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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어찌할 것인가

어제 전주농협 5층 강당에서 7시10분경부터 시작된 전태인씨의 한미FTA강의는 많은 참여자의 열띤 호응속에열렸다.

다분히 관세 철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강대국이 상대국에 대해 제도의 철폐문제등 내정간섭에 비유되는 불평등한 협정이라는데 주내용이었다.

 그내용을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퍼올려 보았다.

 

 

 

 

한미FTA, 판도라의 상자를 어찌 해야할 것인가?  정태인(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정부는 왜 한미FTA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일까?

 

나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 처음에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1년만에 체결하겠다는 그 졸속성을 지적하며 신중한 추진을 요구했지만 어느 정도 내용이 드러난 지금은 체결하면 안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우선 FTA를 맺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부터 찬찬히 뜯어 보고 왜 한미 FTA를 맺으면 안되는지 얘기하기로 하자.

우선 정부는 세계 교역의 반 이상이 FTA 체결국간에 이뤄지고 있으므로 우리가 세계 최대의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영원히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정부의 주장대로 현재 세계에는 200개 정도의 FTA가 있지만 WTO 기준(실질적으로 모든 교역을 포괄하여 세계 교역의 자유화에 역행하지 않아야 한다)에 맞는 FTA는 1/10 정도로 추정된다. 예컨대 중국과 아세안의 FTA는 WTO의 ‘권능조항’(enabling clause)에 기댄 것으로 많은 부분을 유보한 낮은 수준이다. 즉 서로 약한 부분은 유보하고 서로 도움이 될만한(즉, 정부 말대로 win-win 할 수 있는) 부분만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식으로 협정을 맺은 것이다. 따라서 천차만별인 FTA의 숫자에 연연할 일은 결코 아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평균 7개, 아프리카 나라들이 평균 5-6개, 유럽 나라들이 평균 3-4개, 동아시아 국가들이 평균 2개(이상 2004년 기준)를 맺고 있는 것만 봐도 FTA의 숫자와 경제적 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경제성장율이 낮은 나라일수록 FTA를 많이 맺고 있다는 것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며 동아시아와 중남미의 경제성장율 격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는, ......



한미FTA, 판도라의 상자를 어찌 해야할 것인가?

 

 

다음으로 정부는,

우리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므로, 또 대외의존도가 70%가 넘으므로 한미 FTA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무지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실로 대외의존도 70%는 굉장히 높은 숫자이다. 아일랜드나 네델란드와 같은, 유럽의 작은 나라들을 제외하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대외의존도는 10% 후반대에 머물고 있으며, 수출지향의 일본도 20%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선진국일수록 상당한 내수를 바탕으로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의 상식에 비춰 볼 때 한국은 지나치게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내수를 키워서 내외 수요 간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온당하다.

미국 FTA의 특성

결국 정부의 일반적 주장에서는 한미 FTA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마치 FTA를 추진해야 할 것처럼, 또는 그래도 될 것처럼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미국과의 FTA를, ‘관세 좀 낮춰서 수출을 늘리는’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FTA 전략의 핵심은 나프타(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바탕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하나로 묶는 것(FTAA)이었다. 다자간 협상의 경우 신이슈(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를 중심으로 도하라운드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한편, 투자만 따로 떼어 내어 다자간투자협정(MAI)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2004-5년에 이러한 노력은 모두 난관에 부딪혔다. FTAA는 중남미 좌파 성향 국가들의 반대로, MAI는 프랑스 등 EU의 반대로 무산됐고, 도하라운드 역시 칸쿤에서 좌절됐다. 이를 계기로 당시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죌릭은 경쟁적 자유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즉 전 세계를 대상으로 양자간 FTA를 경쟁적으로 맺게 하겠다는 것이며 그 내용은 나프타 플러스 이상으로서, 개방과 자유화(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밝혔다. 현존하는 FTA 중 가장 강력한 나프타보다도 더 강한 FTA를 맺어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이제 IMF 구제금융의 조건과 더불어 FTA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최근(5월 25일) 발표된 미의회조사국보고서(CRS 리포트)는 한미 FTA가 경쟁적 자유주의의 시범 케이스임을 못 박고 있다. 골드 스탠더드로도 표현된 이 전략은 미국의 강점인 신 이슈에서 최대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 나라의 법과 제도, 관행을 모두 바꾸겠다는 뜻이다. 국경 상의 관세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국과의 FTA는 흔전만전 널려 있는 여느 나라와의 FTA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말하자면서로 주고 받는 식의 ‘목가적인’ 협상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국이 서비스업, 농업은 말할 것도 없이 거의 전 제조업에서 상대국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세계 최강국으로서 협상력 역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 (1) -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는 증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미 FTA를 맺으면 1조 7천억 달러의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여 수출이 증가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산업 각각에 직접 물어본다면 이런 주장이 허황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예컨대 정부가 가장 이익을 볼 산업으로 꼽는 자동차의 경우, 관세율은 2.5%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아주 유리한 협상이 진행되어 5년만에 미국의 관세를 철폐한다고 해도 1년에 0.5%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데, 2만달러 짜리 중형차를 수출한다고 하는 경우 1년에 10만원 정도이다. 상상해 보라. 10만원 정도 가격이 낮아졌다고 일제 자동차를 한국제로 바꾸지는 않는다. 심지어 정부는 20% 정도의 관세가 붙어 있는 픽업이나 SUV의 수출이 늘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픽업도 SUV도 생산하지 않는다(우리 시장에서 SUV로 팔고 있는 것은 기실 CUV이다).

