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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39회

 

1

 

 

장마가 시작되고 내리는 비가 거세지면

하루 종일 집안에서 지내게 됩니다.

사랑이 산책을 위해 호시탐탐 빗줄기가 멈추는 순간을 기다려

잠시 밖에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방안에서 사랑이와 같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인터넷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농사에 대한 정보를 뒤적이다가

감귤농사에 대한 자료와 동영상이 있어서 보게 됐습니다.

 

 

농사 관련한 용어들이 어려운 한자투 표현이 많아서 알아듣는 게 쉽지는 않은데

그래도 몇 년 하다 보니 한자투 용어들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름 경험이 쌓이고 있어서 기술센터에서 설명해주는 이론과 내 경험을 비교해 보게도 됩니다.

 

 

귀를 쫑긋해서 열심히 설명을 듣다보면 농사에 대해 배워야할 게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린 나무가 튼튼한 골격으로 자라게 만들고, 그 튼튼한 골격을 유지하면서 우아한 외양으로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열매들이 제대로 달릴 수 있게 관리하고, 각종 질병의 증상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할 뿐 아니라 영양이 골고루 갈 수 있도록 관리하고, 나무가 자라는데 가장 중요한 흙과 물과 햇볕과 공기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까지 다 신경을 써야하니

나무에 대해서는 의사도 되고 약사도 되고 영양사도 되고 물리치료사도 되고 체력관리사도 되고 환경관리사도 돼야 하는 겁니다.

이 모든 걸 혼자서 배워가야 하는 과정이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게 됐죠.

 

 

이제 조금 전정작업에서 자신이 붙기 시작했고 병충해방제도 대강은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배워야할 게 너무 많다는 걸 알고 긴장이 되더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실수 하나로 일년 농사를 망쳐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긴강감은 두려움을 같이 끌고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하나씩 배우면서 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니...

그래서 제 자신에게 힘내라고 한마디 해줬습니다.

 

 

“야, 이 나이에 이렇게 뭔가를 새롭게 배우면서 긴장감 있게 살아가는 것도 삶의 활력소야. 익숙한 것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서서히 시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것보다 얼마나 행복한 삶이냐? 너의 행복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

 

 

 

2

 

 

사랑이가 방송에 나오면서 아주 귀엽고 속이 알찬 것처럼 연기하는데요

실제 사랑이 모습은 그렇지 않다는 걸 오늘 폭로하려고 합니다.

제가 사랑이의 이런 모습을 폭로하는 이유는

혹시나 여러분이 사랑이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

제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은 사랑이가 풀을 뜯어먹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고 혹시 사랑이가 굶주려서 풀까지 먹나하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사랑이는 입매가 짧은 편이어서 먹는 걸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맛있는 간식을 줘도 처음에는 좋아하지만 배가 부르면 그것도 그냥 남겨버립니다.

그렇게 식탐이 없는 녀석이 가끔 이렇게 풀을 먹습니다.

그것도 아무 풀이나 먹는 게 아니라 난초처럼 끝이 가늘고 길다란 풀만 먹습니다.

산책을 하다가 풀을 먹을 때면 좀 더 먹겠다며 땡깡을 부리기도 합니다.

사랑이가 풀을 먹는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사랑이에게 이유를 물어봐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얼버무려버립니다.

여러분은 지금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듣고 계신 겁니다. 프흐흐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책을 할 때 사랑이는 고집도 쎕니다.

산책을 하다가 내가 가려는 방향과 자기가 가려는 방향이 다르면 이렇게 완강히 저항합니다.

턱을 살짝 내밀며 다리에 힘을 꽉 주면서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버팁니다.

이렇게 버티다가 제풀에 단념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 오산입니다.

1분이고 2분이고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끝까지 버팁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힘으로 끌어당기면 질질 끌려오면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제가 포기하고 사랑이가 원하는 데로 가면

사랑이는 구석 풀쪽으로 가서 냄새를 신나게 맡습니다.

대부분 다른 개의 오줌냄새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냄새를 맡을 때도

그만하고 가자며 제가 잡아끌어도 사랑이는 쉽게 머리를 돌리지 않습니다.

한참이나 냄새를 음미하고 나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 위에 자기 오줌을 뿌리고 나서야

여유롭게 저를 따라 움직입니다.

 

 

여러분, 사랑이의 본래 모습은 이렇다는 걸 알아주세요.

 

 

 

3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랑이입니다.

성민이가 저를 이상하게 얘기했는데 어... 저는 괜찮습니다.

저 정도가 뭐가 이상합니까? 하나도 이상한 거 없는데...

음... 저는 쿨하니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여기도 장마가 어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밤중에 투닥투닥 내리는 빗소리가 참으로 편하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좋은 영화 한편은 훌륭한 후식이 되었지요. 빗소리가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 있게 들리는 걸 보니 익어가나 봅니다.^^ 이제 사랑씨랑 친구가 되었군요.^^ 친구가 돼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씨!^^ 사랑씨 얼굴 가끔 좀 보여주세요.^^

 

 

 

 

곰탱이님이 사연 보내주셨습니다.

이히~ 곰탱이님이랑 진짜로 친구됐네요.

어... 제 얼굴 올려달라고 했는데...

음... 앞에서 성민이가 사진을 올렸는데...

어... 이상한 얘기한 건...

아니다, 아니다.

어... 성민이가 이상한 얘기해도 저는 괜찮습니다.

곰탱이님도 괜찮죠?

 

 

비가 자주 와서 산책을 자주 못할 줄 알았는데

어... 성민이가 비가 잠시 그치면 잽싸게 산책을 나가줍니다.

어... 그래서 저는 비가 와도 산책을 나갑니다.

음... 비가 오면 편안하거나 좋은 건 모르겠는데

어... 성민이가 하루 종일 집안에 같이 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 집안에 있을 때 성민이는 어... 인터넷만 보면서 저랑 잘 안 놀아줍니다.

그래서 어... 제가 성민이 옆으로 다가가면 그때서야 저를 쓰다듬어줍니다.

그래서 어... 비가 와도 저는 좋습니다.

 

 

비가 오는 건 상관없는데 음... 더운 건 진짜 싫습니다.

요즘 더워지기 시작하니까 너무 싫습니다.

평소에 저는 마루에서 지냅니다.

성민이방은 바닥이 미끄러워서 잘 안들어갑니다.

그런데 어... 요즘에는 가끔 들어갑니다.

어... 성민이방이 마루보다 조금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성민이방에 들어가서 그냥 누워있으면 기분이 편해집니다.

어... 여러분도 더위 때문에 힘들겠지만

음... 기분이 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인사하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스윗소로우의 ‘so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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