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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좀더 왔으면 좋겠다.

여긴 4층. 이 아래 저 밑의 세상의 온갖 쓰레기같은 건물들과

자동차와 풀과 나무 사람들까지 다 잡아먹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물론 글로 쓰면서, 그건 아니구- 싶게 되었지만.

하여간,

고요했으면 좋겠다. 건물들이 너무 빽빽하다.

때로 저 조밀조밀한 모양새가 귀엽기도 하고,

판자촌에 대한 씁쓸한 비애같은 것이 밀려들기도 하고,

그 속에서 콩당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멀리 볼것 없이 옆집처럼 그렇게 붙어사는 사람들의 삶이

징글징글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그런 것도 있다.

 

그래도, 잠깐 섬에 있었으면 좋겠다.

섬.

 

이 건물4층을 빼고는 왠만한건 다 물에 잠겨버려라-

삐죽삐죽 솟은 전신주와 엉긴 전깃줄, 파이프들, 정화조 가스를 내뿜는 pvc파이프들 모두-

그리곤, 잠시 흘러가는 물만, 내리는 비만, 오가는 바람만 맞이하면서 조용히 오후 나절을 보내고 싶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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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리의 열병

뚜리와 나무씨가 옆집에 들어온 지 한 달쯤 되었나?

(참고로 내가 사는 집 이름이 '옆집'이다.)

어제, 뚜리의 열병 때문에 온 가족이 비상이었다.

 

먼저, 뚜리 소개.

뚜리는 새벽 1시 반-2시 사이에 한 번 깨서 울고,

아침 5시 반-6시경에 다시 한 번 깨서 우는 친구다.

면기저귀를 채워주면 바로바로 오줌을 누며

종이기저귀를 채워주면 오래 여러번 싼다.

아직 똥누는 것을 힘들어한다.

 

뚜리는 사람들에게 안겨있기를 좋아하고, 가끔 기분 좋을 때는 혼자서도 잘 논다.

요즘엔 날마다 뚜리의 목소리에 아침 일찍 깨는데

깨고나면 다시 잠들 수 없어 좋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다.

 

뚜리를 보고간 한 친구는 '다니엘 헤니'처럼 생겼다며

그의 유난히 댕글하고 큰 눈, 긴 속눈썹을 칭찬했다.

6개월 된 아기 치고는 몸이 크고, 팔 다리가 길며 손가락 발가락도 길다.

몸을 뒤집는 기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아직 한쪽으로밖에 못 뒤집는다.

그래서 혼자 두면 방 저쪽 끝에 가서는 못 돌아오고 계시기도 한다는...

 

재울 때는 안거나 업거나 눕혀재울 수 있는데

아직 혼자 잠들기 힘들어하므로 누군가 재워야 잔다.

재우는 타이밍을 놓치면 애가 잠잘 에너지까지 다 써버리고 완전 피곤해져서 더 잠투정을 많이하고 힘들어한다.

따라서 적시에 바로 재우는 게 테크닉.

나는 주로 업어 재우는데, 포대기로 싸고 뚜리 팔까지 포대기 안으로 숙 집어넣은 후

조용한 방에 들어가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재운다.

10여분간 칭얼대며 머리를 등에 박고 침을 묻히다가 오줌을 눠서

내 등짝이 몇 번은 젖었었다. 하여간, 그러고 나면 20여분 안에 잠이 들어 고개가 옆으로 툭 떨어진다.

그럼 바닥에 천천히 눞히고 살짝 깨는데도 토닥토닥 해주면 잔다.

 

 



그저께부터 아파서 한의사가 와 손발 따고 귀 따고 했다고는 했는데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았다.

어제 아침부터 밤까지- 모두들 긴장의 연속이었다.

 

1신.

아침 8시, 뚜리의 열을 확인하고는 연구실 앞마당에 심어놓은 피퍼퓨(fever few)라는 허브를 뜯으러 왔다가

엎어지는 바람에 다리에 큰 멍이 들었다. ㅡ,.ㅜ;;

그런데 그 허브를 끓여서 물에 타 줬더니, 이 자슥이 그걸 거부했다.

속상했다.

 

2신.

