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대구지하철 청소아주머니들의 죽음

대구지하철 청소아주머니들의 죽음
[대구지하철 참사] 죽어서도 서러운 비정규 노동자  


온 국민이 ‘대구지하철 참사’의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죽어서도 비정규직 청소용역 노동자로서의 설움을 고스란히 받으며 지하철 역사의 한 줌 재로 산화해간 노동자들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들의 쓸쓸한 빈소

전국여성노조연맹 대구지하철 청소용역지부의 조합원 김정숙(59), 김순자(51), 정영선(59)씨는 지난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가 있던 당일 중앙역 지하철 역사에서 청소를 하다가 전동차와 역사에 있던 다른 희생자들과 함께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여성노동자들의 죽음을 더욱 비통하게 한 것은 한달 60만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쾌적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열심히 비질을 했던 이들의 죽음 앞에 ‘홀대’로 일관한 대구지하철공사의 태도였다.

지난 22일에는 대구 파티마병원과 성심병원 영안실에서 이들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의 장례가 가족장으로 치러졌지만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은 아무도 조문을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화하나 없었다. 용역업체 사장이 5만원씩의 조의금을 보낸 것이 전부다.

공사측은 사고 수습에 경황이 없을 뿐 아니라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별반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고인들이 소속된 용역업체 역시 용역을 수주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정황파악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업체 사정 또한 어려워 이 정도 수위의 보상을 논의할 만한 규모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지하철공사 소속 직원들의 빈소에는 밀려드는 조문객들과 꽉 들어찬 화환에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것에 비해 이들과 함께 지하철에서 근무했던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경우 합동영안실이나 장례식을 위해 한 병원에 시신을 모으지도 못하고 따로따로 각 병원으로 나뉘어져 있어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도 살아생전 받던 차별적 대우를 그대로 보여줬다.

사고 수습에 여념이 없던 연맹 대구지하철청소용역지부 차은남 간사는 “그렇지 않아도 나이 많은 청소용역 노동자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3명이나 죽었음에도 공사나 대구시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보상 차원을 떠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차별적 대우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이종진 쟁의부장은 "이번 사태는 지하철 설계와 운영, 제작 등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했는데도 기관사나 관리 직원들의 인재로 몰아가고 있어 노조 차원으로 장례나 보상 문제를 협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보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이기 때문에 보상금액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 직원들이 순직을 했을 경우 승급이나 승진이 되고 상당액의 보상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공사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직원들과 합동 분향소를 설치할 것을 공사 측이 거부해 3명의 ‘청소 아줌마’들의 분향소는 25일에야 겨우 따로 마련됐다.

살아서는 용역업체 계약관계에 따라 파리 목숨처럼 잘리거나 그나마 운이 좋으면 이리저리 팔려 다니던 이들 '청소아줌마'들은 죽어서도 생전에 일하던 일터에서 대접 받지 못한 채 차별과 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이면에도 어김없이 보여 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