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다락방(3)
- ninita
- 2008
-
- 2008/08/06(1)
- ninita
- 2008
-
- 혁명적 항거의 권리(2)
- ninita
- 2008
-
- 2008/07/19(4)
- ninita
- 2008
-
- 2008/07/06(3)
- ninita
- 2008
.
어제 <밤과 낮>을 보러 들어가다가 우연히 후배를 만났다. 3일 연속 10년 전 기억들과 대면했다. 사람들과 소원해지면서 자연히 영화판 이야기들과 멀어지는 듯하다가도 불쑥불쑥 예기치 않은 자리에서 흠뻑 빠져들게 된다. 영화 하고 싶어지면 다시 돌아오세요.. 그 '다시'라는 말이 어색했다. 내겐 단지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뿐이니까. 그 시절과 결부된 그리움이 있을 따름이지 미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아주 가끔이지만, 단 3일만 선택을 미뤘어도 영화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2004년 3월 초가 떠오르는 정도? 참 많이 달라졌겠지만, 궁핍하고 힘든 건 마찬가지였을 거다.
.
아빠가 던져준 초대권을 가지고 반 고흐전을 보러 갔다. 예상했지만, 이건 뭐 전시장이 아니라 도떼기 시장이다. 애초에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심지어 앞에 선 사람들에 가려 작품의 아우라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고흐의 작품에서 강렬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니. 12000원 입장료에 값하는 감상을 위해서는 하루 입장객 수 제한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여러가지 의미에서 유난히 규모에 집착하는 이 땅의 척박함에 대해서도 한숨이 나왔다.
.
미처 메일을 쓰지 못 한 건, 바빠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피차 마음 편한 일이므로 부정하지 않을 뿐. 다만 익숙한, 그의 움츠린 어깨가 떠올라 미안한 마음은 든다. 일주일에 한 번 메일 쓰기, 라는 공식에 누구도 길들여지지 않기를 바랬다. 그건 한계가 명확했던 그 한 달 반이면 족했다. 한 때, 지금은 켜지도 않는 엠에센 메신저에 결박되어 버린 적이 있었다. 거기서 겨우겨우 벗어났을 때 나는 살 것 같았다. 다시 그런 류의 습관을 들이고 싶지는 않다. 언제라도 받아줄 마음이 있었던 내 대화명이 화석처럼 굳어버리고, 그의 대화명은 점 하나로 바뀌어 사라져 버린 뒤, 내 가슴에 불던 스산한 바람을 기억한다. 며칠 간 계속 되던 배앓이에 당신 어머니가 했다는 말. 네 머리 위로 나쁜 바람이 불고 있구나. 그 바람이 당신에게 향하길 원치 않으니까.
.
<스위니 토드>를 조용한 새벽에 봤다. 그리스 비극과 닮았다. 사랑과 질투와 복수와 파멸은.
.
<밤과 낮>에는 눈이 시원한 샷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밤인데도 낮 같은 파리의 여름은 불면의 세계였다. 경계가 없는, 그리하여 애초에 탈출이 불가능한... 관계란 그렇게 답답하고 또 답답한 것이었던가? 그 수컷과 암컷들을 보고 있으니, 일요일 한낮의 주주클럽과 뭐가 다를까 싶어졌다. 덩달아, 지나가는 개들마다 쫓아가 똥꼬 냄새를 맡던 발정난 수캐 생각이 났다.
댓글 목록
siwa
관리 메뉴
본문
보고싶어. 밤과낮.몇 년 전에 밀레 특별전을 보러갔다가 인산인해에 질렸던 기억이 나. 미술관은 한적하고 작은게 좋은데 ㅎㅎ
이제 출근이겠고만. 굿럭 ^-^!
부가 정보
ninita
관리 메뉴
본문
함 봐봐. 재밌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음. 재밌다 보다는 웃기다가 맞겠군.. 암튼 난 홍상수 별루라 잘 모르겠당.
부가 정보
나름
관리 메뉴
본문
나 작년에 렘브란트와바로크거장들 보러 갔었는데 도때기 시장에 초딩들 뛰어다니고 북적북적하고 관람객들 거꾸로 다니고... 자리싸움 하느라 죽는줄 알았어ㅋㅋ더 웃긴건 마굿간에서 예수 탄생하는 그림이 있었는데 어떤 멀쩡한 아가씨가 "오빠 이거 직접 보고 그렸나봐" 그러니깐 옆에 남친이 "와 그러게" 이러구 있다 ㅋㅋㅋㅋㅋㅋ
부가 정보
ninita
관리 메뉴
본문
헐... 바부탱이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