연신 '풍욕' 이란 것을 시켜줬는데

30분 동안, 풍욕을 위한 cd를 틀어놓고, 종 소리 한 번이면 이불을 덮어주고, 두 번이면 이불을 뺏는 그런 짓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열을 내리기 위해 특별히

찬물에 손수건을 적셔 온몸을 닦아주었다. 열을 내리려고 하는 것이지만

의례 그렇듯 열나면 춥고, 추우면 이불 뺏는 게 싫고, 거기에

찬 물수건은 정말 너무너무 싫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뚜리는 울고, 자지러지게 울고, 몸을 뒤집었지만

이틀 동안 7-8번을 그렇게 시켰다.

난, 그 cd에서 나오는 노래가 너무 차분해서 옆에서 누가 아프든 말든 자고 싶더라..

하여간 뚜리는 나중에는 넘 지쳐보였다. 졸려하며 눈꺼풀이 닫히는 애기에게

다시 이불을 뺏고 찬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나무와 달군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난 얼른 자리를 떴다.

 

3신.

연구실 나오려 준비하는데,

뚜리 방에서 뭔가 분주했다.

뚜리 봐주러 온 신짱이 "체온계가 깨졌어요"라고 차분히 말해주었다.

허어어어어억!

난 얼른 뚜리부터 안아들고 옆방에 눞힌 다음, 나무를 내보내고, 창문을 열고

기저귀 등 아기용품들을 밖으로 빼낸 후 매트에 산산히 흩어진 수은 덩어리를 찾았다.

신짱이 한 덩어리로 뭉쳐놓았지만, 지름이 1mm도 안되는 듯한 작은 반짝거리는 알갱이들이 보였다.

흙. 한 시간 내내 장판 밑까지 휴지로 싹싹 닦아가며 대략 치웠다.

뚜리방에 대해 24시간 접근 금지를 명하고 연구실 나갔다.

 

4신.

밤 9시 반경.

뚜리의 얼굴이 새빨갰다. 온몸은 아까보다 더  뜨거워진 듯했다.

잠을 자더니 더 뜨거워졌다고 한다.

올 초에 내가 열 때문에 죽다 살아난 일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풍욕. ㅡ,.ㅜ

 

곧 나무가 전자체온계와 부르펜시럽을 사들고 왔다.

얼굴이 완전 노래져가지고는 정신이 없어보였다.

전자 체온계로 겨드랑이를 쟀는데 10분이나 걸렸다. 뭔가 정확하지 않은 듯도 하고.

나무와 달군과 승욱과 말랴가 돌아가면서 체온을 재보고는,

이게 정확한가 다시 의문이 들고,

난 옆에 있다 재보니 35.7? 하여간 정상.

뭔가 좀더 정확히 재는 방법이 있었는데 하나는 혀 밑이고 하나는 똥꼬다.

 

어젯밤 11시, 결국 그의 똥꼬에 체온계를 꽂았다.

흠- 38.7도. 가슴이 두근두근.

나무는 내게 혹시 관장약도 똥꼬에 넣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기 열 날 때는 무조건 관장부터 시키라고 했는데, 자기는 계속 실패했다며...

그래서 뚜리의 똥꼬에 글리세린 10ml 정도를 넣었다.

그리고  2분 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크기로 부르릉 부브브븡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관장 성공.

모두가 크게 웃었다.

 

하여간, 아기의 열병은 무서웠다.

뚜리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38.7도의 고열을 보였을 때

모두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웬만하면 병원에 데려가자고 했는데-

오늘 아침엔 아직 뚜리가 깨지 않아서 얼굴을 못보고 나왔다.

어쨌는지 모르겠다. 뚜리의 열병이 내렸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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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워크샵 후 언론기사들

2009,「탈시설과 인문학의 만남」

 

총매수: 3매(표지 포함)

2009,「탈시설과 인문학의 만남」 첫번째 탈시설워크샵

 

시설 밖으로, 지역사회로’

‘함께-함’, 지역사회에서 보편적 삶을 위하여 

 ▣ 언제 : 2009년 4월 14일(화), 오후 4시

 ▣ 어디서 : 노들장애인야학

 ▣ 함께하는 곳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들장애인야학,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연구공간 수유+너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탈시설정책위원회



“춥고 배고픈 것보다 더 슬픈 건 내가 짐승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밥 먹고 자고 그 생활에 길들여져 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시설에서 살수 없었다.”


“수용시설에서는 의식주는 해결되지만 그 외에 다른 욕구들은 채워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공부도 하고 싶었고, 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먹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싶었습니다.

