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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음(2014) - 양창근 :: 가장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 나를 위로해줬던

아마도 2008년이었나. 민들레와 나다가 함께 있던 시절, 특강이 끝나고 여름 밤 집에 가려고 했었는지 길을 걸었다. 몽자야 앞에서 누군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 시점 있었던 한 사건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이 썩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너무 아팠던 15살의 나는 양창근의 노래를 들으며 엉엉 울었다. 길거리에 앉아 소년같은 미성으로 예쁘게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 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위로받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이었다. 그런 위로는. 그렇게 돌아와 그 프린지에서 양창근이 하는 공연을 다 찾아갔다. 버드와이져 병을 두고 노래를 하던 사람. 매번 바닥에 앉아 눈이 그렁그렁해서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

산청출신이라는 말에 왠지 느껴졌던 친근감도 있었다. 산청으로 간 오빠의 친구의 형이라던가, 산청 졸업한 친구의 선배라던가. 산청을 졸업한 녀석이 내가 양창근을 좋아한다는 말에 겨울비 앞부분을 따라하며 웃었다. 내가 아는 사람의 노래는 왠지 웃기기도 하니까. 농담이었겠지만 왠지 나는 '아니야. 짱 좋아!'라고 반박했던 것 같다.

그 여름이었을까? 그 다음 여름이었을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특강 뒷풀이로 부산 오뎅 근처 무대에 앉아서 다같이 술을 마셨다. 그 때 양창근이 지나가며 인사를 하곤 근방에 앉아 친구와 술을 마셨던 것 같다. 나는 괜히 당황했다. 미성년자인 내가 술마시고 담배피는 상황에 누군가 인사를 한다는 건 그 때는 참 곤란한 일이었다.

 

다른 공연도 찾아갔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공연. 처음으로 라이브클럽이 아닌 카페에서 본 공연. 지금은 없어진 '가게'. 양창근과 복태와 석준이 나왔을 거다. 복태의 홍차야 미안해 하는 노래가 좋았고, 석준의 이름모를 노래가 좋았다. 그리고 그 날 양창근은 술을 많이 마셨었나 뭔가 컨디션에 에러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 나는 앨범이 안 나온 밴드의 노래를 공연장에서 녹음하거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오디오를 추출해 듣곤 했다. 대부분 잘 안들렸지만. 그렇게 가게에서 했던 녹음해온 노래와 올라온 동영상들을 찾아 노래를 한 곡 한 곡 파일로 만들었었다. 아직도 나는 그 때의 양창근 노래들을 듣는다. 참 좋다. 지금 나에게, 겨울비, 노을, 그때까지, 이젠 그렇게. 다 좋다. 소년같은 그 불안한 목소리가 좋았다. 어딘가 중2스러운 간절함도 좋았다. 약간 오글거리는 가사도 좋았고, 그냥 다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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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소년이었던 나는 양창근이 군대에 갈 무렵 나왔던 EP를 결국 사지 못했다.

그리고 군인이던 시절의 그를 우연히 SPOT에서 마주쳤다. 찾아보니 2010년 여름. 루나틱이 나온 걸 보면 루나틱을 보러 갔을 거다. 그리고 옐로우 몬스터즈의 첫 공연이었을 거다.(예전 홍보글에 홍대 클럽씬에 그 첫선을 보인다고 써있다.) 계단에서 마주쳤을 때 옐로우 몬스터즈를 보러 왔다고 했다. 제대 후 마법사들도, 양창근의 솔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언제나 공연은 보지 못했다고 해야할지 안봤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보통 돈이 있으면 시간이 안맞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돈도 시간도 있는데 귀찮거나 돈을 쓰기 무섭거나. 언제나 보고 싶지만 보지 않(못)았다. 돈도 시간도 많았더라면 얼마든지 봤을테니 못한 걸로 해보자. (악착같이 루나틱 보던 걸 떠올리면 결국 의지의 문제일 거다. 물론 루나틱은 종종 게스트로 봐줬긴 하다.)

 

내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게 된 건, 오늘 들은 오래된 마음이 너무 좋아서 양창근에 대한 기억과 애정이 무럭무럭 솟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겐 나름 사연도 의미도 큰 뮤지션이니까. 가장 위로가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시절의 나를 위로해 준 노래였으니까.

 

홍성으로 떠난 훈창에게 개기월식이 시작됐다는 연락을 받고 옥상에 올라갔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폰으로 김동률의 신보를 찾아들었다. 듣고 있는데 참 좋다. 따뜻하다. 그러다 내려와서 양창근의 노래를 다운받았다. 나의 잔잔한 노래이자 마음을 흔들흔들 하는 노래는 좀 양창근이다. 1월에 나온 신보를 이제야 찾아들었다. (변명을 해보자면 양창근은 앨범을 사야하니까라는 마음으로 다운받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스트리밍도 안하고 있었다.) 

몇 달 전, 네이버 뮤직에서 1분 미리듣기로 쭉 들어봤지만 1분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간다. 앨범을 사자니 요즘 돈이 잘 없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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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된 마음

2. 우린

3. 꽃

4. 5am

5. …..

6. 장마

7. 지금 나에게

8. 고백

9. 눈이 내리면

10. 그대가

 

1분으로 들었을 때는 몰랐다. 이렇게 좋은 지. 예전의 소년소년하던 느낌과는 많이 달라졌다. 조금 더 세련되고 정제된 것 같다. 그 살짝 거친 느낌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충분히 좋다. 더 좋다. 그 때로부터 6년이 지났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노래인가 싶은 마음도 든다. 나는 이 사람의 화려하지 않고 담백함이 참 좋았다. 기타도 목소리도 (가끔 과한 감성일 수 있지만)과한 소리를 내지 않는 점이 좋다. 담담한 목소리가 좋다. 담담한 기타가 좋다. 드러내려고 애써서 드러나는 것이 아닌, 그냥 솔직한 소리가 좋다. 감정이 실려있는 목소리가 좋다. 뭘 좋아하는 지 모르겠지만, 좋다. 

루나틱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는 것처럼 왠지 나를 움직이는 소리가 있다. 양창근은 참 따뜻하진 않은 목소리다. 다정하거나 따뜻함이 없는데 나는 왜 여기서 위로를 받았을까.루나틱은 루나틱의 감정에 내가 공감했기 때문에 늘 위로가 됐다. 양창근에게 받았던 위로는 상황 탓도 있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었을 거야. 이 목소리가 담담히 자기 이야기를 해나가는게, 너무 다정하게 다가오지 않고도 저만치서 노래를 해줘서. 여전히 다정하진 않지만, 여전히 위로받는다. 옆에 딱 붙어서 안아주고 챙겨주는 위로는 아니지만,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그런 위로. 

 

한밤중에 너무 마음이 쿵 하고 울렸다. 이제야 들은 걸 너무 후회했다. 내가 나래에게 양창근을 알려주고, 나래가 기타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겨울비로 수업을 하는 것처럼. 이 노래도 알려줘야지. 그리고 월급을 받는대로 앨범을 사와야지. 그래서 나래가 쳐주는 양창근의 노래를 듣고, 돈이 생긴다면 공연을 가서 양창근의 노래를 직접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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