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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촉매제 하도급 구조, 개선방안은?③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③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산업발전 붕괴 악순환 함정, 헤어나야

협력적 대-중소기업 관계 구축…‘남미형’ 돼선 곤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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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그림으로 지금의 하도급 확대와 근로조건 격차의 악순환 구조를 표현하면 이렇다. <그림 1 참조> 하도급 구조와 노동시장의 계층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더욱이 하도급 기업들은 수직적 분업구조 아래에서 더 낮은 위치로 떨어진다. 이는 양적 유연성 전략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외주화를 더욱 촉진하게 되고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 매일노동뉴스

결국 외부에 열악한 근로조건을 갖는 2차 노동시장의 존재는 대기업 내부 노동시장에 포섭돼 있는 정규직들에게 ‘고용안정’에 더 집착하도록 하는데, 따라서 대기업은 정규직들을 포섭하는 비용을 더욱 늘리게 되고 이를 중소기업 노동자를 배제함으로써 얻는 이득으로 상쇄하려는 유인을 높이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를 한마디로 ‘숙련에 기초한 산업발전이 붕괴되는 악순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간 거래 투명성 제고 절실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 ⓒ 매일노동뉴스
조 연구위원은 8일 연구원 주최로 열린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에서 하도급 구조의 문제를 이같이 분석하면서 “협력적인 대-중소기업간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계 대기업이 이제까지 성장해 온 전략이 향후에도 지속가능한가”라며 “세계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술과 제품기술뿐 아니라 현장의 고급기능인력이 담보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출 주력산업들에서 이러한 기술과 기능 간 조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던졌다. 따라서 그는 “현장기능을 조직적 숙련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그를 토대로 중소기업과의 유기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또한 이 과정에서 창출된 가치를 공정하게 나누는 자세, 즉 성장에서 분배로 이어지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기업간 고용분화와 임금격차 확대를 개선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노력, 특히 정책혼합(policy mix)을 통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업종별 노사정협의회 통한 자율감시와 개선노력 △초대형 원사업장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전략변화 위한 사회적 압력 △정부조달에서의 인센티브/패널티 정책 △공공부문에서의 모범 창출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를 하도급 형태별로 세분화시켜 사외하도급의 경우 기업간 거래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한계 등을 감안, 중소기업 지원대책으로 접근하고,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에 대한 단속중심으로 접근하는 한편 합법 사내도급에 대해서는 훈련을 지원하자는 제언했다.<그림 2 참조>

 ⓒ 매일노동뉴스

한국형 모델은 찾아질 것인가


지금과 같이 기업별 노동시장이 분단돼 있고 핵심과 주변이 분리돼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고부가가치화의 실패와 사회통합 붕괴(남미형)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영계는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완화(미국형)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전반적인 고용안정성 제고(독일형)를 요구하고 있다. 또 한 편에서는 대기업 정규직들이 갖고 있는 정도의 고숙련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기업별 분단노동시장의 강화(일본형)를 얘기한다.

조 연구위원은 “이 각각의 방향에 대해 그 중간 영역에는 그것을 둘러싼 갈등과 제약조건들이 있다”며 “사용자들은 일본형 구조에서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철저한 근로윤리를 기대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강성노조 등으로 인한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미국식 정리해고 자유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계는 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업별 노조 하에서 누렸던 권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또한 산별노조를 토대로 기업횡단적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직무평가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녹록한 작업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한 방향으로 확실하게 전환하거나 한국형 발전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남미형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미 남미형으로 간 것 아니냐”고 진단하면서 “단기비용 최소화를 통한 단기순익 극대화라는 기업전략은 비정규직 활용, 하도급 증가로 이어지는데,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이제 생산기지 해외이전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약탈적 네트워크’ 고리를 끊기 위해선 대기업의 ‘도덕성’에만 호소해선 안 되고 정부의 개입이나 지배구조 개선, 패러다임의 전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모기업에 주는 인센티브가 하청에 흘러가게 하는 처방 말고 하청을 직접 대상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협력성이 탈각된 원하청 관계를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형성이란 측면에서 패러다임이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더 이상 시장이 정부의 간여범위를 넘어섰다는 뜻”이라며 “이제 새로운 ‘기업시민’이란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확대라는 새로운 인식틀 형성이 필요하며,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수혜적’ 지원보다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CSR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떡고물은 내려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수위탁거래를 하는 업체는 33.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2004년에 이뤄진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 3차년도 조사결과에 따른 것인데, 수탁업체로만 한정할 경우 제조업 27.1%, 비제조업 14.2%에 이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매년 실시하는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중소기업 가운데 약 2/3가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도급거래는 수위탁거래보다 좁은 개념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하도급 구조에 포괄돼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용어해설 참조>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국가 주력산업에 속하고 있어 상징적 중요성을 가지며 특히 최근에는 중화학공업이나 건설업뿐 아니라 IT산업, 그 중에서도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중층화된 하도급거래가 광범하게 확산돼 있다.


이러한 하도급거래는 지난 10여년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해 왔는데,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94년에는 수탁업체 비율이 중소제조업의 48.9%였으나 2001년에는 66.2%에 달했고, 또한 1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2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이 늘어나 하도급구조가 중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급업체들은 평균적으로 7개 정도의 모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1개 업체만을 거래대상으로 하고 있는 기업도 20%에 달하는 등 소수의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모기업과의 거래기간도 제조업 10.0년, 비제조업 7.2년으로 장기에 걸쳐 있었다.


이 같은 모기업 의존성은 하도급 구조상 불가피한 현상인데, 역사적으로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형 산업화는 부품과 소재를 공급해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모기업이 하도급 중소기업을 활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지원 등을 통해 보호·육성하지 않으면 안 됐다.


바로, 이 점에서 조성재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 현상의 단초를 제기한다. 과거에는 수출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가 존재했으며 이에 따라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까지 어느 정도 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적하효과(혜택이 아래쪽으로 흘러가는 것)의 고리가 약화된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말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탁기업의 수탁기업에 대한 지원사항을 살펴봤는데, 과거 10년간 기술지원, 설비대여, 자금지원, 원자재제공 등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 연구위원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위탁기업이 제품설계도면을 수탁기업에 제공하는 비중이 증가해 온 것인데,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기술개발능력의 발전이 더딘 중소 하도급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할 수 없어 임금 지불능력이 제약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수급기업의 납품거래 시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불규칙한 발주, 지나친 품질수준 요구, 납기 단축․촉박 등은 계속 증가추세여서 이 역시도 중소 하도급기업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결과 최근 2년간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경상이익률 모두 대-중소기업 간 차이가 확대됐고, 지금과 같은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 됐다.

