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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판을 (해금줄을 활대로 켜면 명주실 줄이 울리는 소리를 전달받아 증폭시켜 울려주는 오동나무판, 이 소리는 대나무 뿌리로 맨든 울림구멍을 통해 대나무뿌리 나팔처럼 퍼져나가서 해금소리가 나는거임) 맨칠줄 아는 대목수 형님께 조르고 졸라 중고로 소리좋은 해금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두툼한 대나무뿌리 울림통에는 학이 두어마리 날라다닙니다. ㅇㅇ악기 제작사에서 한때 만든 해금이라는데 형님이 당근서 구입해 손을 본 소리가 좋은 악기 입니다.
해금은 너무나 어려운 원시적인 악기라 그만두는 분들이 많으며 주아가 자꾸 풀려서 고장난줄 알고 배우다가 중고로 팔아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악기의 단점은 주아(해금 줄을 잡아주는 부속)가 분리되어 소리가 늘어진다는 겁니다. 핀 부분은 수명이 오래가도록 흑단이란 나무를 사용했지만 줄을 감는 몸통부분을 한 몸체로 할 수 없어 핀과 몸체를 각기 다른 나무로 만들어야한다는 결점입니다.
분리된 주아를 악기용 목공본드를 바르고 다시 살살 집어넣었습니다.
본드칠한 주아를 살살 꽂아주고 2일을 굳혀습니다. 나름 고정이 잘 되는 듯 합니다. 연주를 해도 줄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몸체와 핀 사이에 조그만 구녁을 뚫버 철사를 넣고 본드로 굳히는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75cm 활대는 처음 봅니다. 보통은 74cm 이거든요. 저는 전통적으로 73cm 활대를 선호하므로 쇠톱으로 잘라 내버렸습니다. 활대의 무게 중심상 손잡이 부분의 쇠가 조금이라도 많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뒤에 조금 앞에 많이 잘라냄.
물을 축이지 않은 숯돌에 잘라낸 활대 양쪽을 갈아서 마무리.
73 cm 활대가 완성되었습니다.
내친김에 말총도 세척. 코로나시절 사놓았던 70도 알콜을 3번 갈아가며 말총을 세척. 노란물이 더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양쪽을 잡고 팽팽히 펴며 드라이기를 켜놓고 왔다갔다 수십번. 그리고는 말총이 팽팽히 펴지는 구녁에 손잡이쪽 핀을 꽂아 팽팽히 말린후 송진 뭍힘. 누랬던 말총이 새하얀 말총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ps. 전공자중에 저같이 활대를 쇠톱으로 자르거나 말총을 알콜에 빨거너 주아를 본드칠해서 고치는 이를 못 봤습니다. 그러나 저같은 아마추어는 이보다 더한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
[a lighthouse 하얀 등대 (song for jiyeon 지연의 노래).mp3 (7.25 MB) 다운받기]
위 사진은 제가 매일 깽깽거리고 있는 별많다씨 친구이자 도반인 해금이란 악기입니다. 사회생활서 이리저리 치이며 정체성을 잃어가던 2005년경 즈음.. 다시 국악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음률을 연주할 수 있고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아 집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찾은게 해금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고등학생시설 우연히 김영재 선생님 해금 테이프를 사서 들어서였는지 해금이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시엔 적념이란 곡이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려지던 초창기 시절이었고요.
월급을 타서 무작정 인터넷으로 50여만원 하는 해금을 하나 샀습니다. 악기가 택배로 왔는데 열어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난감했습니다. 바이얼린이나 리코더 같이 악기는 그럭저럭 어떻게 연주하겠다 감이 오는데 해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죠. 활을 바이얼린같이 쓱쓱 문지르고는 소리가 이게 뭐여? 했었죠. 활대 뒤에 못? 같은걸 빼서 두줄 사이로 활대를 넣고 문질러 보기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격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풍물을 할때가 생각나 마냥 즐겁기만 하였죠.
노동조합 중앙회의때 서울에 있는 조합사무실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러 해금사랑이라는 국내 유일한 초보자 해금교본을 사서 연습이란걸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해금이란 악기를 대하며 수없는 고통과 좌절을 격어야했죠. 그러다 장롱에 모셔두다가 수년이 지나 평생교육원서 배우고.. 영동에서 국악기 제작체험 행사를 한다고 해서 쫓아갔다가 사온 해금이 지금 연주중인 바로 위에 해금입니다. 해금가격운 굥교롭게도 끝까지 용서를 구하지 않고 죽은 전두환 전대통령의 전재산과 같은 29만원이었어요. 인터넷으로 산 해금은 소리가 잘 나지 않아 아는 형님을 그냥 줘버렸습니다.
