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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83회 – 겸손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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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팝콘 터지듯이 꽃망울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마음도 활짝 기지개를 켭니다.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제 몸에도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동안 약간씩의 불편함이 있었던 부위들이 편안함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늦은 밤에 잠을 깨곤 했던 일도 사라져서 개운하고 여유롭게 새벽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햇살을 맞으며 하우스에서 일할 수 있게 되니 저도 사랑이도 너무 좋기만 합니다.
주위에 무성하게 올라오는 잡초들마저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몸의 변화와 함께 마음도 움직이고는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조금 느립니다.
개운하고 여유로워진 새벽에 명상을 다시 시작해보지만 제 마음은 겨울의 산란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 시간들을 보내는 방법도 한결 다양해지고 편안해졌지만 게으름과 조급함 사이에서 살랑살랑 거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봄의 기운과 함께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온기를 마음속에 채워보자고 노력해보지만 겨울동안 쌓인 차가운 기운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조금 힘들었던 올 겨울을 잘 버텨본다고 노력해왔지만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속으로 담아두기만 하는 시간이어서
이제 마음의 창문을 열고 환기와 청소를 시작해야겠네요.
2
‘무법의 바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영향력도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탈법과 불법의 현장을 기록한 책이었습니다.
가끔 뉴스를 통해서 접했던 인신매매와 노예노동, 해상오염, 해적, 불법 남획 같은 일들이 어떻게 자행되고 있는지를 아주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더군요.
법이 미치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서
자본의 탐욕이 자유롭게 활개를 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그 현장이 너무 끔찍해서 놀랐고
불법의 카르텔이 생각보다 촘촘하고 대범해서 숨이 막혔고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 무법천지가 광활해서 화가 났습니다.
그 끔찍한 범죄현장에 한국의 유명한 기업도 연류 되어 있어서 책에서 적지 않는 분량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한국기업의 범죄사실도 동남아나 아프리카 선박에서 벌어지는 끔찍함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 범죄 집단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온 것 같아서 불편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먹는 참치, 어묵, 동그랑땡, 만두, 맛살, 대구포, 동태 등등의 제품들이 그런 끔찍한 범죄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삶의 구렁텅이에서 오랜 시간동안 발버둥치고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도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를 외면했던 사람들 중에는 제 힘겨움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려버린 사람도 있었지만 제가 어떤 처지에 놓여있었는지 관심이 없어서 외면해버린 사람들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지만 나중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외쳐대는데도 관심 한 번 보이지 않는 이들이 더 싫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그런 이들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렇게 끔찍한 현장이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펼쳐져있었는데도 그들의 처절한 외침에 관심 한 번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 끔찍한 현실을 알게 됐다고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처 관심을 두지 못해 외면하는 일은 없는지 세상을 넓게 바라봐야겠습니다.
3
여름철 장마처럼 유난히도 비가 자주 내리는 올 겨울
햇살을 즐기는 건 고사하고 파란하늘을 보는 것도 어렵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잔득 드리운 먹구름 사이로
살포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너무도 반가운 요즘입니다.
서서히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다가오는 봄이 무덤덤하거나 싫은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래도 춥고 우중충한 겨울 하늘 한구석에서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비춰진다면
아주 조금은 개운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냥 그런 마음을 담아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GemDew의 ‘Domino Waltz Mus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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