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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원정투쟁, 그 3일의 기록' 정리하면서.

뭐가 문제였는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어서 기록..

 

겨우 업로드. 결국은 지저분하게 끝났다.

한 번 정도, 수정을 하게 될 것 같군.

 

* 블로그홈에 게시하지 않아도, 와서 글을 읽을만큼 저에게 애정이 있는 분들이라면, 영상 보고 나서 꼭 코멘트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댓글도 좋고, 메일도 좋고. 저의 메일은 toiless@jinbo.net입니다. (과연 누가 와서 볼까? ㅋㅋㅋ)

 

 

덧붙이자면, 나는 이런 식이 싫다.



- 일본원정투쟁 동행 취재라는 갑작스런 배치, 기획을 할 여력이 없었다는 점.

(시간이 있어도 딱히 기획을 하진 못 했을 것 같다. 전혀 상이 그려지지 않았으므로.)

미리미리 계획이 되고, 아주 낮은 수준을 뛰어넘는 정도의 기획이 필요할 듯. 뭐, 현장에서 많이 달라지는 거야 당연하지만, 적어도 어디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 정도는 있어야. 원정투쟁단만 쫓을 것인지, 일본 노동운동계도 짚을 것인지, 누구를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보일 것인지 등등.

 

- 텍스트까지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현장에서 영상에 대한 고민을 할 여력이 없었다는 점.

기사에 적당할 법한 인터뷰는 많이 했지만, 정작 영상에는 적당하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그 인터뷰를 하느라 다른 장면들을 풍부하게 담을 수 없었다는 점. 다음부터는 절대 두 가지 일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군.

 

- 텍스트에 대한 부담 혹은 현장에 대한 판단 미숙으로 인해 모든 현장을 담으려 했던 과도한 욕심. 어차피 불가능한 건데 말이야. 전노련이나 렝고까지 갔던 건, 모르겠다. 다른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소스겠지만. (일본 노동운동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면.) 결국 기획 부재에 따른 문제로 볼 수 있겠군.

 

- 아, 이 부실한 체력. 3박 4일 내내 생리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거운 가방 짊어지고 하루 12시간 이상씩 움직이면서 기간 중에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했다고 토닥거려주고 싶긴 하지만, 다녀온 이후에 체력 회복이 너무 더뎌서 다른 일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 작업에 착수하는 것도 늦었다. 별로 개선의 여지 보이지 않음.

 

- 사실 작업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내 촬영에 대한 불만 때문에 다시 테이프를 쳐다보기조차 싫다는 점이었다. 애초에는 좀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들이, '렌즈를 닦지 않아서' 쓸 수 없다는 걸 도착과 동시에 알았고, 카메라를 너무 많이 움직이는 바람에 쓸 그림이 없을 거라는 자책과 또 뭐가 있었더라... 핀마이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집회 때 피사체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습관 때문에, 모든 인터뷰를 대문짝만한 클로즈업으로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던 것도 있고..

 

- 사실 FTA의 문제에 대해서 짚으려 했다면 원정투쟁보다는 투쟁 이전과 이후의 소스와 더불어 FTA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인터뷰들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많이 담아내지 못 했고, 이후에는 그냥 '원정투쟁의 기록'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다 포기했는데, 그러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FTA가 뭔데? 혹은 왜 반대해야 하는데? 에 관한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 뭐냐면, 내 친구들도 봤을 때 FTA를 저지해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는 거다.

 

- 듣자하니 '못 가진 자들의 행진'에서 일본이라는 '선진국'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단다. 체불임금 달라고 하는 노동자를 죽인 토목회사 사례를 비롯해서 '못 가진 자'들이 실태가 어떠한지 아주 절절하게 얘기들이 나왔던 모양인데, 그 때 나는 워크샵을 촬영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분담했던 거고 소스를 받기로 했던 거니까 뭐 내 탓은 아니지만, 아쉽긴 하네.

