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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61회 – 버림받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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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출발하겠습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저는 들풀입니다.

반갑습니다.

 

꿈속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 가끔 가곤했던 시장에서 친구와 함께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시장 안에서 장소를 정확히 알지 못해 둘이서 조금 헤매는 꿈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는 것을 빼면 특별할 것 없는 꿈이었는데

이상하게 잠을 깨고 나서도 꿈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아주 친하게 지냈었는데

서로 다른 대학에 들어가서 조금씩 멀어지다가

사소한 일로 약간의 불편함이 있고나서는 연락이 끊겨 버렸던 친구였습니다.

10년쯤 전에 우연히 마주쳤었는데

그때도 반갑다고 악수를 하고는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고 헤어졌습니다.

그 친구가 뜬금없이 꿈속에 찾아와서 저와 함께 어딘가를 찾고 있었던 것이죠.

 

그 친구를 오래간만에 떠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친했던 친구도 시간이 지나면 그저 스쳐지나간 사람일 뿐이라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고

서로 큰 상처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에 다행이라고 위로해보기도 하고

순수해서 좋기만 했던 그 시절의 추억이 새삼 떠올라서 알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꿈속에서 둘의 나이는 20대였던 것 같습니다.

끈끈했던 서로의 관계가 서먹해지지 시작하던 그 나이였던 거죠.

둘은 어디로 가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친한 친구처럼 다정해보여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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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민씨네 비닐하우스 입구에 꽃이 피었습니다.

주변 밭에서 유채씨가 날라 와서는

시멘트 바닥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질긴 생명력을 확인시키듯 당당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성민씨는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 집 앞에 꽃다발을 갖다놓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습니다.

녹슨 전주와 쓸모를 찾지 못한 벽돌과 조금은 너절한 비닐하우스 앞에서

화사한 유채꽃이 쑥스럽게 한마디를 합니다.

“사실 나도 버림받아서 여기에 왔는데 나를 반겨줘서 고마워요.”

 

유채꽃의 한마디에

녹슨 전주와

쓸모를 찾지 못한 벽들과

조금은 너절한 비닐하우스가

화사해졌습니다.

 

 

 

(노사연의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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