<용어해설> 하도급거래와 수위탁거래
하도급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 그리고 중소기업간 거래이더라도 기업규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업체간의 거래를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은 자본금(또는 매출액)과 상시 노동자 수로 따지는데,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제조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 광업·건설업·운송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30억원 이하, 대형 종합 소매업·호텔업·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운영 관련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하 등을 '중소기업'이라 한다. 이보다 자본금이 더 많거나 상시 노동자 수가 많으면 ‘대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위탁거래는 하도급거래보다는 더 넓은 개념으로, 기업규모 간 구분 없이 다른 기업에 일정 업무를 위탁하거나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12 오후 2:55:57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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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②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②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철강, 전형적 하청구조…그러나 ‘협조적’ 노사관계
사내하청을 ‘확대된 생산과정 주체’로 인정해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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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은 각종 산업부문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사업이다. 전략적 중요성 이외에도 철강업종은 2002년 기준으로 제조업 임금노동자의 2.4%, 제조업 생산액의 5.8%, 제조업 부가가치액의 5.1%, 제조업 설비투자액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 노동부 발주 프로젝트 중 철강산업 쪽을 수행한 강혜영 포스코 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손정순 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팀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하도급 구조는 통상적인 원-하청 관계인 사외하도급보다는 전형적인 사내하도급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철강 생산과정이 각 단위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독립되거나 분할돼 진행될 수 있는 순차적인 연속 공정이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시간에 따라 생산공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최종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하도급차수에 따른 노동조건의 차이
도급차수 연봉 근로시간 경력년
재벌관련기업 3,591만원 52.5시간 6.6년
2차하도급 2,351만원 58.0시간 4.3년
3차하도급 2,352만원 57.5시간 4.6년
4차하도급 2,356만원 61.2시간 4.0년
5차이상 1,900만원 67.9시간 4.4년
전체 2,391만원 58.2시간 4.5년
또한 사내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업무는 철강 생산과정상 간접적, 부수적 직무인 원료 운반, 적치, 보전보수, 제품 포장 등이고, 이는 간접부문 중에서도 육체적 부담이 큰(3D) 업무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핵심-주변’의 구분을 통한 사내하청화의 역사가 매우 오래됐고, IMF 경제위기 이후 외주화를 통한 사내하청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띤다고 설명한다.

실제 IMF 경제위기 이후 300인 미만 사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1,000인 이상 되는 대형 사업체 수는 구조조정 여파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종업원 규모 1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생산액 비중치는 92년(28.4%)과 견줘 2002년(34.3%)에 5.9%가 증가한 반면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는 92년(46.8%)과 견줄 때 2002년(41.4%)에 5.4% 줄었다.

사내하청 규모, 정규직의 67.5%

국내 최대 철강사인 A사(2003년)의 경우, 정규직은 1만9,419명인데 비해 사내하청노동자는 총 55개 업체 소속 1만3,114명(정규직 대비 67.5%)이나 됐다. 그런데 연구팀은 부정기적 정비나 보수 등으로 A사가 요청할 때에만 하도급 거래관계에서 A사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69개사 1만4,91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그림 참조>

 ⓒ 매일노동뉴스

이들 하청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을 보면, 원하청간 직무 구분이 분명한 경계가 없이 직무간 연계성이 높았으며, 특히 생산설비에 대한 유지 보수 부분에서는 핵심설비는 원청이, 그 밖의 설비는 하청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수직적 계열화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에서도 격차는 컸다. A사 정규직 임금(성과급 제외)은 연 평균 3,981만원인 데 비해 하청업체 노동자 초임은 55.1% 수준인 2,194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철강업종 노사관계는 A사가 그러하듯 협조적, 순응적인 관계자 일반화돼 있어 경영층에게 정규직에 대해서는 포섭전략을 통해 노사관계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고용유연화와 임금비용 절감효과는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즉 ‘포섭과 배제’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업종·지역차원 최저기준 설정 필요

연구팀은 철강업종 내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대체로 철강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부차적이고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직무인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이상의 총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상당수 하청노동자들이 유해·위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임금격차 중 상당 부분은 차별적 임금격차라고 봤다.

따라서 연구팀은 업종차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고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재 구성돼 있는 ‘철강업종 노조협의회’에서 근로조건 개선방안과 내용을 논의한 뒤 사용자협회를 통해 규범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철강업종의 지역적 편재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사회적 틀의 지역·업종별 협의구조 형성이라는 방향에서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하청노동자를 확대된 생산관계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과 함께 원청 정규직 노조의 처우개선 노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계열사간 내부거래, 저가입찰 바꿔내야
8~10개 대형 SI업체 과점형 독점구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SDI, LG CNS, SK C&C 등을 비롯한 8~10개의 대형 시스템통합업체(SI)들이 공공이나 민간의 대형발주 프로젝트를 거의 전담, 수주하는 과점형 공급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SI업체가 자사 계열 재벌 계열사들의 프로젝트를 거의 전담하는 관행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쪽을 연구한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정현 명지대 교수, 김영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팀은 이 같은 산업의 특성·환경 분석을 통해 하도급 구조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헤쳤다.


연구팀은 우선 2001년 5,418개의 소프트웨어 사업자들 가운데 대기업 수는 79개로 1.5%만을 점할 뿐이고, 나머지 5,339개는 중소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중소 IT서비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중저위의 숙련과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체가능성이 커 대형 SI업체들간의 거래관계에서 교섭력의 불균형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불균형이 심한 또 다른 이유는 거래되는 제품과 용역이 전통적인 물적 재화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 부분이 일종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어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정의가 확립돼 있지 않고, 그 보상에 대한 정의도 모호한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형 SI업체들이 재벌 계열이기 때문에 수요독점적 지위를 이용, 중소기업과의 심한 불평등 거래를 관행적으로 체질화해온 관행을 소프트웨어 산업의 도급거래에서도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그 이유로 지적된다.


이러한 결과, 재벌계열사와 하청업체 간은 물론 그리고 도급차수가 많아질수록 하청업체들 간에 임금격차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재벌계열사의 평균연봉은 6.6년 경력에 3,591만원인 반면 2차 하도급은 2,351만원(4.3년)이었고, 5차 이상은 1,900만원(4.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해 집단적 노사관계의 발전속도는 더뎠다. 연구팀은 우선 노조화의 잠재적인 주요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주요 대규모 사업장에서 무노조주의와 개별적 고용관리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전형적인 중소기업 위주 산업이고 다른 산업에 비해 근속기간이 현저히 짧은 데다 노동이동이 빈번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를 통한 기업 유지 △저가입찰로 인한 전체 산업의 수익성 악화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 등이 현재 소프트웨어산업의 하도급 문제를 발생시키는 기본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대가 산정과 기술성 평가 과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이어 그룹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차단 또는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내부거래시장을 외부에 공개하고 경쟁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동일그룹 내 SI업체의 수주물량(비율)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09 오후 4:09:07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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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① - 자동차산업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① - 자동차산업

사내하청, 모두 정규직화하라?
노사 간 담합·생산인력 관리 후진성 극복 등 본질적 접근 필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어느 정도로 차별이 심각한 지는 더 이상 문제로 삼을 시기는 아닌 듯하다. 국내 완성차 A사 정규직과 비교할 때 A사의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같은 근속년수의 노동자 임금이 70% 수준, A사로부터 업무를 하도급 받은 사외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이 61% 수준이란 것은 놀랄 만한 수치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하청노동자들의 규모는 더 늘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통계청의 ‘광공업통계자료’에 따르면, 완성차 대기업 고용규모는 9만6,887명으로 최고치였던 97년 이후 계속 줄어 2001년 7만2,305명까지 떨어졌다가 2002년 7만7,554명으로 미약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부품산업의 고용규모는 99년(11만2,316명) 이후 계속 늘어나 2002년 12만9,498명을 기록했다. 결국 외주화, 모듈화, 사내하도급 확대를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최근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라는 노동부 판정과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노동조합 조직 등으로 사내하청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사회전반적인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정규직화냐, 아니냐’ 위험한 쟁점


