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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69회 – 폭염의 긴 꼬리를 붙잡고 빠져든 상념

 

 

 

1

 

유튜브에서 오래전 예능프로를 봤습니다.

한때 엄청 인기가 있었던 ‘mc대격돌 공포의 쿵쿵따’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기록을 찾아봤더니 벌써 20년도 넘은 프로그램이더군요.

그곳에서 젊은 유재석, 강호동, 이휘재, 김한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개그를 보며

가끔 시대에 맞지 않는 개그코드가 불편하거나 지루하기도 했지만

새록새록 올라오는 추억을 곱씹으면서 피식거리며 웃어봤습니다.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게임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연애들은 시간이 지나도 참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강호동씨 정도가 아주 앳된 모습이 두드러질 뿐

이휘재씨나 김한석씨는 지금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미지도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더군요.

 

하지만 유재석씨는 많이 달랐습니다.

외모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말투나 행동거지도 그렇고, 풍기는 아우라까지

거의 모든 것이 지금의 유재석씨와 딴판이더군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변해있었습니다.

깐족거리는 모습에서 모범적인 국민mc 이미지로 캐릭터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변해있어서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저런 변화를 가져오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외양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존경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유재석과 함께 나이 들어간 나는 20년 전 모습과 어떻게 달라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얼마 전 이 방송에서 “후줄근한 중늙은이 같은 내 모습에서 무시하고 외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불편했었다”고 얘기했었는데 말이죠.

 

 

2

 

2024년 8월16일 암과 치열하게 투쟁중인 창원 삼미특수강 해고노동자 방석부동지를 만나 현재의 근황을 확인하고 병을 이겨낼려는 본인의 의지도 확인했습니다.

방석부동지가 병마와 싸워 이겨갈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지원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그래서 방석부동지를 기억하는 동지들이 아름아름의 힘을 모아 재정적인 지원을 할수 있었으면 해서 제안을 드립니다.

우리의 작은정성이 한데 모여서 큰힘이 될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석부야 힘내라!

모금계좌는

국민은행 909602-01-160013 황철이

 

 

sns에서 들려온 소식입니다.

투병 중이신 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알려진 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 소식을 올리신 분의 계정에는 ‘좋아요’와 ‘댓글’이 그리 많지 않더군요.

이 글을 공유하신 분의 계정에는 반응이 더 적었습니다.

이 글이 제게까지 전달이 됐지만 이곳은 더 처참한 곳이라서 마음이 좀 그렇네요.

 

많이 알려진 분이든 그렇지 않은 분이든 투병의 힘겨움은 마찬가지겠죠.

그 힘겨움을 버틸 수 있는 힘은 주변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는데

온라인상에서는 주변의 힘이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살짝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아주 미약한 힘이지만 이것이라도 가닿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3

 

폭염의 기세가 꺾인 것은 분명한데

기온이 확실하게 떨어지지는 않고

완만하고 길게 꼬리를 내리고 있는 요즘

괜히 마음만 앞섰다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열기에

숨 막히고 지치기 쉽습니다.

 

겨울채소 모종심기를 한참 해야 하는 요즘이지만

주변에는 밭만 갈아놓고 아직 모종을 심는 밭은 없습니다.

저희 텃밭도 여름 작물들을 정리하고 밭을 갈아야 하는데

평년보다 높은 기온 때문에 최대한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참외와 수박이 생각 외로 많이 달려있더군요.

긴 폭염이 주는 뜻밖의 선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부터는 열대야도 서서히 사라지고 폭염도 기세가 살짝 수그러든다고 하니

주변 텃밭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겨울 작물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오일장에 가서 이런저런 씨앗들을 사왔더니 다채로운 채소들에 벌써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여름의 마무리와 겨울 준비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마음이 살짝 급해지지만

아직은 뜨거우니 호흡을 천천히 해가야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찰리 정의 ‘Land Of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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