바로 내 삶을 내가 계획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시설’이라 불리는 장애인 수용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은 한 인간의 삶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연결고리를 모두 잃은 채, 그저 ‘날 생명’으로 관리되는 곳입니다. 그곳은 법과 제도의 힘이 제대로 미치지 않지만 그 어느 곳보다 권력의 전횡이 심한 곳입니다. 그곳은 합리적 노동계약은 존재하지 않지만 막대한 폭리가 취해지는 곳입니다. 그곳은 가족이 돌봄을 포기한 곳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도 가족주의가 강요되는 곳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 낯선 공간의 의미를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물음은 법과 제도, 정책을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섭니다. 시설은 우리 시대에 고유한 ‘인간’의 의미, ‘삶’과 ‘생명’이 다루어지는 방식에 대해 묻게 합니다. 탈시설운동가들 만큼이나 인문학자들이 탈시설을 사유하고 실천할 때가 왔습니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자들’(시설 장애인들), ‘말하지 않는 자들’(정부와 시설운영자, 장애인가족, 시민들)의 ‘침묵의 언어’를 듣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시설 장애인과 시설 바깥의 장애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공통의 언어’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우리를 입 다물게 했던 모든 분리와 배제, 고립에 저항하면서, ‘함께-함’ 속에서 우리 삶의 공동 비전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입니다. 인문학과 탈시설 운동, 아카데미 바깥으로 나온 인문학자와 시설 바깥으로 나온 장애인의 만남에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1. 귀 언론사에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오는 2009년 4월 14일(화) 오후4시부터 노들장애인야학에서, 2009년 탈시설워크샵 「탈시설과 인문학의 첫 번째 만남 - ‘함께-함’, 지역사회에서 보편적 삶을 위하여」가 개최됩니다. 


3. 이번 탈시설워크샵은 세 개의 마당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마당은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탈시설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이야기 나눔의 시간입니다. 우선, 현재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과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시설 생활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사회에서 한 인간으로 보편적인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과제가 있는지, 또한 ‘함께-함’은 무엇이며, ‘함께-함’을 거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기제에 대한 고찰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4. 두 번째 마당에서는 탈시설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집니다. 노들장애인야학의 특별활동반에서 몇 주에 걸쳐 공들여 준비한 연극, 애니메이션, 노래공연, 미술전시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상징하는 ‘나비’를 주제로 한 판토마임 공연이 있습니다. 탈시설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몸으로 표현하는 두 번째 마당은 함께 어울리는 유쾌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펼쳐지는 세 번째 마당에서는 첫 번째 마당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둠으로 나누어, 좀 더 심화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각 모둠별로 시설경험장애인, 활동가 등이 함께 모여 탈시설에 대한 개별 주제를 정하여 심층 토론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5. 이번 탈시설워크샵은 장애인의 시설수용을 당연시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에 대해 도전하는 토론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탈시설권리를 해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하는 이번 탈시설워크샵에 귀 언론사의 많은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탈시설워크샵 진행 순서>


시간

제목

진 행 내 용

16:00

~18:00

제1마당

- 이야기

 나눔

■ 하나 : 인권은 시설보호주의를 넘는다” - 장애인 시설 생활인의 지역사회에서의 보편적 삶을 위한 현황과 과제 (박숙경, 탈시설정책위원회)

■ 둘 : 시설에서의 삶 (김동림, 석암비대위)

■ 셋 : 나의 자립생활기 (배덕민, 노들장애인야학)

■ 넷 : 탈시설 그  ‘함께-함’을 사유하기 위하여 (고병권, 연구공간 수유+너머)

18:00

~19:00

쉼-저녁식사 

■ 참여단체가 준비한 먹거리 나눔

19:00

~20:00

제2마당

- 문화공연

- 탈시설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공연 및 전시

■ 하나 : 단막극 (노들야학 연극반)

■ 둘 : 애니메이션 (노들야학 애니메이션반)

■ 셋 : 노래공연 (노들야학 노래소모임)

■ 넷 : 판토마임 - ‘나비’ (류성국)

■ 다섯 : 미술전시 (노들야학 미술반)

■ 여섯 : 영상 - ‘사회가 만든 감옥’

20:00

~21:30

제3마당

- 모둠토론

- 모둠토론

21:30~

마무리

-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마무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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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워크샵 &quot;사회가 만든 감옥, 시설 밖으로&qu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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