현재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에서 일하는 사내하청노동자들로 조직된 노조들의 공통된 요구는 ‘불법파견 판정자 전원 정규직화’이다. ‘불법’적으로 제3자에 고용돼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일해 왔던 해당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사내하도급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기에는 ‘위험한 쟁점 형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라는 노동부 발주 프로젝트 가운데 ‘자동차산업’ 쪽을 수행한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홍장표 부경대 교수, 이시균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 팀은 “사내하도급(하청) 문제는 단순 비정규직 활용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뿌리 깊은 불신 및 생산인력 관리의 후진성과 연관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조성재 연구위원은 “고용조정의 안전판, 정규직이 기피하는 3D 직무의 배정, 저인건비의 활용, 투입인원(M/H·맨아워)을 둘러싼 작업장 갈등의 봉합 수단 등으로 위치지워진 사내하도급은 노사간의 구조적 담합행위에 의해 그 문제가 증폭돼 왔다”며 “이 때문에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화할 것인가, 아닌가로 쟁점이 좁혀지는 건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라고 우려한다. 즉, 왜곡된 노사관계와 생산관리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한 점에서 관련된 현안들과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사의 작업조직을 보면, 주요 공정 중 하나인 최종조립라인에서 정규직과 사내하청이 함께 근무하고 있고, 작업의 가장 말단 단위인 스테이션에서조차 혼재 편성돼 있다. 이는 작업에 관한 통제권과 (하청업체의) 자율권을 분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뜻한다. 그런데 이 같은 혼재작업조직이 발생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시적으로 사내하청을 쓰는 경우인데, 적지 않은 수가 M/H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규직 인원 투입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회사쪽과 노동강도를 완화하고자 하는 대의원들의 입장이 대립되면서 손쉽게 사내하청 투입으로 타협해 버린다”며 “결국 사내하청은 일상적으로 라인에 투입돼 ‘정규’업무를 담당하는 구조가 작업장 내에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공급 체계, 기업별노조의 한계

사내하청에 대한 차별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이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사내하청이 끼우는데,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서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직무나 숙련 등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데 불합리한 차별이 유발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서구에서 일반적인 산업별 노조체계와 이와 연관된 직무급 노동시장이 발달돼 있다면 굳이 사내하청 같은 고용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례로 독일 금속노조나 서구 산별노조를 보면, 개별 노동자의 임금결정에서 어느 기업에 속해 있는가보다 어느 직무나 직능등급에 속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임금결정에서 직무나 직능등급의 중요성보다는 연공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직무 혹은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구팀은 “사내하도급은 기업별로 분단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아래에서 노사간 담합의 의해 차별과 배제가 구조화된 하나의 형식”이라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더 나아가 업무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배제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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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고임금 “권위를 세워야”

그렇다면 사내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연구팀은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라는 클 틀에서 고용(조정)의 유연성 측면뿐 아니라 임금(체계)의 유연성, 노동시간의 유연성, 작업장 운영의 유연성 등을 짚으면서 이들이 상호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완성차들이 제시하는 대안 중 하나인 ‘완전(진성)도급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였다. 완성차 공정이 일관생산체제인 점에서 공정분리가 쉽지 않고 간접부서도 일정한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하청업체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는 사정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이나 철강, 화학 산업에서는 진성도급화도 일부 가능하지만 자동차는 기술체계상 곤란하며, 따라서 일본에서도 자동차나 전자산업의 불법파견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의 파견을 합법화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더욱이 완전도급화를 위해서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전환배치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노사관계상 쉽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연구팀은 도요타와 같이 기간제 노동자를 완성차가 직접 고용하면서 임금상의 차별을 피하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절적 요인, 또는 임시적 결원 대체 등을 위해 그야말로 비정규 고용형태를 취한다는 것을 뜻하며, 이 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적용을 통한 차별억제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그야말로 비정규 고용형태’를 취하더라도 정규직에 대한 유연한 활용 방안이 노사 협조적으로 도출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즉 노사가 시간 유연성, 임금유연성, 작업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그 잔여 개념으로서 계약직을 최소한으로 활용해야 하며, 따라서 정규직 노조와 사용자 간에 유연한 생산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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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구팀은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 중 하나는 정규직이 고임금을 받는 데 비해 작업장 내에서 숙련에 근거한 권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고임금에 걸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훈련, 임금, 승진체계가 고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질적 유연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양적 유연성 수단을 정비해야 하는데, ‘고용조정’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을 상정한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노동시간, 교대제, 임금체계와 구성 등 다양한 방식을 혼합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어해설>
◇ M/H(Man/Hour) 협상
신모델 도입이나 새로운 사양의 증가, 작업량 및 라인속도 변동 등의 과정에서 투입돼야 하는 인원수를 둘러싸고 작업장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노사교섭을 말한다.


◇ 시간유연성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달성하면서도 시간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로 독일에서 발달한 노동시간 계정제를 들 수 있다. 이는 호황시에 잔업 등을 통해 자신의 시간 구좌에 저금해 두었다가 불황시에 꺼내 쓸 수 있는 제도로 노동자들은 임금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수요변동에 대응해 자유롭게 공장가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한·중·일 비정규직 활용, 어떻게 다른가
비정규직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97년 22.9%였던 비정규직 비율이 2002년에는 29.6%로 늘었고, 2003년 현재 시간제 고용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34.5%), 호주(27.9%) 다음으로 많은 26.0%였다. 또한 전기전자사업에서는 사내하도급 활용비율이 50% 내외에 이를 정도이며, 전통적으로 일부 기간공(계절공) 활용에 머물렀던 도요타자동차조차도 최근에는 9천명(25%)이 넘는 기간공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중·일 자동차산업의 비정규직 직무와 처우 비교
  한국 중국 일본
직무 동일직무/
주변직무 혼재
동일직무수행 단순직무 중심
처우 정규직과 격차 큼
(정규직 1년차의 80% 이하)
정규직과 거의 동일
(임금은 직접지급,
간접비는 파견회사에 지급)
정규직과 격차 적음
(정규직 1년차와 거의
유사하거나 많음)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이 지난 2일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개원 16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동차산업의 비정규직 활용실태 한·중·일 비교’에 따르면, 일본의 2차, 3차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내하도급(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광범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 같은 비정규직 증가는 90년대 이후 10여년간 불황을 경험한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생산은 증가했지만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고용을 보호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고용관계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큰 과제였기 때문에 고용과 임금제도에서 상당한 정도의 시장과, 서구화가 진행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중국 전체적으로는 한국 현지법인들을 포함, 10년 근속 이내에서는 1~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같은 정규사원의 계약제 이외에도 노무공(파견노동자)을 상당한 정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사내하청, 일본의 사내하청 또는 기간공, 중국의 노무공 등 3국의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 1년차와의 임금격차는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 연구위원은 “일본 도요타의 기간공은 정규직 1년차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중국의 노무공은 정규계약직과 거의 유사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고 5대 보험 등 간접비는 파견회사를 통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완성차 A사의 경우 정규직 1년차 월 인건비(4대 보험 등 간접비용 포함)는 277만4천원인 반면 하청업체 노동자는 186만6천원이었다. 정규직 1년차의 68% 수준인 셈이다.


