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째]108배

2010/02/28 21:33

 

적상산를 다녀왔다.

붉을 적에 치마 상의 적상산은 가을에 단풍이 들어 붉은 치마를 두른것처럼 보인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란다.

 

무주 덕유산 국립공원안에 포함되 있기에

나무도 많고 계단도 잘 만들어져 있어 참 편하고 즐겁게 산행을 했다.

깍아지는 듯한 바위절벽이 맨처음에 보여

산행이 고단할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돌로 만들어진 계단은 낮고 촘촘해 걷기 쉽고 적상산성을 지나면 넓고 평평한 길이 나와

소복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듯 향로봉으로 올랐다.

놀라울 정도로 편하고 안락해서 깍아지는 듯한 절벽이 거짓말 같았다.

 

가는 길목에는 '장도바위'가 있다.

내 키의 5배는 될 것 같은 큰 바위가 세로로 쩍 갈라져 있는데

해설판에는 최영장군이 산이 너무 아름다워 올랐다가 바위때문에 정상에 오르지 못하자

바위를 장도로 내려치니 바위가 갈라졌다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설화가 참 재밌고 이게 진실인지 상상인지 분간할 수 없어 오묘한 웃음을 서로 지으며

봉황이니 용이니 설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더랬다.

 

소나무 향기.

졸졸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푹신한 낙엽

판판하고 널찍한 등산로

깍아지는 듯한 절벽

삼국시대 건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

...

 

 

80. 천지에 충만한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여든 번째 절을 올립니다.

 

 

 

5시간 산행을 했건만 다리가 피곤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견딜만한 피로감이었다.

108배가 도움이 되긴 되나보다.

심장은 두근거리지만 다리가 후들거리진 않는다.

언젠가 심장도 차분해지겠지.

 

 

 

 

 

.......................

친한 친구 3명이 이사를 했다.

의기투합하여 집하나를 전세해서 같이 생활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사한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러저러하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운한건 별 수 없었다.

이만큼 멀어졌나 싶기도 하고

생활권이 다르니까 싶기도 하고

더 서운했던건

자기들 애인(광주, 목포에 산다)들은 불러서 이사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생활권에서 가장 가까운건 애인이라는 건가..

가족이라는 건가..

결국 따로 떨어지면 남는 건 가족이라는.. 혹은 개인적 관계들만 남는건가...

하는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는데 몰랐냐는 말과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말과

일할 사람도 충분하고 주말엔 쉬라고 그랬다는 말들은

별로 위로가 되진 않았다.

 

다들 같이 살기 위해 이사를 한다는 게

그렇게 작은 일은 아니란 생각에

새로운 시작을 하는 친구들을 독려하고 싶은 마음이 컷건만

....

내가 기억나지도 않았던가.

인생 헛살았단 생각이 든다.

별로 나와 기쁨을 나누고 싶지 않았던게지.

흥.

 

...............................................

28. 남에게 성내는 마음을 두지 않으며 스물여덟 번째 절을 올립니다.

 

 

 

그랬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다 소중한 내 친구들인걸.

결국 가까워지고 멀어지는건

만나고 헤어지는건

자연스러운 것임을

나 또한 조금만 떨어지면 소홀해지는 것을

누구탓을 하겠는가

 

잘 살아라~

다음에 집드리가마~

 

연락 안해준 덕분에 오늘 산행 잘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brightazure/trackback/32

Comments

  1. 달성생 2010/02/28 21:43

    ㅎㅎㅎ 그까이꺼 뭐.. 별다른것 있습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지요.
    다들 찢어져 봐야 옆에서 지켜주는 지인들에게 눈이 돌아오지 않을까요?
    수십년 홀홀단신 살아온 사람으로 한말씀 올립니다.
    ㅋㅋㅋ

    perm. |  mod/del. |  reply.
  2. 비밀방문자 2010/03/01 09:4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What's on your mind?

댓글 입력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