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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 지진에서 두꺼비에 부끄럽지 않은 시스템

중국, 쓰촨성 지진에서 두꺼비에 부끄럽지 않은 시스템

 

지진을 예측한 중국 쓰촨 (Sichuan)성의 두꺼비

 

지난(2008년 5월) 12일, 중국의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현재(5월 25일)까지 중국정부 공식발표로만으로도 사망자 6만2천664명, 실종자 2만3천775명에 이른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진 사망자만 8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과 인접한 쓰촨성은 지진대 바깥에 있지만 유라시아판과 인도판의 경계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불안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1800년 이래로 16년 마다 한 번씩 큰 지진이 발생하였고 1900년부터는 평균 11년 마다 발생하였다. 1976년 지진 이후에는 26년 동안 진도 7 이상의 지진은 발생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서 첸 쥬에종(Chen Xeuzhong) 국가 지진국 책임연구원은 200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2003년 이후 지진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에는 이상 징후가 발견되기도 했다. 진앙지 인근에서는 ‘똑똑한’ 두꺼비 떼가 지진 발생을 미리 알고(?) 이동하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그러나 신고를 받은 ‘무식한’ 현지 전문가는 "두꺼비 번식기로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중국이 지진 발생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한 때도 있었다. 1975년에 발생한 해성 지진 때의 일이었다. 당시 10만 명의 사람들을 구성해서 이상 자연 현상에 면밀히 수집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진도 7.3의 대지진이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그 다음해 해성에서 200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비슷한 규모의 탕산(唐山)지진은 예측하지 못했고, 2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실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국내 기상청도 2대의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있지만 불과 내일 날씨도 평균 4번 중 1번은 오보를 내고 있다.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는 미국도 2005년에 슈퍼태풍 카트리나의 경로를 예측하지 못했다. 아무튼 중국 정부가 2002년의 과학자의 경고와 2008년 ‘똑똑한’ 두꺼비의 경고를 믿었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지역주민 이주를 결정할 시점을 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 재난 경보를 난발하여, 늑대소년이 될 수도 있고 이주비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자연 재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해결할 수 있는 쉽고 뻔한 해결방법이 있다. 자연 재해 발생 지대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건물과 보호시설을 갖추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재해가 발생할 때는 인간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활과 복구를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뻔한 해결 방법들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시스템이 있다.

 

중국의 ‘시장’ 사회주의에서의 복구와 재건

 

1976년 24만 명이 숨진 중국 탕산(Tangshan) 지진의 복구는 중국정부의 철저한 계획 아래에서 진행되었다. 모든 자금과 정책에서 탕산 지진 복구에 우선권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장기간 지속적인 의료 해택과 사회 복귀 프로그램은 탕산 지역을 예전보다 더 좋은 곳으로 복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2008년 또 한 번의 지진이 있었고 복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은 1976년의 중국과 많이 다르다. 1980년 초부터 도입된 시장경제 시스템은 탕산 지진에서 힘을 발휘했던 공공의료 시스템을 파괴했다. 사설 의료 기관들이 많아짐에 따라 협동의료 시스템(CMS, Cooperative Medical system)은 점점 해체되어 갔다. 이 제도는 모택동 시절에 농촌인구 70%의 보건의료 재정을 담당하였다. 농촌에서 CMS의 해체는 바로, 의료 시설의 사유화와 의료 수가 상승을 의미했다. 2004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쓰촨지역을 포함한 3개의 농촌지역에서 높은 의료 수가로 충족되지 못한 의료 수요가 13%에 이르고, 71%(농촌에는 90%, 도시에는 51%)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Health Affairs, 23, no. 6 (2004): 222-234 Meng-Kin Lim).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공공의료에 불만(높은 가격과 불친절)으로 인해 더 값싸고 질 낮은 사설의료시설을 찾고 있다.

 

이번 쓰촨 지진에서도 재건계획이 나올 것이다. 탕산(唐山)대지진 재건은 엄격한 계획경제 상황에서 이뤄졌지만 쓰촨 지진 복구는 시장 경제체제에서 처음 실시하는 대규모 재건사업이다. 사유화된 의료 시설, 그리고 시장 시스템 속에서 재난 복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우리는 이미 2005년 미국에서 생생하게 확인하였다.