 

- 일본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강 공부를 하긴 했지만, 언어 문제도 있고 다루기 힘들었다. 아주 대략적으로라도 담고 싶었지만, 전노련, 렝고 촬영분을 다 버리기로 하면서 포기.. 실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일본 노동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한국 노동운동의 현재에 비추어 어떤 생각을 하는가, 같은 질문은 했어야 옳다. 근데 왜 생각을 못 했지? 나중에 정용택씨 촬영분 보면서 반성했다. 현장에서 분명히, 구호 마지막이 '비정규직 철폐'인 걸 들으면서, 질문거리를 생각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ㅡ.ㅡ 그리고 말하자면 연대투쟁에 대해 기록하면서, 일본 쪽은 너무 안 다뤘다. 소스부터 일단 한국 투쟁단 쪽에 치중해 있긴 했지만, 일본 측을 아예 안 다룬 건 아닌데, 번역 맡길 사람도 딱히 없고 하다 보니 편집할 때 다 빼버린 것 같다. 내가 했는데 기억도 잘 안 난다. ㅡ.ㅡ 망둥어 같으니라구.

 

- 편집 호흡이 너무 빠르다. 근데 조절을 잘 못 하겠다. 20분 넘어가는 작업도 처음 해 보는 거고. 무리수가 많았다. 예전에 풍동 작업할 때도, 호흡 조절 한다고 했는데 막상 극장 가서 보니까 너무 빨라서 당황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호흡이 빠르다는 건, 내 영상에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거다. 자꾸 넘기고 싶어하고, 자꾸 다른 걸 보여주면서 관심을 돌리고 싶어한다는 얘기니까.

 

- 단순한 원정투쟁의 기록이라 해도, FTA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짚어주고 싶었고, 한일 노동자의 연대가 필요하고, 이런 비민주적이고 파괴적인 세계화에 대항해서 저항의 세계화, 희망의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아주 낮은 수준에서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게 힘들었다. 워크샵 촬영분을 좀 활용했다면 아마도 김어진씨 발언 등을 통해 얘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이종회 대표 발언 중에도 짤막하나마 있었고. 하지만 워크샵은 아예 뺐고, 이종회 대표는 다른 발언을 넣는 바람에 그것까지 넣을 수가 없었다. 결국 문제를 잘 짚은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해 제대로 얘기한 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 FTA의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양자간 협상이니까 강자의 논리가 적용되면서도 다자간 협상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논의하기 쉽고 타결도 쉽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얘기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보니, 비교열위의 산업은 다 죽어야 한다는 걸 기본으로 한다. 비교열위의 산업, 예를 들어 그것이 농업이라면, 그 산업이 지닌 비시장적 가치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비교열위의 산업이 죽었을 때의 대책 또한 없다. 비관세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는 똥통에 처박는다. 지적재산권이니 서비스 개방이니 뭐니. 암튼 다 열어제껴서 투기자본만 맘껏, 양껏 활개치고, 나머지는 다 죽으란 소리다. 공개하면 공격받을 거 뻔하니까 숨어서 협상하는 주제에, 이 비민주적인 협상의 결과는 국내법보다 위에 놓인다.

 

그런데 정작 영상에서는, 노동권에 대한 얘기만 겨우 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뭐, 일반 시민들이 내 영상을 볼리야 만무하지만, 난 분명히 그들도 설득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단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보기에, 그러니까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기에, 노동권 제약 때문에 FTA를 저지해야 한다는 건 설득 불가능한 주장이다. 아..... 알지만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게 참... 답답하고 화나고.. 그런다..

 

아직 내 능력은 여기까지라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어차피 내가 잘 하는 일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힘들게 작업할 거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다.. 한숨 나오는군.. 난 왜 쥐뿔 못하는 걸 좋아하고 지랄일까. 썅.

 

뭐, 그건 그렇고. 문제를 인식했다면, 다음에는 눈꼽만큼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관심의 오지랖은 대서양태평양인데 능력의 오지랖은 세숫대야구나. 씁.

 

...

 

2005 인디다큐페스티발 상영

2005 전주인권영화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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