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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농의 샘, 보는 이의 마음까지 경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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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인 김새별과 전애원이 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면서 마주쳤던 다양한 형태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들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살, 고독사, 살인과 같은 끔찍한 형태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뒷정리를 한다는 것은 꽤나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주는 불편함이나 불쾌함보다 그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불편하고 불쾌한 경우가 많더군요.
부모가 돌아가신 집의 정리를 부탁한 자식들은 돈이 될 만한 것을 찾느라 분주했지만 고인의 추억이 어린 물건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힘들게 겨우겨우 살아가다 고독사한 노인의 집을 정리하다가 꼬깃꼬깃 모아놓은 지폐가 나오자 아들이 얼른 챙겨 넣고는 그냥 사라져버렸습니다.
남겨줄 재산이나 모아둔 푼돈도 없는 노인들은 자식들이나 친척들도 찾지 않아 외로움을 달래주던 강아지마저 쓰레기로 처리해버립니다.
세상살이에 모질게 치여 자살을 한 사람의 집을 청소하고 있으면 집주인이 찾아와서 “집값 떨어지게 왜 여기서 그랬담”하며 짜증을 쏟아내기 일쑤입니다.
불편하고 불쾌한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잘 나가다가 나이 들어 아파트 경비 일을 하며 힘들게 살다가 돌아가신 노인의 빈소에는 평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노숙인들이 찾아와서 말없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폐지를 주우며 힘들게 살다가 돌아가신 노인은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가전제품들을 주위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훈훈하게 떠나셨습니다.
홀로 살다 고독사한 노인의 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집주인이 찾아와서 진심을 담아 명복을 빌어주기도 합니다.
‘내가 죽고 났을 때 사람들은 나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제가 죽고 난 후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제게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다만 ‘남들의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타인의 고통과 죽음 앞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2
나이가 들면서 몸에 이상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습니다.
굳이 병원을 갈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생활 하는 데는 조금 불편하거나
만성질환이라서 병원을 찾더라도 완치를 기대할 수 없거나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것이 조금씩 나빠지거나 하는 경우들이어서
나이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거니 하며 마음을 편히 갖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 들어 한두 가지 증상이 조금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병원을 찾아가도 뾰족한 방법이 없음을 알기에 가능한 자가 관리 요법으로 케어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가 관리 요법이라는 것이 심리적 위안만을 주는 것일 뿐 증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자꾸 아픈 부위가 신경이 쓰이면
‘거기에 대해 생각하지 마’라며 마음의 끈을 당겨보지만
그럴수록 더 신경이 쓰여 버립니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라고 되뇌면서 명상을 해보지만
자꾸 밀려오는 마음의 파도만을 확인할 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힘겨움을 잊기 위해 자극적인 것들을 찾게 된다면
몸과 마음이 더 나빠지는 길로 간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생각은 버리려고 노력합니다.
나이 들어감을 새삼스럽게 느끼기 시작하면서
먹는 것도 신경 쓰게 되고
생활하거나 일하는 것도 무리하지 않고
운동도 틈틈이 하고
명상도 자주 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도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결국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면 그 파도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그래도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뭔가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의 주문을 외워봅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늙어갔겠지.”
“많은 이들이 이런 어려움을 견디고 있겠지.”
“많은 이들이 이 보다 더한 힘겨움을 참아내고 있겠지.”
“많은 이들이 이런 가운데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3
텃밭에 봄채소를 파종했습니다.
해마다 재배했던 열무 외에도 새로운 채소들을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주위에 나눠먹기 위해 조금 넉넉하게 씨를 뿌리기도 했고요.
4월이 되면 여름채소들을 파종해야 하기에 나머지 텃밭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느 곳에 무엇을 심어야할지 계획을 세우면서 일들을 해나가야 하기에 머릿속은 조금 분주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새로운 것들을 늘려나가면 올해는 좀 더 풍성해지고 여유로워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아직 그리 바쁘지는 않지만
마음은 분주해지는 요즘
마음속 찌꺼기들을 털어낸 자리에
봄 햇살처럼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집어넣어봐야겠습니다.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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