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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2/26
    해 뜨는 집 마당.
    ninita
  2. 2008/02/26
    불의 춤
    ninita
  3. 2008/01/29
    영화들.
    ninita
  4. 2008/01/04
    메모(6)
    ninita
  5. 2007/12/05
    메모 (5)
    ninita
  6. 2007/11/28
    ushuaia
    ninita
  7. 2007/11/28
    그동안.(2)
    ninita
  8. 2007/11/17
    장도열차 | 이병률 (5)
    ninita
  9. 2007/11/04
    묘지.(2)
    ninita
  10. 2007/11/01
    mi amor(2)
    ninita

해 뜨는 집 마당.

 

칠레, 산 뻬드로 데 아따까마, 해 뜨는 집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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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춤

 

우수아이아에서의 마지막 날엔 석양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이층침대 아랫칸 여자가 이틀 만에 처음 말을 걸어왔다.

- 좀 이따가 불을 가지고 춤을 출 건데 보러 올래?
- 뭐? 불?

불춤을 본 적이 없는 나는, 내가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
불춤, 맞단다.

밤 11시가 넘어 겨우 어느 정도 어둠이 깔렸을 때,
hostel aonikenk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랫칸 여자가 불을 가지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 안의 불이 사랑스런 아이인 양 바라보며 공연을 시작했다.

아.름.다.웠.다....
그녀의 표정, 몸짓, 불의 소리, 불의 궤적, 그 모든 것이...
 
071128. 아르헨띠나, 우수아이아.

(유튜브에서 yuta를 검색하면 한 일본인의 멋진 불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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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돌아온 지 열흘쯤 지났다. 조금은 긴 여행에서 돌아온 여느 여행자들처럼 나 역시, 붕 뜬 것도 가라앉은 것도 아닌 마음을 추스리는 게 참 어렵다. 집에 내려오면 뭘 하고 언제 서울로 올라가고 올라가면 뭘 하고.. 그런 대략의 계획을 잡고 내려왔지만, 15년 만에 꺼내든 기타줄을 서툴게 튕기거나 드디어 갖게 된 상아색 리코더를 부는 일, 돌이 갓 지난 조카 돌보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오늘 그나마 달력을 보고 흠칫 놀랐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번 주에는 사진 정리를 다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사실 쳐다보기 싫은 마음도 있어서 잘 될 지 모르겠다. 그깟 사진 정리 안 하면 어때, 싶다가도,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어디 있는지 모르게 잊혀질 사진의 뻔한 운명처럼 내 여행도 그렇게 될까봐...

 

발빠라이소에서 두 번째로 묵은 숙소에 the voice of independent film이란 잡지가 있었다. 미국 인디영화 소식을 알리는 잡지인데,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등이 직접 자기 영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세상에는 멋진 아이디어로 가득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멋진 영화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잡지를 읽는 내내 이것저것 체크하며 참 즐거웠더랬다. 메모하다 지쳐서 포기해 버렸을만큼, 너무 많았던, 보고 싶은 영화 목록.

뜬금없지만, 사진 정리하기에 앞서 이것부터.



glastonbury / julien temple

my best friend / patrice leconte

in the pit / juan carlos rulfo

color me kubrick / brian cook

interview / steve buscemi

penelope / mark palansky

ira & abby / jennifer westfeldt

el cantante / leon ichaso

forever / heddy honigmann

goya's ghosts / milos forman

antonia / tata amaral

blame it on fidel / julie gavras

colma : the musical / richard wong

crossing the line / daniel gordon

arctic tale / adam ravetch

becoming jane / julian jarrold

spellbound / jeffrey blitz

the bridge / eric steel

vitus / fredi murer

the ten / david wain

talk to me / kasi lemmons

no end in sight / charles ferguson

2 days in paris / julie delpy

introducing the dwights / cherie nowlan

dedication / justin theroux

live-in maid / jorge gaggero

avenue montaigne / daniele tho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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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071209 santiago
- 얼떨결에 칠레순복음교회 20주년 기념 예배 참석(헉!), 화려한 공짜 점심
- mote con huesillo(복숭아 홍차맛)는 정말 좋은 길거리 음료
- 모네다궁 앞에 있는 아옌데 동상 맞은편 씨티은행에서 돈찾기...

