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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6회 – 이 더러운 세상에서 연꽃처럼 살수는 없지만

 

 

 

1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서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저도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그 요란한 소음의 진원지가 평소에 떵떵거리며 살던 분들이어서 더 시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탑 클라스의 부와 명예를 갖고 있는 의사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하니까 나라가 들썩들썩 합니다.

자신들만의 안하무인 카르텔을 유지하면서 착취와 돈벌이에만 정신이 팔린 이 분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손상될라치면 벌 때 같이 일어나서 생난리를 칩니다.

이미 굳건한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습니다.

많이 가질수록 조그만 손해에도 엄청 민감해서 난리를 치는 그 모습에 역겨운 수전노들의 악취가 풍기네요.

 

정치하시는 분들은 항상 시끄럽기 때문에 그들의 요란법석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밥그릇싸움은 개들 못지않습니다.

국민이니 민주주의니 하는 겉치레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오직 리더를 위한 충성으로만 판가름되는 그 싸움판이 솔직해서 좋기는 하네요.

옆에서 동료가 린치를 당해도 모른 척 하다가 다음에 자기가 당하니까 그제야 정의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모습은 재미없는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선명한 진보를 외치던 분들도 자기에게 밥그릇이 생길 것 같으니까 과감하게 집을 뛰쳐나와 젊은 마초의 품에 안겼다가 팽 당해서 게거품을 무는 모습은 삼류 조폭영화 보다 조금 재미있기는 하네요.

밥그릇 앞에서는 위아래도 없고 좌우도 없고 의리나 정의도 없는 가진 자들의 싸움판은 ‘순수한 추함’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세상이 더없이 요란스럽고 무지 무지 무지 더러운 것들로 넘쳐나지만

화려한 조명과 짙은 화장과 다양한 보석들로 장식했던 그들의 민낯을 보는 것은

낄낄거리며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는 것 같은 재미와 역겨움을 함께 줍니다.

“에이~ 더러운 것들아!”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지겹게 비가 내립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온통 흐립니다.

감귤 수확을 하려면 아직도 두 달은 남았는데

이런 날씨 때문에 나무와 열매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올해는

감귤도 많이 달렸고

열매 상태도 좋고

시세도 좋다고 해서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는데

막판에 날씨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1년 농사가 도루묵이 됩니다.

 

작년 이맘때는

열매도 많이 달리지 않았고

병충해피해 때문에 성한 것이 거의 없었고

사겠다는 곳도 없어서

망연자실 했었습니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극과 극의 상황입니다.

최악이었던 작년에는

가슴이 한번 철렁하고 나서는

‘더 열심히 해서 내년에 조금이라도 나아져야지’라며 홀가분하게 털어버렸었는데

최선의 상황인 올해는

마음속에 부푼 기대들이 가득 들어차서

날씨변화 하나도 예민하게 바라보며 불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도 요물입니다.

불안을 지우기 위해서는 부푼 기대들부터 덜어내는 것이 우선이네요.

돈이 되는 열매가 아니라 생명을 키워내는 나무에 마음을 줘야겠습니다.

 

 

3

 

세상에서 살짝 떨어져서 혼자서 조용히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이곳에도

세상의 온갖 쓰레기들이 밀려옵니다.

 

세상은 분노와 혐오로 가득하고

가진 자들은 탐욕의 갈증을 멈추지 못하고

없는 자들은 고통과 불안의 나날을 견뎌야 하는데

혼자서 흙탕물 속의 연꽃이 될 수는 없으니

저 또한 살아남으려면 억수로 노력해야겠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들이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봐야겠네요.

작은 것 하나라도 마음을 다 한다면 그것이 진심이 될 겁니다.

그렇게 진심이 쌓이고 쌓이면 오물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겠죠.

저들이 괴물이 되어갈수록 우리는 사람이 되어보자고요.

 

 

 

(화지의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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