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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4
    메모(6)
    ninita
  2. 2007/10/28
    어떤, 작별인사 (5)
    ninita
  3. 2007/10/26
    2007/10/26(3)
    ninita
  4. 2007/10/22
    san pedro de atacama / la casa del sol naciente(5)
    ninita

메모

071209 santiago
- 얼떨결에 칠레순복음교회 20주년 기념 예배 참석(헉!), 화려한 공짜 점심
- mote con huesillo(복숭아 홍차맛)는 정말 좋은 길거리 음료
- 모네다궁 앞에 있는 아옌데 동상 맞은편 씨티은행에서 돈찾기...

 

071212 easter island
- 난생처음 캠핑을, 태평양 앞에서
- 노란 야생화가 그득 피어있는 섬의 공동묘지, 04년 1월 13일에 태어났다가 그 날 죽은 아기의 묘를 보다
- 자전거로 동네 반바퀴, 해안도로는 그것대로, 산속도로는 그것대로 제각기 아름다웠던, 그리고 파도....
- 초생달 뜬 밤하늘에 아주 커다란 달무리

- 바닐라 우유와 과자 세 봉지로 하는 파티

- 칠레 어부들이 버리는 참치 머리 주워와서 구워먹는 일본인 무리에 동참
- 스쿠터로 동네 반바퀴, 동행의 사고
- rano raraku는 모아이 동산, ahu tongariki의 줄지어 선 모아이들
- 낮과 밤의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 동네 체육관 처마 밑에서 비 피하기

 


 

071220 puerto montt
- 오래된, 예쁜, 컬러풀한, 지저분한, 건물이 잔뜩
- 작은 angelmó항에서 curanto(홍합, 조개, 닭고기, 감자전, 찐감자가 한 접시에) 먹다
- 시장통 한가운데의 숙소, 한국 같은 분위기



071222 valdivia
- 와인값 진짜 싸다. 가또 네그로(검은 고양이)는 2리터가 3000원 정도?
- 어시장 뒤로 바다사자와 물개들. 버려지는 물고기를 얻어먹곤 하품하며 소일하는 커다란 바다사자
- 낮기온 30도가 넘는 크리스마스

 

 

071226 pucón
- villarrica에 가려다 터미널을 놓치고 얼떨결에 pucón으로
- 작고 예쁘고 인공적인 마을에 나무 냄새 그득한 공원들
- 미니버스 타고 curarrehue행, 지나가는 자동차 열 대 세기도 어려운
- 미니버스 타고 caburgua행, 버스 종점 바로 앞으로 바다 같은 호수

 

071229 valparaíso
-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었네?
- 언덕마다 빼곡한 집들, 희한한 계단과 미로 같은 골목길, 그래피티 가득한 벽들, 크고 작은 전망대들
- 1883년, 1887년, 1906년에 만들어지고도 아직까지 운행되는 ascensor들(승강기), 오래된 트롤 버스들(레일 따라 가는 전차)
- 네루다의 두 번째 집, la sebastiana. 그의 유머와 열정, 집이 바로 그 자신인 곳
- 내 생애 가장 멋진 불꽃놀이와 함께 서른을 맞이하다
- el cardonal 시장에서 paila marina(해산물 스프)를 먹은 그 밤, 우연히 지나던 까페에선 오래된 레코드판으로 착각할 만큼 훌륭했던 어느 아저씨의 라이브

- st.paul church에서 배불뚝이 할아버지의 삑사리가 끊이지 않는 오르간 연주를 듣다. 할아버지의 악보 보는 시선에 따라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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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13 santiago

한국으로 출발 항공편 취소, 팔자에도 없는 쉐라톤에서 3박 ㅡ.ㅡ

 

080115 인천

딱 8개월, 돌아오다

 

080117 인천

드디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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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별인사

그를 소년이라 부르자. 그는 내게 소년이었으니.

 

소년은 앉아 있는 내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한 팔로 내 등을 감싸안았다. 소년의 왼쪽 뺨이 내 오른쪽 뺨에 와 닿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동안, 무척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널 알게 되어 기뻐... 그리고... 음... 늘 조심하고... 음... 여행 잘 하길 바래..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인사를 나누는 내내 우리는 뺨을 맞대고 있었다.

 

응.. 그럴께.. 고마워...

 

사막의 보름밤, 그 차가운 기운이 사라진 나의 뺨 위로 소년의 입술이 가볍게 다녀갔다.

 

슬프지도, 아프지도, 아쉽지도 않은 작별인사.
한없이 따뜻하기만 했던 작별.

 

+ 다음날 아침, 마지막으로 요살린과 인사를 나누었다. 요살린은 ´네가 돌아올 때를 위해서´라며 숙소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주었다. `언젠가`도 아니고, 그저 당연하다는 듯 `네가 돌아올 때`를 말하는 요살린의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그녀 덕에, 나는 `당연하게` 그곳에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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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6

내일이면 이 곳을 떠난다.