이 같은 차별도 문제지만 조 연구위원은 “산업경쟁력과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조직적인 기능향상 프로그램이 빈약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임금 및 승진제도가 취약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다능공을 육성해 이들의 현장 이상상황에 대처하고 조직적으로 개선활동을 하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기계적으로 매년 인상되는 기본급과 이에 연동하는 잔업수당과 상여금 등으로 임금이 구성돼 있고 기능향상을 보상할 수 있는 승진경로는 미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조 연구위원은 “일본 자동차산업의 정규직이 현장의 조직능력을 지탱하는 ‘핵심인력’인데 비해 한국은 단지 비정규 주변인력과 구분되는 ‘중심인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규직에 대한 고율의 임금인상이 이뤄질 경우 사용자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저임금의 사내하청을 확대하거나, 외주 확대를 통해 외부 중소기업의 저임금 계층을 활용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후발주자인 중국의 변화와 맞물려 한국의 자동차산업 위협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 연구위원은 “아직은 중국 자동차 생산현장에 비해 한국의 기능수준이나 품질, 생산성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중국에 비해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역사가 길고, 우수한 인력의 장기근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업특수적 숙련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히려 이를 명시화, 체계화하는 것은 일본식 생산방식을 나름대로 해석, 전 세계 작업장에 적용하고 있는 상하이GM 등이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08 오후 4:09:21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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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인터뷰>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연합인터뷰>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 거론은 넌센스"
"TV통해 독도.교과서 입장 日에 전달 효과적"

    (제주=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와다 하루키(67.和田春樹) 도쿄대 명예  교수는 11일 "북핵 해결책을 모색하는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 협상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핵문제는 일본에게도 최우선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본내 사회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와다 교수는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사흘째 열린 제3차 제주 평화포럼 중 연합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핵문제는 한반도외에 원폭 피해를 겪은 일본 국민들에게도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로 일본인 납북문제는 북한과의 별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와다 교수는 지난 4월 기미야 타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경영학부  조교수  등과 함께 평양을 방문, 송일호 외무성 아시아 담당국장 등과 만나 북.일 수교,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다음은 와다 교수와의 일문일답.

    -- 북.일 수교협상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6자회담 등 북핵 협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2000년 4월 제11차 협상을 끝으로 중단된 북.일 수교협상이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또 수교협상 등  북한과 양자대화 채널을 통해 납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를 6자회담에서 거론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북한이 이를 회담 불참 명분으로도 이용할 수 있지 않는가.

    -- 일 정부의 의지만으로 수교협상 재개가 가능한 것인가.

    ▲우선, 북측에 일본 정부가 핵문제 해결시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협력을  할 용의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등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도 일본이 수교할 의지가 있음을 믿게 될 것이며 핵문제 해결은 물론  궁극적으로 납치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 정부는 특히 과거 식민통치에  대해 사과하는 심정으로 수교 협상과 경제협력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 대북 경제협력 단행 시점은.

    ▲북한이 핵폐기 약속 등 비핵화 절차에 돌입함과 동시에 인프라 건설 지원이나 식량 등 구호 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이 시작돼야 한다. 일 대북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 최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사로 4차 6자회담의 재개 전망과 더불어 회담이 열려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전망도 있다. 6자회담 재개 전망은.

    ▲4차 회담이 열려 소기의 성과를 냈으면 하는 심정이다. 하지만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회담 결과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일.북 수교협상 재개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도 바로 6자회담의  효율성을  높이고 북핵해결을 촉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 대북 제재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는데.

    ▲일본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현재 국내에는 납북 문제로  북한을  경제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전문가 다수는 '핵문제 해결'이  아닌  납북문제로 제재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북한경제 전문가인 고마키  테루오(小牧輝夫) 코쿠시칸대학 교수는 "일.북 경제교류가 크게 감소, 제재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등 대북 제제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돼왔다.

    -- 교과서와 독도 문제, 고위 관리들의 잇단 망언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교과서나 과거사 왜곡 문제 등은 장기전을 편다는 마음으로 좀 더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본인들이 앞장서 싸워야 한다.  한국인들은 우리 일본사람들을 도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대응 방식과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는  '대장금'  등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일본 국민들에게 독도 문제 등 한국의 입장을 각인시켜 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기존의 단호한 대일 정책 기조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대리가 최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는 총리 책무'를 강조했는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 이어 아베 정권 출범 후에도 한.중.일간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 같다.

    ▲아베 간사장 대리는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차기 총리 가능성이  제기돼왔으나 '아베 정권' 출범 가능성은 적다. 고이즈미 총리보다도 강경파인 아베 간사장  대리 보다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 그 밖에 유력한 후보들은.

    ▲최근 야스쿠니 신사의 A급 전범 분사(分祠)론을 제기한 바 있는 요사노  가오루(輿謝野馨) 정조회장, 또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 등이 유력한  후보들이다. 이들이 집권하면 한일, 북일관계 등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

    duckhwa@yna.co.kr
(끝)



연합뉴스 2005/06/13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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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적은 내부에 있다/ 송호창

삼성의 적은 내부에 있다

홍보담당의 아부와 맹목적 삼성찬양 언론이 일류기업을 죽인다

 

송호창 변호사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까지 나서 삼성이 비난받는 이유를 규명하라는 지시를 사장단에 내릴 정도로 문제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내부와 재벌 칭송에 여념이 없는 일부 언론은 그룹 총수까지 제기하는 문제를 외면하고 여전히 삼성예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호창 변호사가 본보에 기고문을 보내 왔다. 송 변호사는 앞서 이재용 후계체제를 위해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에 무리한 출자를 감행한 결과 무려 1조 6700억원의 손실을 자초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편집자 주>


변호사는 배우와 같다.

배우가 배역에 몰입할수록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듯이 자신을 찾아 온 의뢰인의 입장에 몰입하면 할수록 ‘나쁜 X들’에 대해 공분하게 되고, 상대방을 응징한다.

▲ 송호창 변호사 
의뢰인을 곤궁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서적과 자료를 뒤져 법률적 보호수단을 찾으면 자연히 소송에서도 승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의뢰인의 입장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갈 데까지 다 가보고 ‘법대로 하자’고 하여 변호사를 찾은 의뢰인들이라 그들이 겪은 고통이 전이되는 순간 그 짐을 짊어지는 것은 여간 고통스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친 짓인 줄 알지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삼성을 고소하지 않으면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얼마전 나를 찾아온 한 의뢰인의 눈물어린 호소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삼성그룹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하청업체 사장인 의뢰인은 손해를 보더라도 2년 동안만 원가보다도 낮은 저가로 부품을 공급해주면, 2년 후에는 더 많은 납품과 정상단가를 보장한다는 삼성측의 약속만 믿었다.

그는 집까지 저당잡히고 돈을 빌려 부품생산과 납품을 해줬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후 삼성은 같은 부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다른 하청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 이를 항의하는 의뢰인에게 돌아온 것은 “이 바닥에서 생존하기 싫으냐”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삼성은 저가납품계약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어느 대기업보다 하청업체들에 악명이 높다. 삼성에 대한 하청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린다는 증권사도 있을 정도다.