전기전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는 무관세에 현지 생산을 하고 있다. 고가의 백색가전(냉장고, 고급 TV)은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의 마킬라도라에서 생산하고 있다.

섬유의류는 20% 이상의 관세가 붙어 있어 이론상으로는 수출 증가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얀포워드(yarn forward)라고 하는 미국만의 독특한 원산지 규정(어떤 옷의 원산지를 그 옷을 만들 때 들어간 원사를 생산한 나라로 판단)에 따르면 우리의 동대문에서 생산한 옷의 90%는 중국산으로 구분된다. 천행으로 이러한 원산지규정을 뚫는다고 해도 우리 옷은 진짜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에서 터무니없이 밀릴 것이다. 무관세에 물류비용도 적으며 임금은 우리의 1/5에 불과한 마킬라도라의 섬유의류 기업이 중국산에 밀려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현상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다음으로 정부가 들고 있는 것은 외국인직접투자의 증가이다. 이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제조업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현재의 연평균 60억 달러 정도가 거의 한계치일 것이다. 설령 투자에 관해 외국인 기업에 유리한 각종 조항을 부여한다고 해도 중저가 시장의 경우 마킬라도라에 들어갈 기업이 한국에 오지는 않는다. 고급 시장을 노리는 외국인투자의 경우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중국이나 일본시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이들 나라와 FTA를 맺지 않은 한국에 추가로 들어올 이유는 없다.
투자에 관한 제약을 대폭 풀어주는 한미 FTA의 특성으로 인해 공기업 민영화를 노리는 직접투자는 물론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후술하듯이 치명적인 독배를 마시는 꼴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서비스 시장에는 미국의 투자가 들어올 것이다. 이미 캐나다의 경우에서 봤고 우리 스스로도 97년 경제위기 이후 금융부문에서 두 눈으로 봤듯이 인수합병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다. 법률, 회계, 컨설팅 시장의 우리 기업은 미국기업에 인수합병되고 서비스 시장은 양극화할 것이다. 상층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 해도 그 가격 또한 상승할 것이다. 이미 10년 가까이 구조조정을 한 금융부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우리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서비스업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어떤 경로를 거쳐 제조업 생산성까지 높일 것인지 정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 (2)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가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중국쇼크는 우리의 양극화를 촉진하지만 미국과의 FTA는 우리에게 약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이다.

중국의 값싼 물건이 우리의 경쟁기업을 무너뜨린다면 미국의 질 좋은 물건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쟁기업을 무너뜨린다고 해야 옳다. 거꾸로 미국과의 경쟁으로 우리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면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값을 내리는 쪽이 아니라 질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을 해서 결국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논리도 성립한다.

어느 쪽 시나리오가 실현될 것인가는 이러한 외부 쇼크에 견딜만한 힘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외국기업에 밀려서 줄줄이 도산하는 등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이를 바탕으로 힘을 키운 초국적 기업이 또 다른 이익을 위해 훌쩍 떠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정부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최소한의 점검 조차 하지 않고 엄청난 쇼크를 국민경제에 가하려고 한다.

