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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70회 – 보너스 같은 일주일

 

 

 

1

 

폭염과 열대야가 9월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보도를 계속 접하다보니

이번 주에 9월이 시작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해야 될 일들의 계획도 세우면서 마음이 조금 급해졌었는데

일정을 확인하려고 달력을 봤더니 9월은 다음 주에 시작하더군요.

 

생각에 없던 일주일이 보너스처럼 생겨버려서

요긴하게 잘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딱히 뭘 해야겠다는 것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매일 조금씩 하고 있는 일들은 역시나 조금씩 이어가면 될 테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일들은 하나씩 계획대로 해나가면 될 테고

더위 핑계로 게으름 피웠던 일들은 여유를 가지고 사부작사부작 시작하면 될 테니

보너스가 생겼다고 특별히 뭔가를 욕심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새벽에 선선한 기운이 느껴져 얇은 이불을 덮기 시작했고

오전 더위의 기세가 많이 누그러져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늘었고

몸과 마음의 틈이 생기니 견뎌야 되는 시간보다는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어느 해보다 여유롭고 빠르게 지나간 여름이기도 한데

그 마무리도 깔끔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그게 보너스의 여유와 효능이겠죠.

 

 

2

 

일본으로 향한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덕분에 무더위에 갈증을 느꼈을 주변 텃밭 식물들에게 충분한 수분이 주어졌습니다.

 

감귤나무에 병충해가 발견돼서 방제를 해야 하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하루를 미뤘습니다.

덕분에 미진했던 일들을 처리할 수 있어서 다음날 방제를 할 때 조금 편했습니다.

 

며칠 째 계속되고 있던 하우스 공사도 날씨 때문에 잠시 멈췄습니다.

덕분에 조용한 시간을 즐기면서 쉬는 시간에 책을 편히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향한 태풍은 이래저래 도움을 줬지만 일본에서는 끔찍한 고통을 안겨줬더군요.

기압계가 조금만 달라졌어도 이곳으로 향했을 태풍이라고 생각하니 그들의 고통이 남의 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의 행복은 타인의 고통과 함께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3

 

보너스 같은 일주일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감귤나무 방제도 하고 어지러운 가지들 정리도 했습니다.

덥다는 이유로 미뤄두기만 했던 요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남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책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간만에 술도 한 잔 했습니다.

괜찮은 영화를 골라 보면서 정서에 수분도 공급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무의미하게 시간만 때우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더니

감귤나무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됐고

몸과 마음이 조금은 개운해졌고

비교적 두꺼운 책 한 권을 재미있게 읽었고

일과 생활에 여유가 조금 생겼습니다.

그 사이 기온은 뚝 떨어져서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이제 9월이 되면 이래저래 해야 될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보너스 같은 일주일이 다가오는 가을을 여유롭게 기다리게 해주었습니다.

 

 

 

(CHS의 ‘One Summer Day’ feat. mei e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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