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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지라 계획을 세우고 살아본적이 거의 없다.

뭐 되는대로 막 산것은 아니었지만, 좋게 말하면 항상 그때 그때에 충실했던거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겠다.

그래도 지루할 틈 없이 세월이 흘러갔으니 아무래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다.

 

재미있는게 인생에 어떤 법칙이 작동한다는 느낌이 든다.

숫자로만 이루어진 공식에 따른 법칙이 아주 묘하게,

그래서 내 인생이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서도

지나고보면 꼭 이렇게 될것이 정해져있었던것 마냥 느끼게 된다.

앞날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내 인생이 나름의 규칙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는건가?

재미있기는 한데 살짝 씁쓸한 웃음이 배어나온다.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던 대학시절엔,

내가 병역거부운동을 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

병역거부라는 것을 모르기도 했었거니와,

조직적으로 병역거부운동에 동참하고 나서도

병역거부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게 될거라고 눈꼽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학생운동 5년 후 갑작스럽게 병역거부운동을 하게 되었다.

 

전쟁없는세상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학생운동할 때처럼 '죽을 때까지 이것만 한다'

이런 생각은 없었다. 그런 말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내 인생이 튀어온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한 10년, 전쟁없는세상에서 그 정도 하면 그만두고 다른일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꼭 10년을 기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숫자가 10이었나보다.

 

그런데 또 5년이 지난 지금,  

5년 전에 예상외로 전쟁없는세상을 시작했던것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이 튀어가고 있다.

무슨 경제개발5개년계획마냥 내 인생을 5년단위로 끊어서 계획을 세운것도 아닌데,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밤에 하늘에 대고 스스로에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담 앞으로 5년 후

또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인생이 다른방향으로 튀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5년후를 준비하기보다는

역시나 지금 잘 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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