 

지금까지 몇 번인가 숙소를 떠나며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있다.
오래 머물렀건 짧게 머물렀건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 곳의 누군가와 1시간을 얘기했건,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건 , 그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엊저녁에 기예르모에게, ´나 금요일에 떠나, 내일이 마지막 날이야. 이렇게 슬픈 일이!´했더니, 그가 내게 하는 말, ´슬픈데 왜 떠나? 가지 마!´

 

유난히 기억하고 싶은, 이 곳 사람들에 대한 기록.

 

기예르모. 당신은 말이 별로 없죠. 하지만 늘 은근한 미소가 담긴 그 표정이 좋았어요. 늘 내게 먼저 인사해 오던 다정한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지만 스시라고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냐고요... ㅎㅎ 어제도 스시라고 부르다니, 용서할 수 없어! 

 

룰리. 하하. 널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새벽까지 무슨 얘길 그렇게 했더라. 기억 나? 넌 맥주 몇 잔에도 쉽사리 취했지. 첫날 그 자리에서 눈 맞추며 잔을 들었던 그 순간을 기억해.

 

프란시스꼬. 당신도 무척 조용한 사람.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내게 칠레 남부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려주고, 갈 만한 곳도 한 페이지 가득 추천해줬죠. 내게 tú가 아니라 usted라고 칭하는 이유를 물으니, 나에 대한 존중의 의미라고. 그래도 난 tú가 좋다고 했는데 여전히 당신은 나를 usted라고... 칠레 사람들의 첫인상이 차가운 것은, 소심해서 그렇다는 비밀!을 알려준 것도 당신. :-) puerto varas에 꼭 갈께요. 그리고 당신을 기억할께요.

 

루벤. 아.... 루벤 아저씨... 우리가 동네 산책을 나섰던 게 두 번. 내가 아저씨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할 때마다, 아저씨는 길 가운데에 멈춰서서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곰곰히 생각하곤 했죠. 그 때의 표정이 너무 좋았어요. 고마웠구요. 뽄체 데 두라스노(백포도주+삐스꼬+복숭아)를 마시고 쓴 입맛 다시는 내 표정을 재밌어 했던 따뜻한 아저씨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나의 건강을 염려해 준 것, 인생에 대해 여러가지 조언해 준 것, 모두 고마워요. 아저씨도 늘 건강하기를....

 

훌리오. 너는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 도착한 첫 날 이 동네를 탐색하고 있을 때, 내게 처음 인사를 건네 온 칠레인이 바로 너였어. 무척 예쁜 얼굴이라 감탄했었는데, 네가 같은 숙소에 묵고 있을 줄이야. ㅎㅎ 부엌문의 마법을 알려줄 때, 너의 그 부드러운 목소리를 기억해. 어제 네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엠빠나다 먹을 때, 창가에서 장난치는 너는 정말이지 ´베니와 준´에서의 조니 뎁 같았어.. 항상 그렇게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기를.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빅또르. 22일에 생일을 맞아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된 어린 친구. 개구쟁이 같은 네가 처음부터 무척 좋았어. 너도 날 무척 좋아해주었지. 내내 명랑하던 네가 어젯밤에 유난히 우울해 보여서 말을 걸었던 건데, 그래... 넌 여기가 지루했던 거야.. 땡볕에 일하는 것도 신물 나고, 모두가 연상인 것도, 친구들과 애인이 모두 산띠아고에 있는 것도.. 난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고, 그게 참 답답했어. 참 많은 얘길 했구나.. 가족에 대해.. 사랑에 대해... 하하. 네 여자친구를 정말 사랑하니? 확실해? 내 짖꿎은 질문에 넌 머뭇거렸지. 거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야 하고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아닐 지도 모른다, 내 마음으로 들은 네 답은 바로 이건데, 맞나? ㅎㅎ 아무튼 너와의 가벼운 포옹, 서로의 등을 토닥거려 줄 때, 그게 참 위안이 되었어.. 너도 그랬을까? 아, 마지막 말 또한 고마워... 넌 괜찮을거야. 나 또한 이 말을 너에게 해 주고 싶었어. 넌 괜찮을거라고..

 

 

그 때 그 친구들... 어린 프란시스꼬와 빅또르 그리고 엘리아스, 프란시스꼬



거의 늘 외로웠던 것만 같은데, 실은 아니었다.
내 여행에 참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주었구나.
난 행복한 사람, 그리고 모두에게 고마워.

 

리차르. 루이스와 데이시. 수사나. 레오나르도. 이졔르모 아저씨. 마리아와 뚜빡. 실비아. 아이다. 다리오. 까를로스와 빠뜨리시오. 리까르도. 에콰도르의 빠블로와 페루의 빠블로. 레네. 앙헬. 리스. 글래디스와 갈로. 아르헨띠나의 훌리오와 볼리비아의 훌리오. 페루의 호세와 볼리비아의 호세. 로살리아. 다니엘. 요아나. 울리와 마틴. 까를과 빠올라. 아우렐리아. 호르헤. 요살린과 움베르또. 루이스. 에릭. 그리고, 마르꼬.... 당신을 잘 잊어가고 있어. 잊을 건 잊고, 그리고 기억하려 해....