삼성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쩔쩔매던 고려대 당국, 뒤이어진 고위 판검사 출신의 삼성행과 ‘삼성공화국’ 논란, 이런 논란을 적극적으로 그룹 이미지 홍보전략에 사용한 삼성사장단 회의...

여기다 ‘1%의 반대세력까지 포용해서 상생과 나눔경영 다짐, 일부단체의 비판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라고 삼성사장단 회의결과를 보도하며 삼성띄우기에 열 올리는 언론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삼성의 횡포로 인해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그를 통해 삼성의 본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두고, ‘다른 기업을 죽이고 큰 게 아니다. 정계유착으로 불공정한 게임을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 것’이라며, ‘목소리 큰 소수들의 대안없는 공격에 꾹 참고’ ‘변죽만 울리는 삼성독주론’을 무시하라고 ‘삼성찬가’를 불러대는 일부 언론기사를 보면서 허탈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의 찬가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본 모습은 주력품인 핸드폰의 주요부품을 퀄컴 등의 수입품에 의존하는 것에서 확인되듯이 한국경제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현대자동차보다 적다는 것, 하청업체들과 직원들에 대한 악명, 전대미문의 무노조 경영정책, 이재용 씨 체제로의 세습을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수단을 동원하는 것, 대규모 불법정치자금제공 등에서 발견된다.

삼성의 경쟁자도 아니고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시민단체들이 삼성을 비판하는 이유는 이러한 흠집이 장기적으로 기업을 병들게 하고, 하청업체를 비롯해서 전체 고용의 87%를 감당하는 중소기업들을 줄줄이 문닫게 하는 독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삼성의 불투명한 기업경영으로 인해 자정능력까지 상실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스웨덴의 발렌베리와 같은 국민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최근 삼성과 언론의 태도를 보고 삼성의 본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역시 삼성’이라며 자신에게 한푼 남는 것이 없는데도 괜히 뿌듯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일부 언론이 침소봉대하는 것처럼 '대안없는 변죽‘이 아니다. 삼성 비판은 삼성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고, 삼성이 진정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쓰지만 귀한 약이다.

반면 삼성의 초일류기업화를 가로막는 것은 불투명한 기업경영을 고수하고, 곡학아세형 그룹홍보에만 관심있는 삼성자신이며, 그런 삼성찬양에 여념이 없는 언론임을 알아야 한다.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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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의 횡포가 초래할 파국/ 장상환

‘삼성공화국’의 횡포가 초래할 파국


장상환(진보정치연구소장, 경제학)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고려대의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삼성의 힘이 너무 커진 것이 아닌가, 이제는 ‘삼성공화국’인가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대해 삼성그룹도 부담을 느껴 지난 6월 1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이상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나눔 경영'에 박차를 가하자"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 이나 경영권 세습과정에서의 불법․편법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것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오만한 자세이다.


삼성그룹 문제의 핵심은 삼성이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경제를 지배하고 있는데도 자신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기업의 성장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첫째, 삼성전자가 10조원이라는 막대한 이윤을 올리는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기술과 함께 첨단 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과다한 부담과 삼성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자녀들이 수십만원 짜리 휴대폰 신제품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부모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삼성에서는 수익을 많이 올리는 부서 노동자들에게는 보너스를 넉넉하게 주지만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보너스도 없으며, 심한 경우에는 부서를 아예 없애버리고 노동자를 내쫓아 버린다. 노조가 없으니 회사 마음대로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삼성재벌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승계하도록 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이재용에게 헐값으로 에버랜드 주식을 양도하여 이재용이 삼성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맡겨 놓은 삼성생명의 돈으로 삼성전자의 주식을 갖고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서 재벌 금융사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했을 때는 반드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는데도 삼성카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떤 승인도 받지 않았다. 지금 금융당국은 은행의 보험업 겸영(방카슈랑스) 허용에 잇따라 보험회사에 은행 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보험업계의 패권자 삼성생명에다가 삼성은행까지 가지게 되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와 국민경제에 대한 삼성의 지배는 완성될 것이다.      


셋째, 삼성재벌은 무노조 경영을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노조 결성을 시도하는 노동자를 납치하고 휴대폰을 복제하여 감시하기까지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감독당국이 확보한 서류를 탈취하고 컴퓨터 자료를 파기하는 등 법을 버젓이 위반하면서 문제가 되면 벌금을 내고 하급자가 처벌받으면 된다는 자세이다. 노동법을 이렇게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가. 법이란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행위의 상하한선을 규정한 것으로 지배세력이 이것을 아예 무시하면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고 결국에는 재벌총수의 목숨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노조 탄압에 대응하여 세계 각국 노동자들이 삼성제품 불매운동을 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삼성은 노동자의 원한이 쌓여가는 것을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넷째, 삼성재벌은 중소기업을 압박해서 최대한 이윤을 짜내고 있다. 삼성 계열사 경영진은 수익을 올리라는 그룹 회장의 무자비한 요구에 부응하여 납품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중소기업은 이러한 부당거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세계 각국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데는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의 집단적 이기주의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삼성그룹과 같은 재벌 대기업의 무자비한 초과착취 행위가 있는 것이다. 


다섯째, 삼성재벌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돈으로 자행하고 있다. 고려대의 이건희 회장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를 둘러싼 소동은 소중한 가치인 대학의 자유를 돈으로 사버리려고 시도한 것이다. 사법계 인사를 고액 연봉으로 채용해서 탈법 불법을 방어하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삼성의 영향력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행정과 정치, 사법의 영역에서도 작용하고 있다. 삼성가의 사돈인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비리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삼성과의 특수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삼성재벌은 국회에 상주하는 임직원과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친지를 통해 개별 국회의원을 접촉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삼성의 요구를 전달하여 손아귀에 넣고 있다. 최장집교수가 현재의 정부에 대해 재벌이 중심이 되고 하위 파트너로서 국가의 정책이 재벌에 봉사하게 되었다고 비판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삼성재벌은 세계 경제사와 미국 경제사를 잘 연구해보기 바란다. 미국에서도 1870-1900년 사이에 이른바 ‘금도금한 시대’(gilded age)가 있었다. 대륙횡단철도가 개설되고 산업화가 급진전되던 시대로서 돈벌기 위해서는 부정직이 당연했고, 정직하면 바보가 되는 시대였다. J. P. 모건의 전신인 루이지에나 시민 은행은 1850년대에 노예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자본가들은 노조 파괴에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심지어는 살인청부업자를 동원해 노조 지도자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매튜 조셉슨은 산업계의 거물들을 강도귀족(Robber Barons)이라고 부르는 책을 썼다. 이 시기에 J. P. 모건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같이 경영하고 기업에 이사를 파견해서 지배했다. 결국 미국 경제 전체가 모건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불황기에 기업과 금융기관을 살리고 죽이는 힘을 사적 금융자본가인 모건이 장악하고 대통령이 모건에게 호소하는 꼴이 되었다. 


