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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으려나?

봄이 오기는 오는 것 같다.

집 앞 공원 벤치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니 말이다.

그 할아버지는 겨울이 오기 전까지 항상 그 자리에 앉아 계시던 분이다.

그분이 다시 나오신 게다.

봄이 왔다. 헤헤....

 

봄이 오는 마당에 설날 이야기를 하기가 좀 머쓱하지만

이 느낌을 적어 놓지 않는다면 워낙 이것 저것 잘 잊어버리는 나의 정신 상태로는

또 알멩이는 잊어버리고 느낌만 남아 뭔지 모를 께림찍함으로 불편할 것 같다.

 



얼마전 일이다.

한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 설날 이야기가 나왔다. 

그 친구는 결혼한지 대략 일년은 안된 친구다, 

그러니 이번이 결혼하고 첫 설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친구왈 "설날에 집에 가고 싶어서 혼났어."

여기서 집은 그 친구가 여자니까 친정이다.

그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그리고는 설날에 시댁에 가서 뭔가 불편했던 마음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너무 철 없고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

 

결혼 했으니 당연히 명절에 가는 거지 그걸 몰랐나?

그걸 모르고 결혼했어? 그걸 이제서야 알았어?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물음들이 들려 오지만

그리고 그걸 모를만치 순진하지도 않지만

 

나도 별스럽게 식구들이랑 친한 것도 아니니

굳이 나의 식구들이 그리운 것도 아니지만

왠지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떡이 생각나고

격이 없이 자연스럽게 음식을 해 먹고

잠이 오면 잠자고 먹고 잡으면 뭐든 누구든 음식을 하고

그러던 분위기가 그저 막 그리웠다.

 

시댁에서 나는 며느리로서 당연히 음식을 하고 당연히 상을 차리고

당연히 상을 치우고 당연히 남자들이 식사를 하길 기다렸다.

그 자리를 치우면 먹어야 한다. 그리고는 당연히 설겆이를 한다.

난 그 '당연히'가 불편하다.

당연히 누군가는 노동을 엄청나게 하는 데 당연히 누군가는 그걸 누리기만 한다.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의 식구들이 이런 저런 과거의 재미난 이야기를 하며 웃을 때

그저 '그런 일도 있었어요'하며 마짱구 정도 칠뿐이다.

참 외롭다. 

 

난 시어머니가 안쓰럽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 맏며느리로 이런 저런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

이제 나이도 드셨는데 엄마 생각이 나면서 안쓰럽다. 여성연대. 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명절에 일찍 시댁에 가려 한다.

하지만 그런 나의 행동은 그저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아 이 오해의 끝 없는 반복......

 

얼마전에 결혼한 후배는

시댁에서 설날, 추석 명절 중 한때는 시댁에 한때는 친정을 가라고 했단다.

휴우~~~ 부럽다. 근데 생각해 보면 합리적인 처사이다.

물론 명절이라고 시댁이나 친정을 안가도 되면 더 좋겠지만 굳이 가야 한다면

따로 따로 갈수는 없으니 이렇게 한곳으로 몰아가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앞의 친구에게 그 후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추진해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과연 될까?

같이 사는 사람은 5대 장손이고

나름 합리적인 그 사람의 부모님은

할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편입되어 살고 계신다.

가끔 어떻게 이런 가족분위기에서 이런 사람이 나올 수 있나 심히 궁금해질때가 있다.

 

나는 과연 이야기라도 꺼낼 수 있을까?

 

막연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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