 

모두들 행복하길 바래요.
길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이름을 알 수 없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도. 엊그제 깔라마의 어느 식당 1층,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 준 할아버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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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pedro de atacama / la casa del sol naciente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멋졌다고 밖에 할 수 없는 ㅎㅎ(이 쯤에서 즐거운 동행, 허리롱 아저씨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ㅎㅎ) 우유니 소금사막 2박 3일 투어를 마치고 칠레 산 뻬드로 아따까마로 넘어왔다.


내가 한 건 그저 차에 앉아 있다가 중간중간 내렸다가 타는 거, 밥 먹는 거, 잠 자는 거 뿐이었는데도, 다리는 온통 멍에다 뭐에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이 아프다. ㅎㅎ 게다가 이틀 연속 새벽 5시 전후에 일어나 움직여서 하루 푹 잤지만 피로는 여전하다.

 

국경을 넘어 산 뻬드로 데 아따까마에 도착했을 땐 점심 무렵. 세상에서 제일 건조하다는 이 곳의 태양빛은 모든 것을 말려버릴 듯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내 배낭 무게는 이제 겨우 10킬로에 불과하지만(서양여행자들 배낭이나 끌낭, 트렁크 사이에 노란 커버 뒤집어씌운 내 가방이 끼어 있으면 정말 귀엽다. 휴가 온 서양할머니들 트렁크의 크기는, 대략 내가 구겨져 들어갈 수 있을 정도.), 땡볕에 피로에 가방 무게에, 일행 없이 숙소를 찾는 건 정말 괴로운 일. 별 수 없이, 자전거 타고 동네를 돌면서 나 같은 여행자를 찾는 숙소 삐끼 아저씨를 따라 터덜터덜 따라간 곳이, 지금 묵고 있는 la casa del sol naciente. 우리말로 하면 해 뜨는 집, 정도 될 것 같다.

 

동네 중심광장에서도 좀 떨어져 있고(그래봤자 코딱지 만한 동네지만), 약간 허름한 분위기였지만, 캠핑장을 겸하는 이 곳이 왠지 편안한 게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리셉션에서 등록하는데, 주인 아주머니인 요살린이 너 기타 칠 줄 아니? 하고 물어본다. 모른다고 하니, 그럼 노래는 하니? 그런다. ㅎㅎ 노래 하긴 하지만 그리 훌륭하진 않다고 대답하며, 그건 왜 물어볼까 싶었는데....

 

저녁이 되자 기타 소리, 리코더 소리, 스페인어 노래, 영어 노래, 듣기 좋은 노랫소리들이 계속 들려왔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노래하는 사람들 뒷쪽 구석에 앉아 있었더니, 나를 숙소로 데려온 루이스가 벽난로 쪽 가운데로 끌어당긴다. 사람들은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 줄도 모르고 그저 동양인 외모를 하고 있으니, ´스시´라고 부르며 너희 나라 노래를 해 달란다. 내 평생 ´스시´라고 불리긴 또 처음.. ㅎㅎ 루이스는 딱 중국이 떠오르는 선율을 튕기면서 (왜, 그거 있잖아 띵띠리띵띵 딩딩딩, 라라라 솔솔 미레미 라라라라 솔솔 미레미 하는...), 계속 분위기를 잡는다.

 

내가 정확히 가사를 기억하는 가요는 인순이의 ´이별연습´ 뿐.
다 부르고 나니, 사람들은 갖고 있던 와인잔, 맥주잔을 들면서 환호한다.
신이 난 나는, 에콰도르에서 배웠던 스페인어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다. ㅎㅎ 그랬더니 이번에는 캠핑장에서 웃음소리가 나면서 웅성거리네. 내 발음이 어색해서 그런가 했더니, 파마머리에 아주 귀여운 남미 남자애가 하나 나와서 하는 말, 나 콜롬비아 사람인데 그거 콜롬비아 노래야, 다시 한 번 부르지 않을래? 그래서 얼결에 다리오와 niña bonita를 같이 부르기도 했다. 게다가 주인인 움베르또 아저씨는 기타도 노래도 수준급.  저녁에 시작된 자리는 1시가 되어서야 파했고, 내가 자러 들어간 후에도 몇몇은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어제의 그 자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좋았다. 여행자도 있었고, 숙소 주인 부부(숙소에 같이 산다)도 있었고, 근처에서 일하는 숙소 주인의 친구들도 있었다. 칠레인, 미국인, 볼리비아인, 프랑스인, 콜롬비아인, 어쩌면 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들과 어울리는 일은 없었을 거다. 이래서 음악이 좋고 노래가 좋아.. 여행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밤 기록 갱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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