 

071212 easter island
- 난생처음 캠핑을, 태평양 앞에서
- 노란 야생화가 그득 피어있는 섬의 공동묘지, 04년 1월 13일에 태어났다가 그 날 죽은 아기의 묘를 보다
- 자전거로 동네 반바퀴, 해안도로는 그것대로, 산속도로는 그것대로 제각기 아름다웠던, 그리고 파도....
- 초생달 뜬 밤하늘에 아주 커다란 달무리

- 바닐라 우유와 과자 세 봉지로 하는 파티

- 칠레 어부들이 버리는 참치 머리 주워와서 구워먹는 일본인 무리에 동참
- 스쿠터로 동네 반바퀴, 동행의 사고
- rano raraku는 모아이 동산, ahu tongariki의 줄지어 선 모아이들
- 낮과 밤의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 동네 체육관 처마 밑에서 비 피하기

 


 

071220 puerto montt
- 오래된, 예쁜, 컬러풀한, 지저분한, 건물이 잔뜩
- 작은 angelmó항에서 curanto(홍합, 조개, 닭고기, 감자전, 찐감자가 한 접시에) 먹다
- 시장통 한가운데의 숙소, 한국 같은 분위기



071222 valdivia
- 와인값 진짜 싸다. 가또 네그로(검은 고양이)는 2리터가 3000원 정도?
- 어시장 뒤로 바다사자와 물개들. 버려지는 물고기를 얻어먹곤 하품하며 소일하는 커다란 바다사자
- 낮기온 30도가 넘는 크리스마스

 

 

071226 pucón
- villarrica에 가려다 터미널을 놓치고 얼떨결에 pucón으로
- 작고 예쁘고 인공적인 마을에 나무 냄새 그득한 공원들
- 미니버스 타고 curarrehue행, 지나가는 자동차 열 대 세기도 어려운
- 미니버스 타고 caburgua행, 버스 종점 바로 앞으로 바다 같은 호수

 

071229 valparaíso
-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었네?
- 언덕마다 빼곡한 집들, 희한한 계단과 미로 같은 골목길, 그래피티 가득한 벽들, 크고 작은 전망대들
- 1883년, 1887년, 1906년에 만들어지고도 아직까지 운행되는 ascensor들(승강기), 오래된 트롤 버스들(레일 따라 가는 전차)
- 네루다의 두 번째 집, la sebastiana. 그의 유머와 열정, 집이 바로 그 자신인 곳
- 내 생애 가장 멋진 불꽃놀이와 함께 서른을 맞이하다
- el cardonal 시장에서 paila marina(해산물 스프)를 먹은 그 밤, 우연히 지나던 까페에선 오래된 레코드판으로 착각할 만큼 훌륭했던 어느 아저씨의 라이브

- st.paul church에서 배불뚝이 할아버지의 삑사리가 끊이지 않는 오르간 연주를 듣다. 할아버지의 악보 보는 시선에 따라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하던...

.

.

.

.

 

 

 

080113 santiago

한국으로 출발 항공편 취소, 팔자에도 없는 쉐라톤에서 3박 ㅡ.ㅡ

 

080115 인천

딱 8개월, 돌아오다

 

080117 인천

드디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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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071128 puerto madryn

- 마젤란 펭귄은 땅굴 파고 산다.

 

 

 

071203 el bolsón

- 결국 청바지 사망.

- 이 예쁜 만화경들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

 

071205 bariloche

- 눈 뜨자마자 나우엘 우아삐 호수에 뜬 무지개를 보다.
- 예정에 없던 circuito chico 완주, 사람도 차도 없는 도로 한가운데를 걷다가 뛰다가...
- 민예품 시장에서 아편 파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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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huaia

세상의 끝.
내가 아는 세상 중에 하루해가 가장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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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071111. BsAs. San telmo.
자신과 꼭 닮은 인형을 가지고 공연하던 인형술사의 신발은 앞이 다 트여 다섯 발가락이 빠짐없이 튀어나와 있었다. 구슬픈 옛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의 인형은 술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071114. Pto. iguazu. Garganta del diablo
내내 비가 왔다. 황톳빛 폭포 아래서부터 뿜어져 나오던 뜨거운 포말을 보고 있으면,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 그 안으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071117. BsAs. Marcha del orgullo 07
아! 신나는! 7월 9일 대로, 그 16차선 도로를 건너는 동성애자들의 물결.
즐거운 섹스의 진동처럼 끊임없이 들썩이던 버스.
그리고 그 앞을 멈춰선 듯, 세월보다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던 노부부.

