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사)노동자의 하루...

한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므로 중간중간 가사노동에도 신경을 써 주어야 한다.  지금은 사실, 논문에만 집중 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판국인데 가사노동까지 신경을 쓰다보면 그야말로 멀티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심란하기가 이를데 없다.. 하지만, 오늘은 하루종일 가사노동에 매진 해야만 한다..  만약, 오늘 하루종일 가사노동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우리집 반찬은 '김치와 김' 뿐일 수 있고, 거기다 집안은 돼지우리에 아이는 갈아 입을 옷이 없게 된다..ㅠㅠ.

 

일어나자 마자 아이 학교를 보내고 그때부터 일을 시작한게 지금에서 끝났다!   일어난 시간부터 지금까지 치자면 아침 7시 반부터 지금 시각이 밤 10시 반이니까 무려 16시간이다. 이렇게 긴 시간을 온전히 가사노동에 복무한 셈이다.  아이 학교 보내고 바로 어제 사온 알타리 3단을 다듬고, 절여놓고 아침을 먹고, 잠깐 컴을 만지고, 바로 반찬 만들기 모드로 들어갔다. 반찬은 오뎅 볶음과 된장국 끓이기, 브로컬리 데침. 그리고 바로 김치를 담글때 쓸 풀을 쑤어 놓았다.  말로 풀어 놓으니 몇가지 안되는것 같지만 이거 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첨부된다.  김치 만들때 쓸 양념들 미리미리 손봐야지, 거기다  절여진 알타리 헹구어야지 그 담엔 또 양념 만들어야지..



알타리 김치 만들 양념을 다 만들어 놓으니 아이가 학원까지 마치고 귀가 한다.  그리곤 바로 학습지 교사가 오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목욕탕엘 간다.  목욕탕에 갔다 오니 벌써 하루해지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시간이다.  목욕탕에서 땀빼고 힘빼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 잠시 쉰 후 다시 마지막 반찬 만들기 모드로 돌아 간다.  그거 다 하고 아침부터 쌓아 놓은 설겆이까지 해치우고.... 비로서 오늘의 노동이 끝난 셈이다. 

 

남들 다 하는거 가지고 무슨 유세냐고 하는 사람 꼭 있다.(바로 호빵!--동거인 애칭을 이렇게 부르기로 함-- '그거 하면서 꼭 유세 떨어야 되냐? 나도 (가사노동에 대해)할 만큼--니 기준이겠지!--은 하는데 말야..'고 한다. 항상.) 난 특별히 유세를 떨자는게 아니다.  나의 노동이 하루 8시간을 초과해도 남아 있는것(아이가 잠들때 까지 '돌봄노동'과 그 일종인 '감정노동' --난, 이 감정노동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ㅡㅡ;;--거기다 숙제 봐주기 포함)에 대해 능력이 딸림을 그리고 힘듦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성토임과 동시에 그 노동에 대해서 너무나 깊은 이해가 없음에 화가 나기 때문이다.  밖에서 일하는것만 노동이고 집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은 노동이 아닌가? 노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건가?  뚜렷한 댓가가 없기 때문에?? 그 댓가는 누가 주는건데??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 보다 훨씬 더 문제인것은 편협한 인식 바로 그 자체라고 본다. 

 

내일 내가 팔아야 할 노동력을 재생산 하기 위한 곳이 가정(또는 집)이라면, 가정에서 그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또다른 노동력이 필요 하다는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사는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항상 오늘 처럼 풀 가동을 하는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풀가동을 하고 나니 이틀은 죽어도 연속적으로 움직이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난 가사노동 보다는 가사노동 빼고 다른 노동이 훨씬 체질에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하루종일 힘들었다.  어제도 새벽부터 가동(아이 학교에서 녹색어머닌지 뭔지 할 사람이 없다고 하여 결국 녹색 어머니회를 맡게 되어 그것 때문에도 새벽부터 움직였고,  거기다 그전날 폭탄주(?)까지  마셨구나...--미친게지...ㅎ-- 술을 마시면 더욱 잠을  제대로 못자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 보니 입안 구석구석에 혓비늘이 돋아 있더라.  난, 잠을 못자면 무조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ㅠㅠ)을 하느라 힘들었는데...오늘도 역시...흑~

 

물론, 사회속에서 부딪히는 많은 관계속의 부대낌(노동)은 없을지라도, 가사노동은 훨씬 큰 외로움과 물리적인 힘겨움의 이중고가 충분히 믹스된 고강도의 노동임이 틀림 없다.  눈꺼풀이 내려 앉으며 온몸이 쑤시는 피로가 몰려 오지만 피로를 푸는덴 역시 술이 최고다.  남은 고량주나 다 마시고 자야 겠다.. 오늘 하루도 고달팠던 노동자의 인생이여...ㅠ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