그 결과 빈부격차와 불황이 심화되었다. 미국 정부는 1913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설립하여 사적 금융자본에 의한 금융산업 조정을 공적 규제로 대신했다. 1929년의 주가폭락과 그에 이은 경제대공황의 배경의 하나로 금융업간의 통합이 지적됨으로써 개혁조치로 1933년 글래스 스티걸법이 제정되었다. 연방예금보험제도의 창설, 예금금리의 상한 설정, 연방준비제도의 강화 등과 함께 기업이 발행하는 유가증권 인수업무는 투자은행에만 허용되고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일체 금지되었다. 또한 노조 탄압이 대공황을 초래한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되어 1935년에 와그너법이 제정되어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무거운 처벌을 하도록 했다. 


삼성은 시대착오적인 1970년대의 무노조 경영을 글로벌 경영의 시대에 들어온 지금에는 확실하게 그만두어야 한다. 고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고집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다. 그리고 리스크를 키우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와 금융산업간 통합 시도를 정부의 정책과 관계없이 중단해야 한다. 정부도 이 점을 확실히 해서 삼성의 불법, 탈법과 국민경제에 대한 지배 강화를 막아야 한다. 공룡 재벌 삼성이 시대에 맞지 않는 행태를 고집하면 결국 삼성 자체의 몰락은 물론이고 국민경제 또한 빈부격차 확대와 대공황이라는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 

 

진보정치연구소 홈페이지(http://policy.kdlp.org/index.html) 200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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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비판세력이 1%뿐이겠는가/ 김상조

삼성공화국’ 비판세력이 1%뿐이겠는가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이건희 회장의 고려대 ‘철학’ 명예박사 학위 사건 이후 삼성그룹이 연일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른바 삼성공화국 논란이다. 급기야는, 역시 삼성답게, 이건희 회장의 엄중 지시가 떨어졌고, 부랴부랴 구조본 팀장과 계열사 사장 40여명이 참석하는 그룹 사장단 회의인 수요회에서 2주 연속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가 6월 1일 “삼성 사장단 ‘국민기업 정착 방안’ 토의”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보도자료이다.

이 보도자료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 삼성의 미래를 진정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삼성공화국 비판을 삼성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단 1% 반대세력”의 시기심 어린 투정으로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삼성의 오만함 때문이다.

예수님의 12 제자 중에서도 배신자가 나왔거늘(약 8%의 반대세력), 어찌 삼성은 99%의 절대적 지지를 획득한 진리의 담지자임을 자부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다지도 오만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삼성공화국 비판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성과를 시기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삼성전자의 성장을 억제해야겠다는 반시장적 정서의 표출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더욱더 성장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더욱더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또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더욱더 많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는 단 1%의 반대세력도 없다.

삼성공화국 비판의 핵심은, 삼성이 경제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조직의 차원을 넘어, 경제환경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조직적 탄력성은 물론 국민경제의 동태적 활력마저 질식시키는 경제권력으로 변모하였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문제 등 삼성의 위법행위를 적법행위로 둔갑시키는 법개정안 사례에서 확인되었듯이 삼성의 힘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능을 이미 초월했다. 국민소득 2만불, 산업혁신 클러스터, 기업도시 등 정책 의제의 선점 사례에서 보듯이 삼성의 기획 아이디어는 정부관료의 머리를 완전히 압도했다. 고위 판검사와 유망한 변호사를 블랙홀처럼 싹쓸이하는 과정에서 ‘삼성에서 전화 받았느냐’가 법조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 기준이 되었다.

삼성전자 제품을 선전하는 전면광고 바로 옆에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찬양하는 기사가 실린, ‘사회의 소금’기가 짝 빠진 싱거운 신문만 남았다. 수백억원의 발전기금 기부를 받기 위해 구조본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CEO 대학총장님의 자화상 속엔 ‘비판지성의 빛’이 꺼진 곡학아세의 어둠만이 짙다.

삼성의 요구를 재계 전체의 요구로 포장하는 전경련을 ‘삼경련’으로 부르는 여타 경쟁재벌의 냉소 속에서조차 경쟁질서의 실종에 직면한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다.

삼성공화국 비판은 바로 입법, 행정, 사법, 언론, 대학, 경쟁기업 등 우리 사회의 감시와 견제의 메커니즘 모두가 예외 없이 삼성의 경제권력 앞에 무릎 꿇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필자가 굳이 ‘정의론’까지 들먹이지는 않겠다. 삼성공화국은 기본적으로 경제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성공화국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많이 많이 출현’하는 것을 막는 절대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

삼성공화국은 이건희 회장 본인의 위기경영론과는 정반대로 위기징후에 둔감한 환경지배자로 군림함으로써 그 스스로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공화국은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위협이자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 일가 그 자체에 대한 위협이다.

한편, 필자가 그 보도자료를 보면서 삼성의 미래를 진정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삼성공화국 비판의 연원, 즉 ‘이재용씨 세습 문제’와 ‘무노조 경영 문제’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엿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국민기업’ 운운하기 이전에 주식회사의 실질부터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소액주주와 보험계약자의 돈을 훔치면서, 하도급기업과 노동자의 희망을 짓밟으면서, 어찌 국민기업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어떻게 이다지도 후안무치할 수 있는가?

삼성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삼성의 미래의 총수 이재용씨를 결코 내려올 수 없는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은 것은 그 1%의 반대세력이 아니라 바로 삼성이라는 사실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짊어진 그 멍에를,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 실패로 짊어진 그 멍에를, 이재용씨는 총수로 등극하기도 전에 주렁주렁 매달고 평생을 가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삼성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건희 회장 일가를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처럼 될 수 없게 한 장본인은 그 1%의 반대세력이 아니라 바로 총수 일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이다. 노조를 부정하는 발렌베리 가문을 상상할 수나 있는가? 법질서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농락하는 발렌베리 가문을 상상할 수나 있는가? 사회의 존경과 신뢰는 결코 돈으로, 그것도 회사 돈으로, 즉 남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삼성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진정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단 1%의 반대세력”으로 치부하는 그 오만함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재용씨를 총수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법도 적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오판하는 ‘삼성 내부의 단 1%의 가신그룹’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수의 말 한마디면 CEO 40여명이 일사분란하게 복창하는 기업문화를 효율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총수 일가의 세습왕조적 사고방식’부터 위기경영론의 관점에서 재고하여야 한다. 삼성에 위기가 닥쳐온다면, 그것은 내부로부터의 위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200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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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나라② 요람에서 무덤까지 ‘삼성’/ 홍성태

<안국동窓> 삼성의 나라② 요람에서 무덤까지 ‘삼성’

 

홍성태(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 사장단이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고려대 사태’를 계기로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 경계론’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괜히 ‘학위장사’에 나섰다가 꼴이 우습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결과가 재미있다. 삼성 사장단은 ‘상생․나눔경영의 확대’라는 걸 해결책으로 제시한 모양이다. 이런 걸 가리켜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하는 게 아닐까?

보도에 따르면, “삼성 사장단은 삼성경계론의 실체를 사회․경제적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비판여론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들답게 ‘사회․경제적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제법 어려운 말을 쓴 모양인데, 쉽게 말해서 ‘삼성 경계론’은 ‘질투심의 발로’라는 뜻이다. 겨우 이런 결론을 내리려고 대책회의까지 열었단 말인가? 이 사람들이 과연 수십억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이 오만한 나르시스트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돈이 너무 많다 보니 세상이 너무 하찮게 보이는 ‘정신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삼성 사장단은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이상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다”고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삼성 사장단은 삼성경계론을 ‘단 1%의 반대세력’의 질투에서 비롯된 무고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진단 위에서 자신의 포용력을 과시하는 것이 삼성 사장단의 결의이다.