 









 

071119. El Calafate.
바람이 북을 친다.

 

071121. El Calafate. Perito moreno glaciar.
빙하 위를 걷다.
빙산도 산이어서, 그 곳엔 계곡이 있고, 작은 호수가, 개울이 있다.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다채로운 파랑.





071124. El Calafate. Lago Argentino.
에메랄드빛 호수와 만두구름.
바람이 불면 호수 위로 물빛이 달려온다.
정적과 태양, 바람소리와 물소리 뿐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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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열차 | 이병률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긴 시간 동안 열차를 타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친척들을 아주 잠깐이나마

열차가 쉬어가는 역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면서 사람들이우는 모습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했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

 

녀석이 왔다. 이병률의 시집을 들고.

가장 좋은 시라며 장도열차를 펼쳐주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15분의 그리움으로, 평생 같은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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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이 곳엔 참 사랑스러운 묘지들이 많이 있다. 마치 여기저기 흩뿌려 놓은 듯한 작은 묘지들에는, 빠리의 뻬르라쉐즈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레꼴레따도 흉내낼 수 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띠띠까까 호수의 아만따니 섬에는 묘가 채 5개도 되지 않는 작은 공동묘지가 있었고(페루), 뿌노에서 추끼또 가는 길에는 하늘색으로 칠한 시멘트묘가 인상적이었다.(페루) 사마이빠따 가는 길에 있던 묘지들에는, 파란색, 주황색, 검은색, 녹색, 하얀색 종이꽃들로 장식된 십자가가 꽂혀 있었는데, 그게 또 묘하게 예뻐 보였다.(볼리비아)

 

그 중에서도 아마 최고는 마이마라의 공동묘지였을텐데(아르헨띠나), 그리 높지 않은 언덕에 위치한 이 공동묘지는, quebrada de humahuaca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간직한 산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지상의 풍경이라 하기엔 뭔가 부족할 정도다. 아무 것도 나고 자랄 것 같지 않은 황량한 산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채도의 붉은색과 노란색, 주황색, 간간히 녹색과 푸른색이 섞여 있는... 그것이 정말 흙의 빛깔인가 싶은.... 그리고 그 빛깔에 넋을 놓고 있을 때 그 앞으로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작고 불규칙한 묘들의 집합.

 

그건 꿈의 풍경이었다.

 

당연히도 나는 카메라를 꺼내들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하고,
심장을 꺼내 그 풍경 속에 푹 담가놓은 채 한동안 죽어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 앞에 나는 모든 걸 잊는다.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들을,
어쩌면 가장 먼저 잊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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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amor

남미 사람들은 이 말을 참 많이 쓴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기도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쓴다. 내게 이 말을 처음 했던 사람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느 인터넷 까페에서 일하던 아주머니. 계산하고 나서는 나에게, chao, mi amor 라고 하는데 생경하면서도 기분이 참 묘하게 좋았었다. 뽀또시 숙소에는 날 보자마자 안아달라고 하던 1살 짜리 알레한드로라는 아기괴물이 살고 있었는데, 이녀석이 자다 일어나 울 때마다 아주머니는 ya, ya, mi amor라고 달래며 방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빅또르와 룰리 커플은 ^^, 길에서 나를 마주치면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hola, mi amor, còmo estàs라고 인사를 했었다..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이런 종류의 애정이 그리웠던 걸까?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를 `내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ㅎ 아웅. 간지러워... + 엄마한테 안겨본 기억은 유치원 때가 마지막이다. 아빠한테 안겨본 기억은..., 없다. 언젠가 무등 타 본 기억은 나는 것 같기도..... 그렇다고 뭐, 섭섭한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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