화연대,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 예수원, 작은손길, 전국철거민협의회, 주거권 자유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코람데오선교회, 하남YMCA,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헨리조지 연구회,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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