외부쇼크는 곧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미국의 FTA는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 시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형 경제체제의 불평등도가 유럽이나 동아시아보다 더 크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과 FTA를 맺은지 12년이 지난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도 이를 사실로 웅변하고 있다.

한미 FTA는 외교안보적으로도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미 FTA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더불어 중국포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정책이다. 원래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은 ‘동북아 균형자’로 강하게 표현되기도 했듯,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킬 때 비로소 성립된다.

적극적으로 균형을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양자의 대립 속에서 캐스팅 보우터의 역할을 할 때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한국이 명분도, 실리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소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아이는 적은 힘으로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명백하게 한국이 미국 쪽으로 가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대표라는 사람이 “안보동맹에 이어 경제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할 정도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도광양회’의 중국이 장차 힘이 커지면서(이는 필지의 사실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응하여 북중러 삼각동맹을 꾀한다면 동아시아에는 바야흐로 두 개의 삼각형이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두 삼각형이 맞닿은 꼭지점에 북한과 한국이 서게 된다면 국민의 정부 이래 꾸준히 개선되어 온 남북관계마저 위협하기 십상이다.

한미 FTA는 우리의 주권과 민주주의마저 위협할 것이다

한미 FTA 7장으로 알려진 투자에 관한 장은 각종 독소조항을 안고 있다. 나프타의 11장에 해당되는 이 투자에 관한 장은 이미 엄청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투자의 정의, 수용의 정의, 내국민 대우, 그리고 투자자-정부 제소권이 모두 문제가 된다. 특히 투자자-정부 제소권은 초국적기업이 자신의 이윤 확보를 방해하는 정부의 법과 제도, 관행을 제3의 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또 비밀주의로 악명높은 이 민간기구의 판결에 정부가 따르도록 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마저 안고 있다.

특히 투자자-정부 제소권에 입각한 소송은 현재 42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환경에 관한 소송이 12건, 부동산에 관한 소송 4건, 우편에 관한 소송 2건 등, 문화, 금융, 도박업, 담배 등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메탈클래드건의 경우 결과만 놓고 본다면 지하수를 오염시킨 회사에 오히려 멕시코 정부가 165억원을 물어 주는 기이한 상황을 연출했으며 세계적 특송업체 UPS는 캐나다 우체국의 인프라(전국에 펼쳐져 있는 우체국망), 그리고 교차보조(산골마을까지 소포가 배달되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 때문이다)가 반경쟁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UPS가 이긴다면 그것은 곧 미국과 FTA를 맺은 모든 나라에서 우체국은 소송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서 모든 망산업(network industry), 즉 전기, 철도, 수도, 우편 등의 공공서비스가 반경쟁적이라는 이유로 제소당하는, 엄청난 상황이 야기될 것이다.

이는 한 나라의 사법권을 제3의 민간기구에 위임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며(산드라 오코너 미연방 대법원 판사) 헌번에 보장된 국민의 환경권, 건강권 등 사회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상에 보았듯이 한미 FTA는 경제적으로 실리가 없거나 피해(농업과 서비스부문)를 볼 것이 확실하며 외교안보적으로는 동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대립에서 어느 한편에 확실히 서는, 즉 우리의 패를 버린다는 문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주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국민의 삶을 근저에서 뒤흔들 이러한 정책을 아무런 준비 없이 그것도 1년 내에 추진한다는 것은 더더욱 위험하다. 89년에 이미 캐나다와 미국이 CUSFTA를 맺은 상태에서 이를 멕시코까지 확대하는 나프타 협상에만 꼬박 3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무모함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신중히 하나 하나 꼼꼼히 살피면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정부의 한정된 인력으로는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협상 내용의 공개는 찬성이든 반대든 민간의 검토를 의미한다.

예컨대 양국 초안을 공개하면 미국 초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민간의 전문가들이 일일이 지적할 수 있다. 마치 정부는 초안의 공개가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FTAA의 경우 캐나다정부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초안을 다 공개했다. 이 공개를 통해 FTAA 서비스 분야의 미국 초안이 나프타와 GATS를 조합하여 더욱 더 미국에 유리하게 작성된 반면 캐나다의 유보리스트는 나프타 수준에 머무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공개는 또한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다. 몰라서, 또는 알고도 쉬쉬 하다가 나중에 부작용이 나타날 때 현 정부는 그 역사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추상적인 찬반 논쟁을 하기 보다 가능한 많은 정보의 공개를 통해 구체적인 점검을 하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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