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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하고 자중하던 집회참가기..

난 이번 노대회에 가기전 몇가지 결심을 했다.

하나는 왠만하면 '술먹고 취하지 않기' 였으며 또한가지는 '차 끊기기 전에 집에 들어가기'였다.  그 두가지 약속을 스스로부터 강력하게 하고선 동국대로 향했고..마침 조직에서 최저생계비체험마당을 열고 있던터라 운동장을 한바퀴 둘러본뒤 책상앞에서 열심히 서명받고 홍보를 했다.  그런데 밤이 깊어 갈수록 점점 떨어지는 기온은 정말이지 나를 더이상 그곳에 서있지 못하게 했음이 충분했다고나 할까..아, 정말 너무너무 괴로웠다.  입김이 퍽~퍽~ 나오는 그 날씨에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 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는게..물론 돌아가면서 있기는 했지만 나이 한살한살 먹어 갈수록 추위는 견딜수 없는 그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  천막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를 수번..들어갈때마다 마셔댄 소주로 인해 불콰해진 술기운..아는 사람을 찾으러 헤매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전철끊기겠다 싶을 시간에 그곳을 나섰다. 

 



그러나 안간힘을 쓰면서 달려갔던 전철들은 두번을 갈아타는 동안 모두가 막차였고 결국 마지막은 집까지 가는게 아니고 중간까지만 가는게 아닌가..빌어먹을...어질어질 거리는 정신으로 겨우 탔는데...할 수 없이 두번째 나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택시를 탔는데 다른 두 사람과 동승하는 바람에 택시비는 원래요금을 초과하기까지 했다..(되는 일이 없군..)집에 오니 술은 거의 깼고..약속했던 한가지는 겨우 지킨셈이다.  속으로는 지난 5월 노동자대회를 생각하면서 킥킥 거리며 흐뭇해했다.  지난 5월의 노대회때 개판되었던 나를 생각하면 할수록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으니..이번엔 확실히 '품위'는 지킨거다..ㅋ

 

본대회는 늦잠 자느라 한시간이나 늦게 도착해서 연설 듣고 노래 듣고 몇몇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그러고 있으니 어느새 집회는 정리분위기..오늘은 행진 안하나 했더니 행진은 시작전에 벌써 했다나??  참...집회참가 경력(?)몇년째인 나로서는 아리송하기 짝이 없는 수순이었다.  정말 꽤 시시했다.  20대 중반이후로 집회가 가서 최루연기 맡아본지도 거의 없으니 모..그렇다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그것도 절대 아닌데..

 

하튼 어리둥절 속에서 파장하는 분위기에 내몰려 일행은 저녁이나 먹자고 한다.  저녁을 먹고 한 사람이 더 결합해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푸기 시작했다.  역시 두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중하고 있던터라 술자리가 그닥 재미있거나 흥이 나질 않았다.  일행은 앞으로 나아갈 우리조직의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나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만큼 그동안 조직의 방향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하지 못했고, 걍..회원이라는 명분 하나만으로 버텨 왔다고나 할까..쩝....속으로 반성깨나 하면서 빨리 그 술자리가 끝나길 바랬다.  아차 하면 또 다음자리로 옮겨 어제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테니...다행히 다음자리로 이어지지 않았고 아쉽지만 그렇게 끝이났다. 휴.....

 

스스로 한 약속에 대해 이렇게 신경을 쓰고 지키려고 노력해 본적이 얼마 없었는데 왠일인지 모른다.  물론 지난번 금연에 대한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 못해 아직도 틈만 나면 혼자 자학하고 있지만... 술 취하지 않기와 차 끊기기 전에 들어가기 약속은 금연보다는 쉬었나 보다.  그러나 여전히 그 어떤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것은 약간의 긴장과 더불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됨이 충분하다.  물론 힘이 들긴했다..절제 없는 생활에서 오는 찰나의 행복보다는 거시적인 행복을 위해 바쳐져야 하는 그것들이 어쩌면 성숙한 삶을 살아 가는데 한걸음 나아가는거라 여겨보면서...

(별거 아닌 일에 뒤끝이 유난히 '거창해'지는군...ㅋ - 나랑 전혀 안어울리는 모드이다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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