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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이야기

조금 취했었다. 그래 취했던 거야.

그가 너무 걱정되어 맥주를 댓병으로 두병쯤 들이키고, 슬 일어났다. 영어 말까지 연습해서.

 

10분정도 노래를 한껏 틀고 흥얼거리며 스쿠터를 달려 koraphat에 도착했다.

대문은 잠겨있었고, 조심스레 담을 넘어 벽 옆쪽에 담배를 한 대를 피고, 두대를 피워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찌 말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을 뿐이다. 테라스에 앉아있는 그는 오늘도 끊임없이 ganja 냄새를 만들어낸다.

 

1시간.. 그렇게 1시간 반정도를 옆에 앉아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그냥 그 감정선을 느끼며 조용히 앉아있었다.

 

영어가 잘 되지 않는 내가 너무 서럽고 답답해 브로콜리 너마저의 울지마를 틀어놓고.

그리고 한시간 내내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들으며, 계피와 더거의 위로담뿍 담긴 그 목소리에 잠겼다.

혹시나 들릴까 싶어,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 것만 같아 조용히 그 노래를 입모양으로 따라부르며 한참을 울었다.

 

어느 순간 용기를 내어 그 말만 하고 가야지. 나 너를 위로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너무 알지 못하는 일이기에 함부로 말하지 못하겠지만 기운을 내길 바래서 이 말 하러 왔다는 준비했던 말.

 

내가 누워있던 그의 창문 밑에서 일어났을때 커튼 사이로 보이는 컴퓨터를 하는 그의 모습에 깜작 놀라 다시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갔다. 담을 넘고, 스쿠터를 골목 바깥까지 끌고 가 그제야 시동을 켜고 달려갔다. 올 때보단 조금 더 술이 깨있었기에 조금 더 무서웠지만 그래도 좋아. 뭔가 한심하지만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돌아와 야성아저씨랑 이런저런, 정말 오래간만에 모르는 사람과 서로의 조금 오래 된 내러티브들을 나누며 이야기. 아무래도 조금 더 몰랑몰랑하게 감정선이 풀어져있는 상태로 그 누구랑도 잘 할 수 없었던 내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의 상황. 자존감을 확립하는게 더 중요하다던 그 말들.

 

아침이 오고, 어젯 밤 테라스 난간에서 떨어져 멍투성이인 몸을 깨닿고, 스쿠터 바구니에 들어있던 망고를 보고야 아 내가 어제 주려고 망고 들고갔구나. 내가 취했었구나. 다시 좀 더 가뿐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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