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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하며 끄적인 글들.

1. 

 

집에 가고싶습니다.

 

갇혔다. 이 순간부터 10시까지는 돈이라는 실로 꽁꽁 묶여있다. 혹여잡다한 심부름이 있지 않다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말이다.

 

분명 나를 못나가게 막는 물리적인 힘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내가 앉아있는 카운터 바로 옆의 유리 출입문과 번화가가 내려다보이는 유리창은 왠지 나를 갑갑하게 만든다.

잠시만이라도 바깥의 공기와 하늘을 보고 싶다. 1층까지는 계단 23개로 1분도 채 안걸리겠지만 막상 나가려 할 때마다 찾아오는 마음의 묘한 욱신거림은 도대체 뭘까?

 

떨림. 두근거림. 탈출욕구. 무서움. 벗어남에 대한 두려움. 양심일지 복종일지.

 

이 한줄 끄적이는 사이에도 새로운 손님은 들어온다. 나는 다시 일어나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소프라노의 음색을 띄는 목소리를 낸다. "어서오세요. 편하신 자리 앉으시면 됩니다." 물론 이순간의 나는 '방긋' 다른 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같은 그 미소를 내보이고 있다.

 

 

2.

 

호전적인 프랑스인들과

뛰어다니는 사장의 딸과

사장의 부인이었던 첫날 나에게 일을 가르쳐 준 언니와

해방되고싶은 나와

무신경한 남자친구와

무료영화티켓은 왜 함께 있는 걸까?

 

동양계 ( 아니 어쩌면 저 머나먼 아메리카에 살던 원주민들과 닮은 것 같은)여자와 백인 여성 둘, 아랍계 남자 하나. 톡인지 더를 발음하고 싶던거였는지 모를 성질의 말.

 

 

3. 

 

카운터 바로 옆의 음료기계가 돌아가는 소음이 가게 전체를 울린다. 마치 그 소리를 시작으로 공장이 돌아가듯이. 기계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후덥지근한, 몸에 절대 좋아보이지 않는 그 열기조차 공장과 닮았다. '짤랑' (카운터가 닫히는 소리와 닮은) 그 소리와 함꼐 손님이 들어온다. 그 순간도 무언가의 시작이 된다.

 

나와 함께 일하는 다른 알바는 물을 꺼내고 피클을 덜고 토스터기앞으로 선다.

나는 주문지를 들고 펜을 쥔채 그들 근처에서 얼쩡거린다.

손님은 주문을 하고, 나는 주문을 적고, 사이다 한잔을 부탁하고, 포스에 받아넣고, 주문을 부엌에 넣는다.

 

많은 것들이 소리로 시작된다. 위잉거리는 소음. 돈소리와 닮은 짤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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