 

자본주의에서의 복구와 재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서 1천800여명의 사망자와 80여만 명의 이재민을 내었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지진 당일 쓰촨에 도착했지만, 세계 최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미국 군대는 뉴올리언스에 도착하는데 만 4일이 걸렸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진직후 정치국 중앙위원 회의를 소집하여 대책을 강구했지만, 부시는 당일 골프를 치고 있었다. 중국정부는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과거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일본과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대만의 구조 활동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쿠바 정부가 1600 여명의 의사, 야전 병원 그리고 83톤의 의료품을 보내 준다는 인도적 제안을 무시했다.

 

미국의 모든 구조 노력은 근본적으로 자유 시장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보험에 가입된 사람들은 복구가 가능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노숙자로 전락했다. 심지어 당시 뉴올리언스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는 주민들을 법 집행기관에서 총기로 위협해 다시 돌려보내는 사례도 있었다. 주민들은 굶주림에 약탈을 했고, 경찰은 약탈자를 사살하도록 명령했다.

 

지주, 개발자, 정치인들은 재해 지역을 이윤을 뽑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서민 주택 보다는 고급 주택위주로 재건하기를 원했고, 이로 인해 가난한 지역주민들은 돌아갈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태풍에 흩어졌던 뉴올리언스 시민들 중 아직도 20만 명 이상은 외지를 떠돌거나 영영 이곳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들의 삶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트레일러에서 피난민처럼 생활하는 가족이 4만2천250가구에 달하고, 일자리가 없어 노는 사람이 태반이다. 버스운행 정상화 율은 19%에 불과하고 병원의 3분의 1은 아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2007년 8월 상황)

 

관료주의와 시장시스템의 결합

 

중국에서도 시장 시스템의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번 지진에서 가장 큰 피해는 학교 학생들이었다. 시장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던 시기에 지워진 이들 건물들은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노후한 건축자재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재료를 사용하였다. 물론 쓰촨성에 들어선 다국적 기업들,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모터롤라 그리고 IBM의 건물들은 멀쩡했다. 무너진 것은 학교와 가난한 노동자-농민들의 집이었다. 유사한 현상이 지난 겨울 1억 명의 이재민을 낸 폭설에서도 나타났다. 폭설에 무너진 송전탑과 전봇대들은 거의 모두 1990년대 불량으로 지어진 것이었고 1950년대 계획경제하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복구가 용이하였다.

 

이번 지진 대책에서 중국은 미국과는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이 다른 점이 속에는 중앙 통제적 관료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중앙 통제적 관료시스템은 언론을 통제하였고, 복구 작업에서 자발적으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조직되는 모임까지 억눌렀다. 그 결과 인민들에 의한 민주적 통제는 약화되었고, 불신은 커져갔다. 일부 구호품을 빼돌리는 관료들이 발견되자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두꺼비만큼 똑똑한 시스템

 

남미의 카리브 해역에는 잦은 허리케인에도 꿈쩍 않는 나라가 있다. 지난 1998년에는 허리케인 조지로 인해 인근 국가에서 6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나, 이 나리에는 단 4명에 그쳤다. 또 2004년에도 이제까지 최대 규모의 허리케인 “아이반”이 불었으나, 단 1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반면 미국에서는상륙시 세력이 많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5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바로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의 일이다. 쿠바에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나은 기상학자가가 있는 것도 아니며, 기후에 대처하기 위한 특별한 힘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다. 물론 중국에서 보이는 똑똑한 두꺼비도 없다. 모든 것은 사회주의 노선을 따르는 사회 인프라와 관련이 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전체 인민과 국가가 철저한 계획에 따라 국내의 공동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동원된다. 마을마다 미리 준비된 대피소가 있고 또 가정의사가 있다. 이 의사들은 평소 환자를 직접 방문하면서 사회·경제적 환경을 함께 고려하여 치료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 시스템과 원활하게 연동되는 시민방위 시스템이 있다.

 

시민 방위 시스템에서는 피난 시에 지역주민 가운데 도움이 필요한 최신자료를 확실히 배포하고 교육한다. 그리고 자연 재난 발생시 지역 의료진들은 피난민과 함께 움직이는데, 애완동물과 수의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TV와 냉장고도 대피소로 옮겨진다. 지역 스스로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이 시스템 속에서는 누가 자신의 물건을 훔쳐갈까 싶어 대피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은 없다. 만약 피해가 발생한다면 정부에 당당하게 재발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복구할 수 있다. 결국 중앙의 계획, 그리고 민주적 통제가 자발적인 개인의 노력과 함께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이만 하면 중국의 두꺼비에 부끄럽지 않은 시스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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