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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조선학교는 일본이라는 거대자본주의사회의 한 복판에 있는 집단주의 교육 기관이다. 일본 내의 소수민족 문제, 또는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국제질서의 문제, 식민지 청산의 문제 등 대단히 복잡한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역사 속에서 조선학교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심각히 고찰해야할 또 다른 시각을 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참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학교 DVD 자료집 가운데서.

 

우리가 어떤 것을 접하고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때, 어떤 점을 바라보고자 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학교'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 민족, 디아스포라, 일본 식민청산, 민족문화, 남북관계- 가운데 우리가 어떤 면을 중심으로 바라볼지에 따라서 우리가 '우리학교'에서 배울 것은 크게 달라진다.

 

아직 '우리학교'를 보진 못했다. DVD 샀으니 이제 봐야지. 그런데 솔직히,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김일성 사진을 벽에 걸어놓는 학교라서 그랬다. 김일성이든 누구든 누군가를 그런식으로 숭배하는 것은 결국 특정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홍세화 선생님의 말대로 교육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하니까.

 

그런데 아직 DVD를 보지는 않았지만, 자료집만으로도 내가 가진 편견이 깨어지고 있다. 위에 인용한 구절이 가장 인상깊었다. 물론 조선학교의 집단주의교육-개인간의 경쟁이 아니라 집단으로 묶어서 집단별 평가를 통해서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도와가는 연습을 하는-의 방법도 신선했다. 하지만 뒤통수를 쎄게 얻어맞은 건 바로 위에 인용한 문구, 집단주의 교육이 일본 사회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보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집단주의 교육 방법은 허영철 선생님이 쓴 <역사는 나를 한 번도 비껴가지 않았다>에 소개된 북쪽의 교육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쪽의 학교교육이 어떤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아주 단편적으로 알고있는 것들을 종합해볼 때,  북쪽 교육이 참교육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내가 민족주의를 너무 싫어해서 민족교육을 하는 북쪽 교육을 그냥 싫어하는 건 아닌지도 생각했었는데, 우리학교 DVD 북클렛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형식으로 보자면 크게 차이가 없는 북쪽의 교육과 우리학교의 교육.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북쪽에서는 국가의 이데올로기와 부딪히지 않지만, 우리학교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천황제와 부딪히고, 자본주의와 부딪힌다. 결국 어떤 이데올로기를 기본 바탕으로 지니고 있느냐가 참교육의 핵심이 아니라, 그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어떤 긴장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참교육의 핵심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교육은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사회주의에 입각한 교육이 참교육의 씨앗이 되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이데올로기와 싸워야만 한다. (그렇다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에 입각한 교육을 해야한다는 말은 아님)

 

빨리 우리학교 DVD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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