참으로 안하무인의 집단이다.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것은 고사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여론을 이상한 쪽으로 몰아갔다. 여기에 삼성 신문이 빠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일보는 6월 1일자에 ‘나눌 줄 아는 거인 삼성’이라는 제목으로 삼성을 엄호하는 기사를 실었다. 삼성문화재단 등을 통해 삼성이 이 사회에 베푸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 삼성을 비난하느냐는 주장이다. 이렇게 많이 베풀고 있지만, ‘상생․나눔경영의 확대’를 통해 더 베풀어서,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하려는 삼성은 참으로 위대한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삼성은 스스로 ‘세계 최고의 기업’ 운운하지만, 과연 무엇에서 ‘세계 최고’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아주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두가지이다.

첫째, 불법증여를 통한 기업상속의 문제이다. 이재용 상무는 불과 16억원의 상속세를 내고 삼성재벌을 물려받았다. 법을 기만하고 우롱한 정도에서 삼성은 ‘세계 최고’이다. 이 사실을 그야말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삼성재벌만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이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이건희와 이재용의 삼성이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우긴다고 사실이 바뀌겠는가?

둘째, 이른바 무노조경영의 문제이다. 삼성재벌처럼 큰 기업이면서 노조가 없는 곳은 아마도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삼성재벌은 이 사실을 아주 큰 자랑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심지어 ‘유령 핸드폰’을 복제해서 자행된 위치추적 의혹에 이르기까지. 삼성재벌의 무노조경영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추문일 뿐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삼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삼성 사장단은 참여연대가 트집을 잡는 것을 빼고는 이 나라의 누구나 삼성을 최고로 여기고 아낀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이 정도라면 상태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착각은 ‘삼성 비판론’을 ‘삼성 경계론’으로 읽는 데서 시작되었다. ‘삼성 경계론’은 없다. ‘삼성 비판론’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삼성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다.

삼성재벌은 힘이 세다. 안경환 교수처럼 ‘양심적 인사’로 알려진 법학자가 삼성에 중앙 일간지에 삼성을 적극 옹호하는 칼럼을 쓸 정도로 삼성은 힘이 세다. 이로써 안경환 교수는 법학자로서의 양식을 크게 의심받게 되었지만, 삼성재벌로서는 상당한 원군을 얻어서 크게 기뻤을 것이다. ‘역시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어’라며 자화자찬의 수렁 속으로 더 빠져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렇게 오만방자한 착각 때문에 ‘삼성비판론’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삼성재벌의 힘은 무엇보다 ‘돈’에서 나온다. 삼성재벌은 힘을 기르기 위해 ‘돈’을 어떻게 쓰는가? ‘돈’으로 ‘사람’을 산다. 먼저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지키고 거대한 잇권을 쉽게 손에 넣기 위해 정치권에 천문학적 뇌물을 상납한다. 이렇게 해서 다수의 정치인을 ‘삼성맨’으로 만든다. 정경유착과 불법상속에 관한 여론의 악화를 무마하기 위해 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인들에게 돈을 준다. 이렇게 해서 다수의 문화인들을 ‘삼성맨’으로 만든다. 대학에 막대한 기부금을 제공하고 공공연히 학위장사를 벌인다. 이렇게 해서 다수의 학자들을 ‘삼성맨’으로 만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때는 삼성을 비판하는 방송도 했던 중견 언론인이 삼성의 홍보를 책임지는 ‘삼성맨’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삼성을 위해 자신의 재주를 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맥도 최대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밝혔듯이 퇴직 판검사들을 ‘삼성맨’으로 발탁했다. 모두 수십억의 연봉을 받을 터이지만 삼성재벌로서야 ‘껌값’일 뿐이다. ‘전관예우’의 댓가를 따지면 더욱 더 그렇다. 삼성재벌은 이제 ‘전관예우 특별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것이 ‘초일류기업’ 삼성재벌의 실상이다.

이런 식으로 삼성재벌은 이 나라를 ‘삼성의 나라’로 만들었다. 이제 그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를 지경에 이르렀다. 공정위의 조사를 받던 중에 일개 직원이 증거자료를 들고 내빼는 짓을 상습적으로 저지르지 않나, 금감위는 삼성이 원하는 내용으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고 하지 않나, 삼성재벌의 힘 앞에서 나라의 기강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의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듯이 삼성재벌은 이미 이 나라가 삼성재벌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부고 법원이고 학계고 언론이고 시민단체고 모두 삼성재벌을 떠받들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곧 모든 사람들이 삼성병원에서 태어나, 삼성학교에서 배우고, 삼성기업에서 일하고, 삼성은행과 거래하고, 삼성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국회의원이며 대통령으로 뽑고, 삼성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는 세상이 올 것이다. 아니, 우리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이 나라가 완전히 ‘삼성의 나라’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은 ‘돈’이 지배하는 나라, 곧 ‘돈 나라’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인터넷 참여연대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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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나라/ 홍성태

<안국동窓> 삼성의 나라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2005년 4월 2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나아가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뺀 모든 계열사의 이사직을 사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에서 모종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 곧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우리는 마땅히 삼성그룹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그룹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히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다. 그러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삼성그룹이라는 말보다는 삼성재벌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익숙하다. ‘재벌’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의 뜻은 ‘돈 많은 집안’이라는 뜻이지만, 좀더 정확하게는 ‘거대회사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특정 가족’을 뜻한다. 그런데 ‘벌’(閥)이라는 한자어가 시사하듯이 이 말의 뜻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칠 伐’과 ‘문 門’이라는 글자가 합쳐서 만들어졌다. 여기서 ‘문 門’이라는 글자는 가문을 뜻한다. ‘閥’이라는 글자는 어떤 가문이 문 앞에서 다른 가문의 진입을 쳐서 막는 것을 뜻한다. 독점적인, 곧 배타적인 방식으로 특권을 누리는 가문이 바로 ‘閥’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재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많은 돈으로 특권을 누리는 가문’을 뜻한다. 바로 이 때문에 재벌은 군벌이나 학벌이나 정벌과 같은 다른 모든 '벌족'들과 마찬가지로 시대착오적인 개혁대상이다.

재벌의 문제는 전근대적 특권의 향유에 그치지 않는다. 재벌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직결된다. 민주주의는 전근대적 특권체제의 청산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이라는 특권가문의 존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재벌은 특권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먼저 그들은 적극적으로 정경유착의 구조를 만들어 활용한다. 16대 대선의 불법정치자금 수사에서 그 일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재벌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정치인에게 상납했다. 물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바친 것은 삼성재벌이었다. 삼성은 152억원을 바쳤다고 주장했으나, 두 배가 훨씬 넘는 372억원을 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비자금으로 조성해서 정치권에 바칠 수 있는 것이 재벌이며, 그 중에서도 최대 재벌인 삼성재벌의 능력은 단연 두드러진다. 정경유착을 없애기 위해서는 재벌을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재벌은 ‘승자독식의 사회’를 추구한다. 몇 해 전에 삼성전자는 ‘아무도 2등은 기억해주지 않습니다’는 문구의 광고를 상당한 기간 동안 연속으로 내보냈던 적이 있다. 좋게 보자면, 1등을 추구한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광고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등이 되기 위해서 재벌은 먼저 ‘모든 자원의 독식’을 추구한다. 그 핵심은 인력과 자금이라는 두가지 자원이다. 과정의 문제를 철저히 은폐하고 1등의 결과만을 내세우는 것이 야누스적인 재벌의 실체인 것이다. 나아가 ‘승자독식의 사회’라는 것 자체가 반인간적이며 반사회적인 사회이다. 이런 사회를 공공연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주장하면서 삼성재벌은 자신의 반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정체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용 상무는 도대체 무엇에서 1등을 해서 삼성재벌의 후계자가 되었는가?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전근대적 세습에 성공한 삼성재벌이 1등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막힌 역설이고 비웃음거리일 수밖에 없다.

