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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36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서른여섯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성민입니다.

 

 

한 달 동안 끙끙거렸던 전정작업을 마쳤습니다.

미뤄뒀던 병충해 방제작업도 두 번에 걸쳐 했습니다.

수북이 자란 잡초들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광합성을 잘하라고 비료도 줬습니다.

이래저래 밀린 일들을 하나씩 처리했습니다.

 

 

하우스 주변에도 밀린 일들이 많았습니다.

마늘과 양파를 수확하고 널려있던 멀칭비닐을 걷어냈습니다.

고추에는 지주대를 박아서 쓰러지지 않게 고정해줬고요

열무와 시금치를 수확한 곳도 경운기로 갈아 업었습니다.

한쪽 구석에는 고구마줄기를 심었습니다.

 

 

전정작업을 마치고도 밀린 일들이 많아서 바쁘기는 했지만

하루 종일 달라붙어서 끙끙거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여유롭습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사우나를 가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숨 돌리고 다시 밀린 일들을 해야 합니다.

감귤나무에 영양제도 줘야하고

다 익은 매실을 따서 청을 담가야 하고

참외 줄기를 살펴서 순을 따줘야 하고

이곳저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들도 정리해야 합니다.

 

 

이제 슬슬 더워지는 요즘인데요

이렇게 여름을 시작해보자고요.

 

 

 

 

2

 

 

오랜만입니다. 전 3주 동안 다리를 다쳐서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핑계지만 꼼짝도 못하고, 또한 안 하고 있으니 오만 잡생각에 만사 귀찮기도 하고..^^ 이제서야 좀 정신을 차리고 카페에 나와서 이렇게 답글을 답니다.^^ 오이가 정말 탐그럽게 열렸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탐스럽게 열매가 맺힌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씨! 답이 늦었지요? 미안해요.^^ 사랑씨는 성민씨를 참 사랑하시는 것 같네요. 그런 사랑이라면 조만간 사랑씨도 탐스러운 열매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조금씩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사랑씨!^^

 

 

 

 

곰탱이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매번 방송에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시던 분이 얼마동안 보이시지 않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워낙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이라서 한 사람의 발길이 더없이 소중하기는 하지만

사연이 왔는지 안 왔는지에 일희일비하다보면 집착하게 될 것 같아서

그냥 사연이 오면 왔구나 하고, 사연이 없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아프셨다니 저의 덤덤함이 미안해지네요.

 

 

아픈 와중에 카페를 찾아서 일부러 읽어주고 댓글까지 정성스럽게 남기는 방송이라니...

이 방송이 누군가에게는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게 정말 좋습니다.

이 사실을 사랑이에게도 잘 설명해줘야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와 소중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이죠.

 

 

다음주 방송은 오래간만에 야외 공개방송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일년에 한 두 번씩은 공개방송형식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오랫동안 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 이번에 해보려고 합니다.

이곳의 아름답고 편안한 풍경을 즐기면서 멋있는 음악에 빠져보실 기회입니다.

혹시 초대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저의 뛰어난 섭외능력으로 이곳에서 함께 그분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아, 물론, 주위에 소문을 내셔서 많은 분들이 오셔도 됩니다.

공간은 아주 충분하니까요.

 

 

 

3

 

 

안녕하십니까, 사랑이입니다.

어... 오늘은 꿈 얘기하겠습니다.

성민이가 ‘개도 꿈을 꾸냐?’라고 물었는데

어... 개도 꿈을 꿉니다.

안 믿기신다면

음... 여러분도 개가 돼보세요. 까르르르르

 

 

꿈속에서 성민이랑 같이 산책을 가는데

우정이가 나타났습니다.

어... 우정이가 누구냐하면요

옛날에 집 없이 돌아다니던 친구인데

어...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제 밥을 먹으라고 줬거든요.

그래서 어... 친구가 됐는데

음... 나중에는 싸워서 사이가 나빠진 녀석입니다.

 

 

아무튼 그 녀석이 나타난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으르렁거렸는데

어... 우정이가 꼬리를 흔들면서 ‘안녕 친구야’라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기분이 나빠서 계속 으르렁거리는데

어... 그 뒤로 행복이가 나타나는 겁니다.

 

 

행복이는 누구냐면요

옛날에 이 근처에서 살던 애인데

음... 한때 저랑 사귀던 사이였어요.

행복이랑 사귀다가 새끼들을 낳기도 했는데

어... 행복이가 그 새끼들도 같이 데리고 왔더라고요.

 

 

행복이와 새끼들까지 반갑다고 꼬리를 들고 다가오니까

어... 저도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우정이는 싫지만 어... 행복이와 새끼들이 좋기 때문에

어... 그냥 같이 놀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옛날 친구들을 만나니까 기분이 좋았습니다.

행복이는 조금 새침데기인데 어... 그날은 아주 살갑게 대해줘서 좋았습니다.

음... 귀여운 강아지들도 착해서 좋았습니다.

어... 그렇게 놀다보니까 우정이도 좋아졌습니다.

넷이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지쳐서 쉬고 있는데

어... 주위를 돌아보니까 모르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어... 성민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정이가 계속 내 얼굴을 핥아주고

행복이도 어... 꼬리를 계속 흔들어주고

어... 새끼들도 제 얼굴에 발을 갖다 대면서 놀자고 하는데

어... 성민이가 보이지 않으니까 불안했습니다.

 

 

음... 큰 소리로 짖어봤지만

어... 성민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 성민이를 찾아다녔는데

뒤에서 우정이가 자꾸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어... 행복이와 새끼들도 계속 짖어댔고요.

그래도 어... 성민이가 보이지 않아서 무서웠습니다.

 

 

그러다가 잠을 깨서 얼굴을 들어보니까

음... 성민이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성민이를 보니까 안심이 됐는데

어...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 다시 눈을 감고 친구들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 친구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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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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