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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종일 바람에 휘청대었다.
막 다리를 건널 즈음, 강바람 비명이 되어 따라붙더니
옆구리를 퍽 치고 달려간다.
다리 난간까지 밀려서는 가던 걸음 몇발짝 더 못떼고 두리번대었다.
겨울이 외로운 계절 같아서 봄을 기다리면
더 질척한 고통에 시달리지 않을까
지금 부는 바람이 끝이 나기는 할까
어쩌면 올해는 봄은 오지 건너 띄고 여름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 차라리 그러면 좋지 않을까
계절을 타는 것은
순번을 정해서 차례로 겪는 얼차려가 아니지
매해 돌아오는 정기 기념일도 아니고
흑사병마냥 휩쓸고 지나 갈 전염병도 아니야
유독 올해는 힘겹다.
내내 웃으면서 일하려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제출하는 의견도 기대 이상으로 먹혀든다.
하지만 그래서 더 힘겨운가.
채울 수 없는 것들을 떠올려 본다.
첫사랑 첫키스
멀리 떠난 친구의 조잘거림
미친듯이 빠져들었던 그 때의 열기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빌어먹을 정의감
그 해 캠퍼스 잔디밭에서의 여흥
서른즈음의 공포
그리고 너
기억을 곱씹다 보면 훌쩍 커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한 아이의 아비가 되었고
낯선 땅에서도 잘 버티는 방법과
처세술과 눈치밥도 알게 되었다.
이젠 눈물 글썽일 때도 줄었고 맨 처음 샀던 카메라에는
물불 안가렸던 그 시간만큼의 흔적이 가득하다.
아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지.
누구? 나에게
또 누구?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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