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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운다

들이 운다.

평택의 드넓은 황새울이 운다.

포근한 가슴 한가운데가 움푹 패여

다시는 생명을 잉태못할듯

붉게 타오르는 들불처럼 분노하는 울음은

대추리 농민들의 절규다.

 

갯벌이 운다.

새만금의 갯벌이 운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눈물로

이제는 다 막혀버릴 바다를 향해

질식하듯, 토하듯 울어내는 울음은

어민들의 울음이다.

 

산이 운다.

천성상이 운다.

심장이 뚫린 채로

두 동강 나버린 몸뚱아리 부여잡고

도롱뇽과 함께 고요하게 울어내는 울음은

지율의 눈물이다.

 

엄마가 운다.

50평생 취미라고는 가져본 적 없는 우리엄마가

이 험한 땅에 아들자식 낳은 죄로 울고있다.

그 또한 자신을 슬퍼함이 아니라,

당신 가슴에 못질해대는 자식걱정에 눈물 짓는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조용히 속으로 눈물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울다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살다 가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은

큰 소리로 펑펑울고 있다.

절규하며, 토해내며, 쓰러지며...

조용히 속으로 울던 눈물이

서서히 눈으로 흘러나오지만,

짧은 탄식 한숨과 함께

결코 소리내서 울지 않겠다.

조용히 조용히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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