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옳은길? 나쁜길??

9살난 딸애와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와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그냥 친구와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줄때가 더러 있다.

 

한번은...

희연: 난, 엄마가 나쁜길로 가는게 싫어! 

나: 그 나쁜길이 뭔데?

희연: 엄마는 맨날 담배 피우고, 술마시고 그러잖아.

나: 근데, 그게 왜 나쁜길이지?

희연: 담배가 나쁜거지 그럼 좋은거야??

나: 담배는 나쁜거지만, 어른이니깐 어른이 알아서 하는거야..

너도 어른되면 너가 하고 싶은거 맘대로 하렴..

희연: 싫어! 난, 절대로 나쁜길로 안가고, 옳은길로만 갈거야!

 

이런 대화가 오갔다..

아이들이 담배가 나쁘다는걸 아는건 어떤 경로든 교육을 통해서이다.

학교에서는 툭하면 흡연의 폐해에 대한 통신문을 나줘주고,

무조건적으로 담배가 안좋다는 교육만 한다.

즉, 그것이 인체에 왜 나쁜지, 언제쯤 선택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야 하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은채...

 



어떤식이 되었든 일방적이고, '세뇌'시키는 교육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가 저런 말을 하게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얼마나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 졌으면 '담배=나쁜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만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 갑자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건 단순히 나쁜게 아니라, 건강에 좋지 않고

특히 어린이인 너희들에게는 더더욱 헤를 미치기 때문에

좋지 않은거지 어른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꼭 나쁜길을

가는건 아니다. 라고 설명을 해주려다가 그만 졸려서 못했다.

 

물론 아이마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희연이는 유독 선악의 판단기준이 너무 명확하다는걸

느낀다.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고, 엄마 몰래 돈을

쓰지 않고, 나쁜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고,

TV보는것도 물어 보고 보고, 컴퓨터 하는것도 그렇고,

놀다와도 되냐고 물어보고, 등등...

때로는 내가 너무 아이를 다그쳐서 그런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이 아이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正道(?)를 가는게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기도 하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는게 나의 지론인데,

너무 틀에 박힌 사고에 갇혀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약간 비약하자면, 창의성의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오늘 아침엔 현장 학습을 가면서 이런말을 했다.

난,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준 초밥이 제일 맛있다. 고...

헉!! 한마디로 헉~! 이 소리 밖에 안나온다.

그냥, 싸준 밥이나 먹고 오면 되지, 얼어죽을 '정성'은 또 뭔가?

날이 가면 갈수록 아이가 점점 더 코뚜레로 다가오기도 해

그저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조그만 더 크면 얼마나 더 잔소리를 해댈까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기도 하고...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