29만원 해금도 처음에 소리가 시원치 않아 (지금 생각하면 연주가 시원치 않은 거였죠) 대나무뿌리 울림통에 카슈칠을 사포로 살살 베껴내고 복판(옆 울림판)까지 미생물을 발라줬습니다. 악기가 갈라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집에서 만든 미생물을 일주일동안 조금씩 바르고 말리고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하였습니다. 다행히 갈라짐은 없었고 울림통과 복판은 더욱 단단해지고 불필요한 군더더기 목질들이 사라져서 인지 소리가 더욱 깊어지고 울림이 커졌습니다. 다시 칠을 하지 않고 10여년을 보관하니 더욱 건조되며 소리는 점점 좋아졌습니다. 물론 좀벌레가 싫어하는 미생물 냄새라 오래 보관해도 벌레가 먹지 않았고요.
요즘은 악기값이 많이 올라 대뿌리가 아닌 나무해금도 100여만원 한다고 들었습니다. 전공자용은 350? 평생교육원 선생님 악기가 한 300만원 하는 것 같은데.. 제 해금 소리가 더 크고 좋다고 합니다. 좋은 악기는 가꾸고 만드는 것이지 비싸다고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나무 울림통보다는 비싼 대나무 뿌리 울림통이 소리는 더욱 좋지요. 같은 국산 대나무 뿌리 울림통이라면.. 악기 소리는 자게가 들어가니 마니 보다는 가꾸고 길들이는게 더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해금은 제작사별로 요구한 사양대로 재료만 납품받아 조립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예전같이 모든 것을 직접 맨드는 악기사는 없다고 보시면 맞습니다. 옛날처럼 장인이 수작업을 해서는 유지를 할 수 없는 자본주의를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고요.
지금은 박꼭지를 구할 수 없어 얼마전 늙은 호박을 갈라 호박죽을 끓여 먹고는 호박꼭지를 말려서 원산을 만들어 연주해보려고 준비중이예요.
위 사진은 제가 가진 활대 2개의 끝부분만을 확대한 사진인데요. 겉으로는 비슷해보여도.. 위에랑 아래 활은 차이가 큽니다. 대표적인 해금연주자 김애라 선생님은 현재 해금으로는 명인 반열에 오르신 분인데.. 전에 ㅇㅇ시립국악단 노동조합 활동으로 해고되셨다 들었습니다. 예전에 저와 싸이월드 1촌이기도 하셨는데 김애라선생님 방명록에 여쭤본적이 있었습니다. 연주 영상을 보면 한 활에 엄청 오래 소리를 내시는데.. 혹시 긴활을 쓰시는거냐고 하니, 일반 활보다 더 짧은 73cm 활을 쓰고 있다고 답글을 달아 주셨었습니다. 위에 활은 김애라 선생님과 같은 길이의 활대로써 73cm 활이고 아래는 일반 활대인 74cm 활입니다. 실제 연주를 해보면 1cm 차이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느낍니다.
그리고 아래 활은 29만원 해금에 함께 있던 활인데.. 말총을 고정하는 U 고리가 끝까지 꼽히지 않아 롱노우즈로 물어서 다시 고정시켜 깊숙히 꽂아줬습니다. 말총이 말린 끝부분은 온전히 위로 가야 울림통을 지나다 걸기적거리며 마찰에 의한 잡음이 생기지 않는데 끝부분이 약간 옆으로 되어 찍찍 잡음을 내고 있어 쓰메끼리로 튀어나온 말총 거스름을 정리해주고 일반 나무결 원목에 문질러서 거칠음을 다듬어 준 모습입니다. 더이상 연주할때 말총 끝에서 찍찍 잡음은 들리지 않으나 감아놓은 부분이 말총보다 동그랗게 감겨있어 활대를 끝까지 빼면 울림통에서 살짝 톡 튀는 현상이 생깁니다. 길들여지면 괜찮겠지만.. 그런 미세한 차이도 연주에 영향을 주게 되지요. 아래 활도 위에 활같이 말총 마감을 약간만 길게 해줬더라면 그런 걱정이 없었을텐데요. 그러나 이런 것도 연주자가 교정해주기 나름인 것이죠. 재료가 같은 이상 특별히 좋은 활이란 없습니다. 교정이 안된다면요? 그 악기만의 독특함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연주자가 연주를 해주면 되는 거지요. 연주자의 감정을 그 악기만의 독특함을 포함한 범위에서 표현해주면 됩니다.
ps. 활대에 바르는 송진은 5만원짜리나 5000원짜리나 별 차이를 모르겠어서 5천원짜리 바이얼린 송진을 쓰고 있어요. 지금은 물가가 올라 만원은 할 거 같아요. 조율기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현악기 조율기 (악기에 빨래집게처럼 물어놓고 소리를 내면 이건 A다 G#이다 Bb 이다 알려주는 조율기) 를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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