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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단식 60일

단식 60일입니다.

이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어제부터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륭전자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식자들은 의학적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이 투쟁이 이기든 지든 며칠 안에 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집에서 기륭전자까지 가려면 두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이 항상 힘들었는데 오늘은 유독 더 힘들었습니다.

두 시간이 2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습니다.

기륭전자 앞에서 두 시간 정도 촛불을 들고 있으면 그래도 좀 나아집니다.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두 시간은 또 힘겨움에 씨름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오만 생각들을 다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생각은 내가 너무 무력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극단적 생각이 들다가도 애써 희망을 가져보자고 자위를 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매일 촛불 들러 가는 것으로만 자위하는 것입니다.

 

울산에 있을 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직력도 없고 주위의 조건도 좋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에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2~3달을 노력하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 투쟁은 힘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때 ‘단 한 명이 아쉬울 때 그 한 명이 그 옆에 있어준다면 우주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울산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좀 있었습니다.

 

지금 이곳 기륭전자 앞에서도 우주의 중심을 느끼지만

그곳은 힘이 만들어지는 곳이 아니라 엄청난 무게감에 내 모든 것이 타들어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내 운동의 생명을 태우기로 했던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구로공단을 이번에 처음 접하고 있습니다.

60년대부터 노동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무수하게 거쳐 간 그 유명한 구로공단!

90년대 이후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산업재편 속에서 희망이 없다고 그 많던 사람들이 떠나간 그 곳!

김소연 동지와 송경동 동지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곳에 남아서 투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그곳에 금속노조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전노협의 역사를 안고

기업별 노조의 장벽을 넘어

15만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뭉친

민주노총의 핵심 산별인

금속노조 깃발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기륭전자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와 현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으렵니다.

많은 이들이 이 투쟁을 알리고 있어서 제가 알리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감을 느끼면서 그냥 기륭전자 앞에서 촛불 들러 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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