세째, 재벌은 이른바 ‘총수’의 독단에 의해 경영된다. 총수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세계적인 거대기업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총수의 전제적 지배는 그 자체로 극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여기서 나아가 기업의 소유와 운영에 관한 인식의 왜곡을 낳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총수는 ‘주인’이고, 임원은 ‘마름’이며, 직원은 ‘머슴’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같은 잘못된 생각이 불행하게도 이 나라에서는 하나의 ‘상식’으로 통한다. 재벌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 족벌언론과 언론족벌이 이런 ‘상식’을 널리 퍼트리는 확성기의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점에서도 삼성재벌의 능력은 가장 두드러진다.

이러한 세가지 문제는 재벌을 ‘죄벌’(罪閥) 곧 ‘죄를 많이 지은 가문’, 아니 ‘구조적으로 죄를 많이 지을 수밖에 없는 가문’으로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재벌은 다른 재벌보다 월등히 뛰어난 두가지 문제를 더 가지고 있다.

첫째, 삼성재벌은 ‘세계 최고의 편법세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기술의 개발을 위해 일년 365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이루어진 것이 이건희의 세습이요, 이재용의 세습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 안에서 삼성이라는 왕국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 삼성재벌은 그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최선을 다해온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30대 중에서 최대 부자는 말할 것도 없이 삼성재벌의 이재용 상무이다. 그런데 그는 3조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세금이라고는 단돈 16억원밖에 내지 않았다. 30억원 이상을 상속받을 때에는 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국민의 복리를 위해 써야 할 1조 5천억원이 이재용 상무의 금고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삼성재벌이 모든 재벌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 삼성재벌은 ‘세계 유일의 무노조경영 대기업’이다. 이병철 회장은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유지를 받들어 삼성재벌은 아직도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의 결성은 노동자의 권리에서 핵심을 이룬다.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자를 그야말로 ‘머슴’으로 여기는 것이다. 삼성재벌의 이런 태도는 극단적인 프라이버시 침해사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세상을 놀라게 한 이른바 ‘연예인 X화일 사건’은 그 좋은 예이다. 삼성재벌의 계열사인 제일기획에서 일으킨 이 사건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재벌의 문제가 연예인을 마치 가축처럼 다루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었다. 사실 이 사건보다 더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은 2004년 6월에 밝혀진 삼성SDI의 ‘유령폰 사건’이다. 누군가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핸드폰을 구입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삼성SDI의 노동자들을 조직적으로 위치추적했던 것이다. 추적의 대상이 되었던 노동자들은 모두 노조를 결성하려고 애쓴 사람들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버랜드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은 이재용 상무의 세습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삼성재벌의 개혁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책임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재벌이 주장하는 ‘총수’체제의 개혁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렇게 배짱을 퉁길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나라가 이미 ‘삼성의 나라’가 되었기 때문인가?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재벌을 구세주로 미화하는 보도를 해대고 있고, 대다수 정치인이 삼성재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시로 화장을 고치고 있다. 이제 삼성재벌이 직접 권력을 장악하는 일만 남은 것은 아닐까? 이미 숱한 ‘삼성맨’들이 재계는 물론이고 정계, 관계, 언계, 학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굳히고 있지 않은가?

재벌은 화창한 봄날의 황사같은 존재이다. 그것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한, 우리는 세상을 맑고 투명하게 볼 수 없다. 그것이 세상을 계속 뒤덮고 있는 한, 우리는 마치 세상이 언제나 그렇게 흐린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이 흐린 것이 아니라 황사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재벌의 개혁은 정치민주화를 넘어서 사회민주화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과제이다. 사이비 경제위기론과 총수 구세주론을 유포하여 자신의 지위를 더욱 굳히려는 삼성재벌의 개혁은 더욱 더 그렇다. 삼성재벌을 개혁하고 화창한 봄날을 즐기자.

인터넷 참여연대 200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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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집 팔 때 고소득층 집 샀다

<저소득층 집 팔때 고소득층 집 샀다>

고소득그룹 8∼10분위 주택소유비율 상향
저소득그룹 2∼4분위는 하향세

    (서울=연합뉴스) 윤근영.이 율 기자= 고소득자들은 집을 사고 있으나  저소득층은 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고소득층이 투자목적으로 자산가치가 높은 중대형 주택을 매입하고 있는데 비해 저소득층은 경기부진 등으로 인해 금융기관 채무를 갚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12일 통계청의 `1.4분기 근로자 가계수지동향'을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의 전체 주택소유가구 비율은 평균  61.77%로 1년전인 작년 같은 기간의 61.76%와 거의 같았다.

    그러나 소득을 10개 분위로 나눴을 때 하위계층에 해당되는 2∼4분위의  주택소유비율은 1년전보다 일제히 떨어졌다.

    반면, 고소득 그룹인 8∼10분위는 모두 올랐으며 중간 계층인 5∼7분위는  등락이 엇갈렸다.

    분위별로 보면, 소득이 가장 높은 10분위의 주택소유 비율은 지난 1.4분기에 82.26%로 작년 1.4분기의 80.91%보다 1.35%포인트가 올라갔다.

    또 9분위는 73.46%에서 73.72%로, 8분위는 71.95%에서 74.84%로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하위그룹인 2분위의 주택소유비율은 지난 1.4분기에 43.56%로 1년전의 45.49%에 비해 1.93%포인트가 떨어졌다.

    역시 하위그룹인 3분위는 53.30%에서 50.36%로, 4분위는  55.34%에서  52.73%로 각각 하락했다.

    반면, 중간그룹에 속하는 6분위는 지난 1.4분기에 64.57%로  1년전의  64.36%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다.

    같은 중간계층인 5분위는 57.38%에서 63.83%로 올랐으나 7분위는 72.71%에서 68.54%로 하락하는 등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취하위 계층인 1분위의 주택소유 비율은 43.22%로 1년전의 42.15%보다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주택소유에서도 양극화가 매우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함영진 팀장은 "저소득층들은 대출받아 구입한 중소형 주택의 가격이 현상유지 수준에 머물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채무상환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나머지 주택을 파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고소득층은 중대형 고급주택의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자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양극화는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도별 전체 주택소유비율은 1.4분기 기준으로 ▲98년 55.56% ▲99년 58.17% ▲2000년 58.26% ▲2001년 57.05% ▲2002년 55.71% ▲2003년 58.77% 등이었다가 작년부터 60%대로 올라섰다.

(끝)
2005/06/12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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