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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

 

2013. 8. 23.(금) 오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대표교섭위원 강경식과 ㈜재능교육 대표교섭위원 김현태가 서명한 ‘잠정합의(안)’이 알려졌습니다. 저는 지난 5년여 학습지노조 위원장으로서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의의와 노동조합의 투쟁요구에 비추어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2012년 8월, 노동조합은 왜 이른바 사측의 ‘최종안’을 거부하였나?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 노동조합의 요구입니다.

회사는 2011년, 서비스연맹 위원장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을 통해 단체협약체결 불가, 선별복직과 최장 3년 복직유예라는 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를 철저하게 거부한 안이었기에 노동조합은 당연히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해고자 전원 즉시 복직, 선 복귀 후 단체협약체결 약속이라는 안을 학습지노조 임원 강종숙, 유득규와 재능교육지부 임원 유명자, 오수영에게 제시하며 수용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강종숙, 유명자는 즉시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학습지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단체협약 원상회복이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회사의 교섭요구가 있었고, 1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였지만 회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은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투쟁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입장은 이러했습니다. 재능교육과 10여 년을 싸우면서 동지들의 목숨과 피와 눈물, 땀으로 쟁취한 단체협약, 4천 5백명 재능교육 교사들의 노동조건의 기준인 단체협약, 정부도 법원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조합원들의 힘으로 쟁취했던 특수고용노동자 유일의 단체협약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였습니다.

4년, 5년 투쟁을 하고서도 눈물을 머금고 양보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투쟁의 ‘현실’을 이제는 엎어야 한다는, 너무나 힘들고 어렵더라도 양보안을 수용하지 않고 싸우면 우리도 전면적인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선례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각오였습니다.

노동조합은 8월 23일의 ‘잠정합의(안)’을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잠정합의(안)’의 “2008.10.31.자로 해지한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한다.”는 말 그대로 합의서에만 존재하는 공문구입니다.

첫째, 원상회복의 의미는 해석이나 별도 논의가 필요 없는 단체협약의 전면, 자동, 즉시 적용입니다. 그런데 ‘잠정합의(안)’의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노동조합이 원상회복을 요구했던 단체협약의 핵심조항들을 모조리 내 준 꼴입니다.

중요 단체협약 조항 중 하나인 미지급된 하절기지원금(휴가비)에 대한 즉시지급은커녕 “복귀 후, 우선 논의한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것은 절대 단체협약 원상회복이 아닙니다.

둘째, 단체협약을 4개월 간 한시 원상회복 한 후, “복귀 후 즉시 교섭을 시작”하여 “2013.12.31.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합의된 조항으로 단체협약을 우선 체결하고, 미합의 조항에 대해서는 이후 교섭을 통해 보충협약을 체결한다.”라는 것은 회사가 시간만 질질 끌며 단체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하도록 할 것입니다.

모든 노사교섭은 언제, 어떠한 경우라도 핵심조항 때문에 최종타결에 난항을 겪습니다. 학습지노조와 통합 전,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시절에도 전체 7천 명의 교사 가운데 3천 7백여 명이 조합원이었을 때조차 단체협약을 체결하는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농성도 모두 해제한 상태에서 2013.12.31.까지 “합의”할 수 있는 조항이 무엇일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합의 조항에 대해서는 이후 교섭을 통해 보충협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재능교육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선 복귀 후 단체협약체결 약속이라는 이른바 회사의 ‘최종안’을 거부했습니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재능교육이 신뢰할 만한 상대가 된 것입니까?

셋째, 이현숙 집행부가 체결한 2007년 단체협약을 거부하고 재능교육을 상대로 농성투쟁을 시작한 핵심 이유가 수수료(임금)제도 때문이었습니다. 수수료제도가 단체협약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과 합의할 때에만 개정이 가능한데, 바로 전임 이현숙 집행부가 회사의 개악안에 손을 들어주었고, 이로 인해 재능교육지부 투쟁에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핵심 중의 핵심인 수수료제도에 대해 “월회비정산 제도는 복귀 후 노사가 협의하여 합의서 체결일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개선한다. (-)월 순증수수료(는) …… 복귀 후, 우선 논의한다.”고 합니다.

반드시 합의가 필요한 단체협약의 핵심 중 핵심사항이 협의사항이 되어 버렸습니다. 4개월 남짓 동안 단체협약 갱신에 전력투구해도 진일보한 수수료관련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습니다. 수수료제도의 주요 내용을 협의를 통해 합의서 체결일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개선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아무런 실익도 없고 강제력도 없는 이러한 조항을 넣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상호 처벌탄원불원서”를 제출한다는 문구 아래에 “합의서 체결일(2013.08.23.) 이전에 발생한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일체의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또 하나의 독소조항입니다.

2013. 12. 31.까지 반드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은 또 다시 민사적인 피해와 형사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사를 상대로 투쟁해야 합니다. 합의서 체결일 이후에 단체협약 체결을 강제하기 위해 다시 투쟁해야 할 때, 회사가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자행할 것이 분명한 마당에 굳이 이러한 조항을 넣어 사측에 명분을 줄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환구단 농성장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잠정합의(안)’에 반대하여 투쟁할 것이기에 이와 같은 내용으로 노사합의가 이루어지면 바로 표적이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사업장(농성투쟁 2,073일), 199일의 종탑농성을 하고서 이러한 ‘잠정합의(안)’을 수용한다면 지난 1년, 무엇을 위해 왜 싸운 것입니까?

2012년 8월, 이른바 사측의 ‘최종안’을 거부했던 노동조합의 입장과 그 정신은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한다.”라는 공문구를 명시하기 위해 싸우지 않았습니다. 달랑 공문구 한 줄 명시하고 원칙도 실리도 모두 내 준 최악의 후퇴안, 결코 수용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사업장이 되면서까지 쟁취하고자 한 노동조합의 요구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고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입장은 ‘잠정합의(안)’의 내용을 더 파악한 후, 박경선, 유명자 동지 그리고 환구단 투쟁을 지지하는 동지들과 함께 논의하여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제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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