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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pedro de atacama / la casa del sol naciente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멋졌다고 밖에 할 수 없는 ㅎㅎ(이 쯤에서 즐거운 동행, 허리롱 아저씨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ㅎㅎ) 우유니 소금사막 2박 3일 투어를 마치고 칠레 산 뻬드로 아따까마로 넘어왔다.


내가 한 건 그저 차에 앉아 있다가 중간중간 내렸다가 타는 거, 밥 먹는 거, 잠 자는 거 뿐이었는데도, 다리는 온통 멍에다 뭐에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이 아프다. ㅎㅎ 게다가 이틀 연속 새벽 5시 전후에 일어나 움직여서 하루 푹 잤지만 피로는 여전하다.

 

국경을 넘어 산 뻬드로 데 아따까마에 도착했을 땐 점심 무렵. 세상에서 제일 건조하다는 이 곳의 태양빛은 모든 것을 말려버릴 듯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내 배낭 무게는 이제 겨우 10킬로에 불과하지만(서양여행자들 배낭이나 끌낭, 트렁크 사이에 노란 커버 뒤집어씌운 내 가방이 끼어 있으면 정말 귀엽다. 휴가 온 서양할머니들 트렁크의 크기는, 대략 내가 구겨져 들어갈 수 있을 정도.), 땡볕에 피로에 가방 무게에, 일행 없이 숙소를 찾는 건 정말 괴로운 일. 별 수 없이, 자전거 타고 동네를 돌면서 나 같은 여행자를 찾는 숙소 삐끼 아저씨를 따라 터덜터덜 따라간 곳이, 지금 묵고 있는 la casa del sol naciente. 우리말로 하면 해 뜨는 집, 정도 될 것 같다.

 

동네 중심광장에서도 좀 떨어져 있고(그래봤자 코딱지 만한 동네지만), 약간 허름한 분위기였지만, 캠핑장을 겸하는 이 곳이 왠지 편안한 게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리셉션에서 등록하는데, 주인 아주머니인 요살린이 너 기타 칠 줄 아니? 하고 물어본다. 모른다고 하니, 그럼 노래는 하니? 그런다. ㅎㅎ 노래 하긴 하지만 그리 훌륭하진 않다고 대답하며, 그건 왜 물어볼까 싶었는데....

 

저녁이 되자 기타 소리, 리코더 소리, 스페인어 노래, 영어 노래, 듣기 좋은 노랫소리들이 계속 들려왔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노래하는 사람들 뒷쪽 구석에 앉아 있었더니, 나를 숙소로 데려온 루이스가 벽난로 쪽 가운데로 끌어당긴다. 사람들은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 줄도 모르고 그저 동양인 외모를 하고 있으니, ´스시´라고 부르며 너희 나라 노래를 해 달란다. 내 평생 ´스시´라고 불리긴 또 처음.. ㅎㅎ 루이스는 딱 중국이 떠오르는 선율을 튕기면서 (왜, 그거 있잖아 띵띠리띵띵 딩딩딩, 라라라 솔솔 미레미 라라라라 솔솔 미레미 하는...), 계속 분위기를 잡는다.

 

내가 정확히 가사를 기억하는 가요는 인순이의 ´이별연습´ 뿐.
다 부르고 나니, 사람들은 갖고 있던 와인잔, 맥주잔을 들면서 환호한다.
신이 난 나는, 에콰도르에서 배웠던 스페인어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다. ㅎㅎ 그랬더니 이번에는 캠핑장에서 웃음소리가 나면서 웅성거리네. 내 발음이 어색해서 그런가 했더니, 파마머리에 아주 귀여운 남미 남자애가 하나 나와서 하는 말, 나 콜롬비아 사람인데 그거 콜롬비아 노래야, 다시 한 번 부르지 않을래? 그래서 얼결에 다리오와 niña bonita를 같이 부르기도 했다. 게다가 주인인 움베르또 아저씨는 기타도 노래도 수준급.  저녁에 시작된 자리는 1시가 되어서야 파했고, 내가 자러 들어간 후에도 몇몇은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어제의 그 자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좋았다. 여행자도 있었고, 숙소 주인 부부(숙소에 같이 산다)도 있었고, 근처에서 일하는 숙소 주인의 친구들도 있었다. 칠레인, 미국인, 볼리비아인, 프랑스인, 콜롬비아인, 어쩌면 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들과 어울리는 일은 없었을 거다. 이래서 음악이 좋고 노래가 좋아.. 여행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밤 기록 갱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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