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쁜 남자의 지지율에 관한 잡설

-'미디어충청'에 기고한 글.

 

국회에서 전기톱이 돌아가고 빠루질이 난무해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정부 여당의 비민주적 행태에 대해 예전 같으면 여론의 추상같은 응징이 있었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럴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도 모르겠다. 왜 그럴까? 곰곰이 고민을 해 보지만 떠오르는 답은 하나 밖에 없다. 바로 ‘나쁜 남자 신드롬!’

‘나쁜 남자’란 무엇인가? ‘나쁜 남자’는 배우 조재현이 주연으로 출현했던 영화 ‘나쁜 남자’에서 따온 말로 조재현은 그 영화에서 사창가 기둥서방으로 등장했었다. 그는 길에서 한 여자를 사기적 캐스팅으로 사창가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여자는 그런 그를 미워했지만 결국 다시 그에게 돌아와 그와 함께 1톤 트럭에 매트리스를 실고 한적한 곳을 떠돌아다니며 매춘을 계속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런데, 왜 그 여자는 그 놈을 미워하면서도 다시 돌아온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나쁜 남자’에 대한 좀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여름,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여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왜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3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어둠의 3요소’라 이름을 붙였다.

3요소는 ‘자아도취, 무관심, 사기성’이라 한다. 설명을 더 붙이자면 완전 자뻑인 왕자병에 걸린 놈이 있어 이놈은 주변의 상황에 대해 무관심 듯 보이지만 사실은 주도면밀하게 대상을 탐색하고 있었으며 특유의 구라를 동원해 여자를 꼬시기에 이른다. 꼬드김에 넘어간 여자는 그가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사기적 매력에 현혹되어 이놈이 그래도 뭔가 한 방이 있다고 믿으며 그 남자에 관한 잠재능력의 허상을 갖게 된다. 그래서 나쁜 놈이긴 하지만 언젠가 그 잠재능력이 폭발하게 되면 좋은 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쌓여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어느 상담심리학자의 설명이다.

이제 ‘MB와 그 아이들’에 대한 지지율과 ‘나쁜 남자’의 관계로 넘어와 보자. MB는 앞서 말한 ‘어둠의 3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과 국정운영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상기해 보면 구구절절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여기에다가 가난하지만 의기 넘치는 대학생, 현대건설 사상, 서울시장 등의 캐리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공신화’의 절대적 존재로 각인되었다. 바로 지점에서 그의 ‘절대 군주적 카리스마’가 리더십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경제상황의 악화라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추가되면서 사람들은 그와 그 똘마니들을 미워하면서도 지지율을 지탱해 주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며칠 전, 언론에 보도된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한 실험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하버드 대학의 한 교수는 한 남자를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전기의자에 앉혀 놓고 150여 명의 질문자들의 질의에 답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교수는 의자위의 남자가 질문자들의 질문에 정답을 말하지 못할 때마다 전압을 올리도록 명령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그 결과 70%의 질문자들은 의자위의 남자가 고압의 전류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서도 교수의 명령에 순응해 최대 150볼트까지 전압을 올렸다고 한다. 이 실험의 목적은 절대권위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복종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어도 실험실 안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교수의 말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복종을 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의 정치현실에 적용하면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지 않은 경제상황을 이유로 그래도 믿을 건 정부와 여당 밖에 없다는 심리적 현상이 정부의 ‘절대 군주적 폭압’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MB정부 하의 행정 관료들 역시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에 복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리고 사람들은 이미 10년 전, IMF 사태를 경험하면서 일정 정도의 학습과정을 거쳤다고 보아진다. 그 때, 아무리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중단을 외치고 길바닥의 노동자들이 방패에 전투화에 머리가 찢겨 나가도 결국 경제상황을 되돌린 건 어떤 요구와 울부짖음에도 굴하지 않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사회는 ‘촛불’을 뛰어 넘어 점점 더 보수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가정들이 구체적으로 실증되지는 않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실제로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면 섬뜩하고 무서운 현실이 된다.

반면, 진보진영은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모든 요소를 갖춘 MB와는 달리 진보진영이 가진 것은 ‘자아도취’ 밖에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인기가 없다. ‘사기꾼’이 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종의 ‘신비주의’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적어도 사람들로 하여금 ‘저 놈들 뭔가 있을 거야’라는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지리멸렬’한 진보진영이 시급하게 갖추어야 할 요소인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