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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11
    근검
    득명

근검

 

 

[12 살며시 (Gently).mp3 (6.75 MB) 다운받기]

 

 

  봉명사거리가서 만육천원하는 오징어회를 사다 막걸리와 함께 먹던 일, 운천동 농수산물시장 과일, 야채가게를 기웃거리다 풋고추,상추, 토마토, 자두를 한 봉다리 사오던 일, 누나에게 감자 한 봉다리 받아온 일상의 삶이 마술처럼 소중해지는 날이 있다.  늘상 해오던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이 마냥 소중해지는 날이 있다.  여기에 글을 끼적거리는 일도 그중에 하나다.

 

   평소 좋아하는 정약용 할아버지 말씀을 이런저런 '소소한 일상'으로 적어본다.

 

   뿌리지 않으면 거둘 상상조차 하지 않는 것.  쉽게 먼가 이득을 얻으려 하지 않는 것.  사기를 당하지 않고 일을 크게 그르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근검 (勤儉)..   두 글자를 유산으로 >

 

내가 벼슬혀서 너희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나,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글자를 마음에 지녀서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너희에게 물려주는겨.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하진 말어.

 

   한 글자는 '근'이고 또 하나는 '검'이여.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나은 것이니께,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도 않을 것이여.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아침에 할 일을 저녁으로 미루지 말고, 맑은 날에 해야할 일을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도록 할 것이여, 비오는 날에 해야 할 일도 맑은 날까지 끌지 말아야 되여.

 

   늙은이는 앉아서 감독하고 어린 사람들은 직접 행동으로 어른의 감독을 실천에 옮기고, 젊은이는 힘든 일을 하고, 병이 든 사람은 집을 지키고 부인들은 한밤중 늦게까지 잠을 자지 말고 길쌈을 하지..

 

   그르니께 집안의 상하 남녀 간에 단 한 사람도 놀고 먹는 사람이 없게 하고, 또 잠깐이라도 노는 시간이 있어서는 안 되여. 이런 걸 부지런함이라 하는겨.  

 

   의복은 몸을 가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여.  고운 비단으로 된 옷이야 조금이라도 해지면 세상에서 볼품없는 것으로 되어버리지만 거칠고 값싼 옷감으로 된 옷은 약간 해진다 해도 볼품이 없어지진 않는단 말여.

 

   한 벌의 베옷을 만들 때마다 앞으로 계속 오래 입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혀서 맹글어야지, 곱고 이쁘게만 맹글어 빨리 해지게 해서는 안 되여.  이르키 생각혀서 옷을 만들게 되면 말여, 당연히 곱고 아름다운 옷을 선호하지 않고, 투박하고 질긴 것을 고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여.

 

   또한 음식이란 목숨만 이어가면 되는 겨.   아무리 맛있는 고기나 생선이라도 입안으로 들어가면 곧 오줌이나 똥이 되는겨.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혀고, 맛있고 기름진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서는 결국 변소에 가서 대변 보는 일에 정력을 소비할 뿐인 겨.

 

   이러한 생각은 당장에 어려운 생활 처지를 극복하는 방편이 될 뿐만 아니라, 귀하고 부유한 사람, 복이 많은 사람이나 선비들이 집안을 다스리고 몸을 유지해 가는 방법도 될 것이여. 

 

   근과 검, 이 두 글자 아니고는 손을 댈 곳 없는 거니께, 너희들은 간절히 명심해야 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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